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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승민 IOC위원, “운동선배로 너무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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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일 유승민 IOC위원이 고 최숙현 선수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지난 8일 오후 유승민 IOC위원(대한탁구협회장)은 조용히 경상북도 왜관을 찾았다. 보통 그가 움직일 때는 IOC 위원을 돕는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나 대한탁구협회 등에서 수행을 하지만 이날은 혼자였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유 위원이 일정에 없는 왜관을 방문하자 주변에서는 궁금증이 일었다.

IOC위원의 잠행은 며칠 후 그 사연이 지인들을 통해 알려졌다. 당초 8일 대구공항에서 제주로 이동할 예정이었던 그가 다음날인 9일 움직이면서 그 이유를 물었고, 답변이 “요즘 한국 체육계에서 가장 슬퍼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만났다”였기 때문이다.

취재 결과, 유승민 위원은 8일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를 만났다. 운동선배로, 또 선수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서는 IOC선수위원으로 안타까운 사연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부산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의 최숙현 선수(22)는 지도자 및 선배들로부터 가혹 행위와 상습적인 폭언·폭행에 시달린 끝에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상을 향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외침을 남긴 채.

유승민 위원은 13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난해에도 끔찍한 체육계 폭행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컸는데, 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슬픔을 넘어 무력감을 느꼈다. 특히 소속 지방자치단체, 대한체육회, 국가인권위원회, 경찰 등에 진정을 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체육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부친을 찾아뵀다. 아버님께는 사과와 위로를 건넸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예정된 시간을 넘길 정도로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현재 사법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이고, 개인적인 만남이었던 까닭에 언론에 알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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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PLAY TRUE 2020' 캠페인에 참여한 유승민 IOC위원의 모습.


“저도 운동을 했고(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금메달), 체육계의 크고 작은 폭력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했습니다. 그런데 선수가 폭력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최숙현 선수의 아버님으로부터 얘기를 듣는데 울음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확실한 것은 IOC의 선수위원으로 제2의 최숙현이 나오지 않도록 모든 일을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현재 가해자들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국회에서는 ‘최숙현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가해자 및 최숙현의 호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관련 기관들에게 대한 국민들의 분노도 쉽게 가시질 않고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를 직접 언급했고, IOC위원은 조용하면서도 진정한 위로를 전했다. 한국 체육계는 최숙현을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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