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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만화경] 꾀돌이 유남규 감독의 ‘중3 신유빈’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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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규 감독(오른쪽)이 신유빈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탁구협회]


# 한국 여자탁구대표팀의 유남규 감독(51 삼성생명)은 중학교 3학년 때(1983년) 성인 국가대표가 됐다. 국제대회에 나갔는데 하필이면 첫 상대가 북한선수였고, 큰 부담을 느낀 중학생 국가대표 유남규는 경기에 패했고,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어린 나이에 힘든 시련이었지만 이를 보란 듯이 극복하고 고3인 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단식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만 20세인 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남자단식 금메달을 땄다.

# ‘탁구신동’ 신유빈(15)은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올해초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9월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했다. 한국 여자팀은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하며 8위에 그쳤고, 신유빈도 7-8위 등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패했다. 유남규 감독에게는 경기에 지고도 밝은 표정을 짓다가 혼쭐이 나기도 했다. 신유빈은 이내 개인단식 32강에서 세계 10위 청아이칭(대만)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9일 도쿄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팀 월드컵 여자부 준결승에서 유남규 감독은 선수시절 별명이었던 ‘꾀돌이’다운 깜짝 오더로 세계 2위 일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붙박이 주전이었던 서효원(32 한국마사회)과 양하은(25 포스코에너지)을 빼고, 최효주(21 삼성생명), 신유빈(청명중)을 기용했다. 신유빈은 전지희(27 포스코에너지)와 짝을 이뤄 제1복식을 따냈고, 최효주는 2단식에서 일본의 에이스 이토 미마를 거의 잡을 뻔했다(게임스코어 2-3 패). 이어 신유빈은 4단식에서 이토 미마를 상태를 첫 게임을 뺏는 등 선전을 펼쳤다(1-3 패). 이토 미마를 만나면 ‘그냥 서 있다 들어온다’는 혹평을 들었던 이전 선배들과는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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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은 지난 주 팀 월드컵 준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선전을 펼쳤다. [사진=국제탁구연맹]


“(신)유빈을 보면 36년 전 제가 떠올라요. 한국탁구에서 보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정말 잘 키우고 싶죠. 정성을 다해 가르치고, 때로는 ‘그렇게 하려면 집에 가라’고 불호령을 내릴 정도로 혼도 내죠. 저도 초등학생 탁구선수 딸이(유예린) 있는데, 유빈이가 눈물을 글썽이면 가슴이 아프지만 그렇게 합니다. 중요한 건 유빈이가 가능한 시행착오를 줄여서 저보다 빨리 세계제패를 할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겁니다. 잘 성장하고 있는 유빈이도 고맙고, 출전을 양보한 서효원, 양하은 두 선수에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한국 탁구는 고비를 맞고 있다. 남자는 아직 중국에 이어 세계 2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자는 ‘아시아 8위’가 말해주듯 대표팀 경기력이 뚝 떨어져 있다. 유남규 감독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여자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처지지만 유남규 감독은 ‘원팀’, ‘올림픽까지 무한경쟁’, ‘무조건 훈련’ 등을 내세우며 여자대표팀의 전력을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다.

예컨대 ‘귀화 에이스’ 전지희에게는 “여기는 소속팀이 아니라, 대표팀이다. 특별대우는 없다. 제대로 하라”며 엄하게 대했고, ‘전지희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가 됐다. 서효원도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조금도 서운해하지 않고 “마치 코치 같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벤치에서 후배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진천선수촌의 여자대표팀 훈련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신유빈이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쯤이면 꾀돌이 감독의 ‘나처럼 신유빈 키우기’는 훈훈하면서도 흥미롭기만 하다. 이번 주 유남규 감독과 신유빈, 그리고 남녀 국가대표들은 오스트리아 오픈에 출전 중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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