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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싱하는 사업가‘ 정지성, 코로나 시대에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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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성 대표는 지난달 국회에서 글로벌 신한국인 대상을 수상했다.


최근 두 달 사이 골프장만 6곳, 골프연습장을 포함하면 7곳. 앞서 유명 스키장 한 곳도 이 제품을 택했다. 자신의 고향격인 복싱은 국군체육부대와 울산시청 복싱부 외에도 전국 12개 복싱체육관에 납품했다. 여기에 실업탁구팀과 대구의료원이 구매에 나서는 등 돌풍이 커지고 있다.

학창시절 복서였고, 지금도 프로복서를 꿈꾸는 이색사업가 정지성(31) 대표는 지금 ‘퓨어팟’이라는 살균 건조기를 만들고 있다. ‘살균’이다 보니 마침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제품이 팔려나가고 있다. 그것도 자신이 출발점인 스포츠계를 중심으로.

이런 점에서 ‘화제의 퓨어팟’은 운이 좋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 속사정을 알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에 수렴한다. 경기도 포천이 고향인 정지성은 복서로는 늦은 나이인 중2 때 글러브를 끼었다. 늦게 시작한 까닭에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나름 열정이 강했다. 유명한 음식점을 운영하는 부모가 반대하자 헬스클럽을 다닌다고 속이며 복싱체육관을 찾았을 정도다.

운동으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게 되자, 정지성은 군복무를 마친 후 또래보다 4년 늦게 원하는 대학(부산대 도시공학과)에 들어갔다. 이때 다시 복싱을 시작했고, 부산시 신인선수권 3위, 부산시선발전(75kg급) 우승 등의 성적을 냈다. 그래도 전문선수로는 실력이 부족했기에 대학졸업 후 2017년부터는 외국계 의료기기회사를 다녔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퇴근 후 성남권투체육관에서 트레이너 겸 선수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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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학생 복서로 활약하던 시절의 정지성 대표.


좋아하면 깨닫게 되는 법이다. 복싱을 하면서 땀에 찌든 복싱글러브가 늘 마음에 걸린 정지성은 이를 해결할 제품을 궁리했다. 특허도 알아보고, 사업계획서까지 차근차근 만들었다. 2018 여름 청년창업 공모에 합격해 1억 원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벤처기업을 시작했다.

1년여의 개발과정을 거쳐 만든 퓨어팟 1세대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에 글러브를 살균 및 건조해 나름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사이즈가 크고 가격도 800만원 대였던 까닭에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 이에 크기와 가격을 줄인 2세대 제품 ‘퓨어팟미니’를 2019년 말 새롭게 만들었다. 또 복싱글러브를 넘어 누구나 사용하는 신발로 대상을 넓혔다. 가격도 200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뜨렸다.

“시행착오가 많았고, 여러 면에서 힘들었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2세대 제품까지 개발했어요. 그런데 2020년 초 전 세계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방역이 중시됐어요. 복싱글러브의 살균건조가 목표인 제품으로 출발했다가, 마침 각종 신발과 휴대폰 등 생활용품으로 대상을 넓혔는데 이게 딱 맞아떨어졌어요. 이렇다 할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 골프장을 시작으로 실내종목 운동부에서 연락이 계속 오고 있습니다.”

문경골프장은 처음 남자와 여자 라커에 각각 2개씩 설치했는데, 수요가 많다고 해서 2대를 추가했다. 복싱 체육관에 납품했다가 이를 본 탁구와 검도 감독이 우리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국군체육부대에 설치했는데, 전지훈련을 와서 이를 본 국가대표들이 진촌선수촌에도 넣어달라고 건의했다고 한다. 심지어 아리랑TV를 통해 정지성 대표의 스토리가 방영된 적이 있는데, 쿠웨이트 바이어로부터 연락이 와 현재 계약 내용을 조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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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성 대표(오른쪽)가 최근 한 골프장에서 자신이 개발한 퓨어팟 제품을 설치하고 있다.


정 대표는 “포천에 있는 부모님의 음식점이 제법 잘 되는 편이에요.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면서 한 푼도 도움을 받지 않았어요. 그동안 고생했는데 이제 좀 빛이 보이는 것 같아요. 특히 제가 복서인데 스포츠계의 반응이 좋아서 아주 흐뭇합니다”라고 말했다. 상복도 터졌다. 퓨어팟은 지난 6월 경기테크노파크 국책사업 최우수 업체(S등급)로 선정됐고, 7월에는 정지성 대표가 국회가 심사하는 글로벌 신한국인 대상을 수상했다.

퓨어팟의 목표는 건강과 위생을 위해 공헌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또 돈을 벌면 복싱 등 스포츠 후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사실 2019년 어려운 과정에서도 정 대표는 모 프로복싱 단체에 소액을 후원한 바 있다.

아직은 스타트업인 까닭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쁜 복서 겸 사업가 정지성 대표. 그렇게 좋아하는 복싱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사업 때문에 한참 동안 복싱을 못했어요. 그러니 살이 찌는 등 몸이 나빠졌어요. 지금은 사무실 근처의 유명한 복싱체육관에 등록해 틈틈이 운동합니다. 사업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올해 10월 프로테스트를 통과한 후 프로선수로 뛰어보려고 합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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