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칼럼] 정치에서 벗어나라는데, 정치만 좇는 체육회장선거
이미지중앙

인천시체육회장의 당선인 공고.


이쯤이면 코미디에 가깝다. 나라법으로 체육단체의 수장은 정치인(혹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하지 말고, 체육인들이 스스로 회장을 뽑아서 ‘알아서 잘 하라’고 하는데, 기를 쓰고 정치인에게 목을 매니 말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의 체육회장 선거를 보자. 지난 8일 인천시체육회장에 당선된 강인덕 씨의 말은 귀를 의심케 한다. "보수가 승리한 겁니다. 4.15 총선의 예비선거로도 볼 수 있는 이번 선거에서 이겨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조선일보 13일).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시장(박남춘)과 다수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인천에서 한국당 색채가 짙은 후보였다. 어려운 상황에서 간발의 차(177표-171표)로 승리했기에 축하를 전하고 싶었지만, 지극히 정치적인 ‘당선소감’에 정내미가 떨어졌다. 그냥 ‘체육인들이 정치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또 지방정부의 위세에 굴하지 않고 체육발전 차원에서 저를 뽑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보수체육회장! 꼭 그래야 하는가?

15일 투표가 치러지는 경기도는 더 가관이다. 홍보물에 기호 1번 신대철 후보는 이재명 도지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전면에 내세웠고, 기호 3번 이원성 후보는 이재정 교육감을 등장시켰다. 기호 2번 이태영 후보도 유명선수의 이미지를 쓴 것이 발견됐다.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오라는 경기도체육회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에 신대철 후보는 이재명 도지사의 동의를 받았고, 이원성 후보와 이태영 후보는 동의를 받는 것이 힘들자 홍보물을 다시 제작했다. 정치인을 배제하기 위한 선거지만 정치인의 동의만 얻으면 선거에 활용해도 된다는 유권해석이다.

경기도 선관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11일 기호 1번 신대철 후보와 3번 이원성 후보에 대해 선관위의 최종심의를 받지 않은 홍보물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서면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어 13일에는 이원성 후보에 대해 별도의 선거사무실을 운영했다는 사안을 공개하며 ‘후보자의 등록무효’ 또는 ‘관할 수사기관 수사의뢰 및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원성 후보 측은 ‘선관위가 불법사찰을 감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리고 이재명 지사의 '윤허'를 받은 신대철 후보는 노골적으로 이재명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홍보물에서 도지사와 악수하는 사진을 곁들여 ‘지자체장과 함께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 아십니까?’라며 도지사와의 친분이 자신을 선택해야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체육회 고위직원이, 그리고 심지어 이재명 도지사가 직접 특정후보의 지지를 부탁했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미지중앙

경기도체육회장선거에 등장한 이재명 지사(왼쪽)와 서울시체육회장선거에 사진이 실린 박원순 시장.


수도 서울(15일 투표)은 어떤가? 여기도 정치색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아니 보다 '진보'했다. 서울의 정치색이 그래서인 까닭인지 ‘집권여당 내 집안싸움’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기호 1번 박원하 후보와 2번 양회종 후보 모두 박원순 시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선거에 사용하고 있다. 시장과의 친밀도는 박원하 후보 쪽이 더 가까운 듯 보이지만, 광진구에 기반을 둔 양회종 후보는 특정 여권정치인이 돕는다는 소문이 있다.

이쯤이면 대통령과 친하니 나를 뽑아달라는 정치판의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더 나쁘다. 정치쪽이야 그렇게 해도 선거의 취지에 위배되지 않지만, 이번 체육회장 선거는 정치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니 그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의 생명은 룰과 공정함이다. 이 두 가지가 없으면 스포츠가 되지 않는다. 스포츠의 이름을 걸고 룰의 기본 정신은 망각하고, 공정함에는 인색한 '체육'선거가 벌어지고 있으니 소가 웃을 노릇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네 세상이 정치과잉인데, 스포츠마저 '닥치고 정치'인 것 같아 웃프기만 하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편집장]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