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유러피언투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대회 일정을 지난달 말 발표했다. 영국 본토에서만 대회를 집중한 내용으로 49년을 이어온 유럽 골프는 금이 갔다. 물론 생존을 고육지책으로 읽히지만 투어의 앞날이 불안하다. 유러피언투어는 지난 3월초 카타르 도하에서 마친 커머셜뱅크카타르마스터즈 이래 4개월 반 만에 대회 하반기 잔여 일정을 짰다. 사라지거나 취소된 대회는 22개에 남은 대회는 11개였다. 지난해말부터 시작해 3월까지 치른 11개 대회다. 월드골프챔피언십(WGC)과 같이 6개 투어가 공동으로 참여하거나 메이저를 포함하면 이보다는 몇 개 더 늘어나지만 미국 땅에서 열리는 대회여서 여행 편의가 확보되지 않으면 출전이 어렵다.
모든 대회 영국서 개최 7월22일부터 나흘간 잉글랜드 뉴캐슬 클로즈하우스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브리티시마스터스는 애초 예정된 총상금 300만 파운드에서 125만 유로로 축소됐다. 또한 원래 일정보다 일주일 앞당겨 치르면서 7월말 미국에서 열리는 WGC 페덱스 세인트주드인비테이셔널과 겹치는 고민을 용케 피해갔다. 매주 영국 내에서 신설된 5개 대회를 포함해 8월 마지막 주까지 6개의 대회가 이어진다. 이들은 무관중에 총상금 100만 유로 규모로 열리는 공통점이 있다. 7월30일부터 나흘간 잉글랜드 버밍햄 메리어트 포리스트아덴 골프장에서 잉글리시오픈이 열리고, 8월6일부터 허트포드셔로 옮겨 핸버리매너 메리어트호텔 골프장에서 잉글리시챔피언십이 개최된다. 8월13일부터는 웨일즈로 대회장을 옮겨 켈틱매너 리조트에서 켈틱클래식과 웨일스오픈을 2주 연속 개최한다. 그리고 잉글랜드 서튼콜드필드 벨프리에서 8월27일부터 UK챔피언십을 치른다. 신설 5개는 투어의 명맥을 유지하고 선수들의 생계를 돕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다. 유러피언투어는 10월1일부터 스코틀랜드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알프레드던힐 링크스챔피언십 이후로 8일부터 스코틀랜드 노스베릭에서 롤렉스 시리즈인 애버딘스탠더드 스코티시오픈을, 15일부터는 잉글랜드 웬트워스골프클럽에서 BMW PGA챔피언십을 연다. 선수들의 이동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미국 투어를 기웃거리는 유명 선수들의 이탈을 막는 조치다.
유럽 이동 제한이 족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열리던 대회를 모두 취소했다. 잉글랜드에서만 열리는 건 코로나19로 인해 유럽의 국경 이동이 막혔기 때문이다. 서너 달 뒤에 국경이 열리리란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국경이 열린다 해도 선수 개개인은 2주간 자가격리 등 조치가 있어 투어 소속된 선수들은 영국에 머물러 있는 편이 그나마 낫다. 이 기간 상금액이 높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겹치지만 미국에 집이 있는 선수가 아니라면 영국에 머물러 있을 근거가 된다. 유럽 선수들을 배려한 조치는 상금을 유로로 지급하는 정도다. 영국에서 열리는 대회는 대체로 파운드화로 상금을 지급했지만 올해 남은 대회는 유로 아니면 달러로 상금을 집계한다. 그리고 선수들의 동선을 최대한 간소하게 조정했다. 켈틱매너 리조트 등 선수들이 한 공간에서 2주간 머물기도 한다. 11월에 미국에서 열리는 메이저 마스터스와 일정이 겹치던 파이널 시리즈는 통째로 떼내 12월로 미뤘다. 터키항공오픈이 취소되는 대신 남아공에서의 네드뱅크챌린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시즌 최종전 DP월드투어챔피언십은 지켜냈다.
48년 확장해온 역사의 기로 유러피언투어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디오픈이 처음 시작한 1860년에서 시작점이다. 이후 1901년에 프로골프협회가 만들어진다. 이는 미국PGA가 창설된 1914년보다 13년 앞선 것이다. 1937년에는 한 시즌에 평균타수가 가장 적은 선수를 선발해 ‘해리바든 트로피’를 주기 시작한다.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 투어 규모에 머물던 형식은 1970년부터 유럽 본토와 합류하기 시작한다. 그 전까지는 각 리조트 골프장이나 나라별 골프협회에서 대회를 열었다. 내셔널타이틀 중에는 프랑스오픈이 1970년에 가장 먼저 합류했고, 이듬해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스위스오픈이 들어왔다. 1972년에 네덜란드(더치오픈), 스페인(마드리드오픈), 이탈리아(란치아도로오픈)이 들어와 오늘날의 유러피언투어가 출범하게 된다. 미국과 영국의 국가 대항전이던 라이더컵도 유럽 대 미국의 대륙간 팀매치로 바뀌면서 더 아슬아슬하고 치열한 게임이 됐다. 이후 유러피언투어는 출범 10년만인 1982에는 튀니지오픈으로 아프리카로 진출하고 1989년에는 두바이데저트클래식으로 중동으로 넓혀나갔다. 한국에도 3년간 발렌타인챔피언십을 개최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국경을 끊으면서 잉글랜드로만 투어가 몰렸다. ‘하나의 유럽’이라는 연대감도 전염병 앞에 무력해졌다. 코로나19의 위협이 계속되는 한, 백신이 나오지 않는 한 유러피언투어는 더 가혹한 선택에 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