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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 골프칼럼] (3) '특별한' 골프선수가 나타났다 -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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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 주립대학 졸업식 때의 김근태 프로(이때는 프로가 아니었다). 왼쪽은 그를 특별히 아낀 골프팀 코치다.


지난 11월 15일 끝난 KPGA 코리안투어 Q스쿨의 최종전에 깜짝 우승자가 나타났다. 금년 6월까지만 해도 아마추어 신분이었던 1996년생 김근태 선수는 6월에 챌린지투어를 통해서 세미프로가 되었고 8월에 투어프로 자격을 획득했다. 그 이후 코리안투어 큐스쿨 1차, 2차 예선을 통과하여 최종전에 올라온 김근태 '프로'는 철저한 무명 신인이었지만 1등으로 통과하며 2020년 풀시드를 획득했다.

골프 교육의 롤모델

큐스쿨은 이미 시드를 확보한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빠졌으므로 B급 대회라고 폄하할 수도 있다. 이런 큐스쿨에서 우승했다는 사실을 하나로 '특별한 선수'라고 치켜세우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근태가 특별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김근태는 골프선수이지만 미국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노력형 수재'다. 그는 골프가 아니더라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자질과 교육적 배경을 갖췄다. 자녀를 골프선수로 만들고 싶은 부모라면 김근태의 스토리를 롤모델로 삼아 그가 갔던 길을 복기하며 계획을 세워보기 바란다.

초등학교 4학년에 골프를 시작한 김근태는 대구 영신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선수생활을 한 후 고등학교 1학년에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그런데 먼저 부모의 사고방식이 평범한 부모들과는 달랐다. 기본적으로 주입식 교육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들을 믿고 새로운 세상으로 내보내서 스스로 깨우치며 배우는 기회를 주고 싶어했다. 무작정 골프유학원을 찾아가 미국에서 학업과 골프를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다. 유학원에서는 주니어 골프 아카데미이면서도 중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의 IJGA에 입학수속을 해 주었다. 유학을 떠나는 김근태의 영어실력은 "How are you?"라고 인사해 오면 "Yes"라고 대답할 정도로 일반 중학생의 영어실력에 한참 못 미쳤다.

미국에 도착한 김근태는 골프보다 우선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ESL 초급반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3년 동안 계속 최고 우등생의 성적을 유지했다. 공부 때문에 골프 연습할 시간이 모자랐지만 골프가 서두른다고 잘 되는 운동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학교에 다니면서 메이저급 주니어 대회를 포함하여 6회나 우승했지만 주니어 시절 우승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고등학교 시절은 부모에게도 어려운 시기였다. 1년에 1억원 정도의 학비를 송금해야 했는데, 사실 한국에서 골프를 열심히 가르쳐도 연간 1억원은 필요했기에 감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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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는 테네시 주립대학을 4년 장학생으로 다니며 공부와 골프에서 모두 빼어난 성적을 냈다.


NCAA 1부팀 전액장학생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된 김근태는 빼어난 골프레코드와 우수한 학업 성적으로인해서 여러 대학팀의 스카우트 대상이었다. 그는 NCAA 1부 리그에 속해 있고 장학금 지원을 약속한 테네시주립대학을 선택했다. 근태는 1학년부터 팀의 주전 선수로 출전하면서 졸업까지 팀 우승 5회 개인 우승 2회의 업적을 남겼다.

여기에 경영학을 전공한 그의 학업성적은 거의 퍼펙트 A 수준을 기록했다. 졸업학점으로 4점 만점에 3.98점. 미국대학 사정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게 쉽지 안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것이다. 골프와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김근태를 지켜본 테네시주립대의 코치는 미국선수들을 제쳐두고 3학년부터 근태에게 팀 캡틴의 책임을 맡겼다. 대학 때는 전액 장학금을 받았으므로 부모의 학비걱정도 사라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려는 김근태에게 테네시주립대가 놀라운 제안을 해 왔다. 대학 골프팀의 부코치로 일해주면 경영대학원의 입학, 전액장학금, 생활비까지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좋은 오퍼를 받고 망설이던 김근태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2019년 5월에 아마추어 선수로 귀국했다. 코리안 투어에서 프로로 전향하여 능력을 테스트 하고 싶었고 군복무 의무도 빨리 끝내고 싶었다. 실제로 그는 2020시즌 코리안 투어에서 활동한 후 군에 입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미국대학의 좋은 조건을 거절하면서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하니 뭐 나무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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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AA 시절의 김근태(오른쪽). 미국의 학생 골프선수들은 이렇게 백을 직접 메고 다니며 플레이한다.


혼자서 해결해야 했다

김근태는 자기의 일들을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의 친구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해 일과 골프를 병행하는 것을 이미 보았기 때문이다. 부모는 맞벌이를 하므로 그의 시합을 따라다니며 뒷바라지를 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됐다. 김근태는 시합경비를 최대한 절약해서 다니고 있다. 챌린지투어 때는 경비절감을 위해 시합코스에서 연습라운드도 없이 출전했는데, 그런데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1라운드를 연습라운드 겸 시합이라고 생각했다. 큐스쿨 최종전 때는 5박에 12만원짜리 저렴한 모텔을 구해 혼자 가서 우승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난 골프선생 윤상현 씨를 아직도 스승으로 모시며 존경하고 있다. 미국에 있을 때에도 볼이 잘 안 맞으면 스윙 동영상을 찍어서 윤 씨에게 보냈고 대부분 이 원포인트 레슨으로 문제가 해결되곤 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은 어떤 스윙레슨도 별도로 받지 않았다. 윤상현 씨는 김근태의 스윙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발전하도록 크게 손대지 않으며 가르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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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코리안투어 Q스큘 최종전 우승 사진. 김근태 프로는 5일에 12만 원 하는 저렴한 모텔을 구해 혼자 대회에 출전해 우승했다.


스폰서를 구합니다


이쯤이면 어떤가? 스물세 살의 청년 김근태는 메인스폰서를 찾아 재정적인 자립을 꿈꾸고 있다. 스폰서 구하기가 어려운 남자골프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유망한 무명선수를 후원하는 기업이 나타났으면 한다. 김근태는 후원하는 기업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프로의 삶에 충실할 수 훌륭한 프로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선수 김근태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끝으로 김근태를 훌륭하게 키운 부모, 묵묵히 제자를 지도해 온 스승 윤상현 씨, 고비마다 김근태에게 힘을 보태준 골프유학원의 이름모를 원장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박노승: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교수, 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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