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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GA투어 1승 코치, 지난해 문라이트 투어 34승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1승을 한 크리스 코치(미국)가 지난 1년 동안 소규모 지역 대회인 문라이트 투어에서 무려 34승을 쌓았다.

<골프다이제스트>가 최근 올해 46세의 코치가 지난해부터 118개의 플로리다 올랜도 인근을 바탕으로 한 이 투어에 출전해 28.8%의 승률을 거두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나이인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전성기 시절에 거둔 승률에 맞먹는다는 것이다.

문라이트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듯 낮에는 일반 직업을 가지고 일하던 골프가 달 밝은 밤에 모여 하루, 이틀로 대회가 ‘달빛 투어’다. PGA투어에서 정규 출전권이 없는 코치는 현재 올랜도 인근의 웨스트오렌지컨트리클럽에서 낮에는 레슨 프로로 지내면서 밤마다 열리는 이 대회를 지배했다.

1992년에 해병대 장교 출신의 프랭크 맥기가 부인인 매리와 함께 창설한 문라이트투어는 30여 년간 올랜도 지역의 유명 대회로 자리잡았다. 창설자 맥기는 18세이던 1974년 필라델피아아마추어선수권에서 제이 시겔을 누르고 파이널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열성적인 골프광들이 꾸준히 출전한 덕분에 문라이트투어는 지난해만 무려 127개 라운드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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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투어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올랜도의 대회 일정이 수시로 떠 있고, 연락처가 표시되어 있다.


소수 인원도 출전할 수 있고 상금 구성도 간편한 문라이트투어는 일년에 50개 이상의 대회를 연다. 투어가 지역 기반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밤에 하지 않고 낮 시간에 대회를 진행한다. 홈페이지에 대회와 코스와 출전료를 걸면 다양한 이력의 고수들이 10~45명이 출전하는데 우승 상금은 250~1000달러에 이른다. 동네 대회에 가깝지만 여기서 우승하려면 60타대의 스코어를 내야 한다.

숨은 고수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왜냐면 이 대회의 역대 우승자 중에는 PGA투어에서도 2승을 거둔 테드 포터 주니어, 2005년 취리히클래식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했고 현재 챔피언스투어에서 활동하는 팀 페트로빅, 롭 오펜하임, 패트릭 시한, 알렉산더 로카 등이 여기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출전 선수들이 낸 80~320달러의 출전료 중에 시상자에게 나눠주는 운영방식이라 편리하다. 큰 대회는 상금 규모가 너덧 배 이상 커진다. 코치의 지난주 우승은 챔피언스게이트에서 열린 이틀짜리 대회로 28명이 출전해 320달러씩을 걸었다. 코치는 68-67타를 쳐서 2타차로 우승해 1500달러의 상금을 벌었다. 문라이트투어의 지난해 상금을 모두 합치면 2만3천달러는 된다.

코치는 16세였던 1990년에 혼다클래식에 예선전에 나갔고 이듬에는 미국 골프 대표 아마추어 선수가 됐다. 플로리다 대학 시절 두 번의 올아메리칸에 선정됐고, 1993년에는 내셔널선수권에서 우승도 했다.

1995년 프로 데뷔 후에는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PGA 2부투어인 네이션와이드 투어에서는 5승을 거두면서 1부 리그로 진입했으나 우승은 없었다. 1999년 소니오픈에서 공동 7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2003년에는 오랜 친구 브랜든 파파스에게 3천 달러를 빌려서 2부 투어 생활의 밑천을 만들었고 거기서 세 경기를 뛰어 20위, 2위를 하면서 투어카드를 되찾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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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코치가 취리히클래식에서 PGA투어 생애 첫승을 차지했다.


2006년 5월에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 잉글리시턴골프장에서 열린 취리히클래식에서 코치는 대회 개최 전날 술을 먹다가 길을 잃어 경찰의 도움으로 대회장에 도착하는 촌극을 벌였다. 하지만 간신히 컷을 통과한 뒤 3라운드에서 단독 1위로 치고 올라 우승컵까지 차지하는 이변을 낳았다.

마지막날 마지막홀에서 15미터 칩샷을 그대로 성공시켜 찰스 하웰 3세, 프레드 펑크를 한 타차로 제치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한 번 우승한 뒤로는 주목받을 일이 없었다. 2012년에는 2부 투어로 다시 내려갔다. 그는 꾸준히 PGA투어에 출전하면서 인생 역전을 노렸으나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시즌 중에서는 PGA투어 바바솔챔피언십에 선수가 비어 출전해 거둔 공동 39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다. 투어카드를 잃은 뒤로 코치는 고향으로 내려와 티칭 프로로 있으면서 문라이트 투어의 로컬 투어 제왕이 된 것이다.

코치는 올해는 허리 부상에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처럼 풀 타임으로 문라이트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지만 가급적 출전을 많이 할 계획이다.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이 나를 이겨내면 투어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PGA투어에 대한 꿈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4년 뒤에는 출전 자격이 생기는 챔피언스투어에서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을 꿈꾼다. 오늘도 변함없이 문라이트 투어 개최 안내 문자를 기다린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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