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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구로 세계를 만난다_in 칠레①] (9) 칠레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을 만나다

  • 기사입력 2019-11-0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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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남자배구 대표팀의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모두 친절하게 필자를 맞아줬다. 훗날 국제대회에서 다시 만나기를 소망한다.

칠레로 입국하기 전 고민이 많았다. 폭동이 계속되고, 사상자까지 발생한다는 뉴스가 연일 나왔기 때문이다. 건너뛰고 바로 아르헨티나로 향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시도는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결국 볼리비아 우유니에서 칠레 아타카마까지 가는 버스에 탑승했다.

이동 중에 작은 문제들이 여럿 있었기는 했지만, 다행히 큰 사고는 없이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까지 국내선 비행기로 이동했다. 다만 칠레에서 머무는 동안 관광은 꿈도 꾸지 못했고, 정해진 배구취재 외에는 숙소에서만 지냈다. 거리는 정말 위험했다.

산티아고 숙소에 짐을 푼 후 곧바로 칠레 배구에 대해서 찾아봤다. 구글 검색을 통해 칠레 배구협회 주소를 찾았고, 첫 날은 휴식을 취한 후 다음날 ‘코미테 올림피코 데 칠레(Comite Olimpico De Chile)’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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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진천선수촌과 같은 개념인 코미테 올림피코 데 칠레(Comite Olimpico De Chile)의 외부 모습.


시위를 뚫고 찾아간 배구협회, 그러나 취재거절

다행히 숙소에서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기에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가는 내내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며 용기를 냈다. 도착하고 바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호원들이 신원확인을 먼저 해야 하니 기다리라고 했다. 간단한 절차를 마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배구협회는 4층에 있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내부에 여러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진이 가득 차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4층에서는 문 앞에서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노크를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최대한 정중하게 직원들에게 필자의 소속과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입을 뗐는데...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서로가 당황한 채 의사소통을 못하고 있는데, 때마침 영어가 가능한 칠레 레슬링 대표팀의 분석가가 일처리를 위해 배구협회를 방문했고, 그의 도움을 받아 소통할 수 있었다.

이곳을 방문한 이유가 무엇인지, 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차가웠다. 인터뷰에 응해줄 수 없고 다시 찾아오더라도 입장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기껏 위험한 것을 다 감안하고 찾아왔는데 안 된다니..’ 국가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 이해는 갔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 됐던 것은 체육관 내부를 구경하고 사진과 영상을 찍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우울한 심정으로 숙소로 돌아가려 하는데 배구장에 있던 트레이너가 다가오더니 “내일 오전 10시에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훈련이 있으니 한 번 찾아와보라”고 귀띔했다. 취재는 장담할 수 없지만 눈치껏 알아서하라면서 말이다. 아마도 낙담한 가운데서도 열심히 사진과 영상을 찍는 내 모습이 동점심을 샀던 것 같다.

고민이 됐다. 다시 오더라도 취재를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 이동 비용이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평소 ‘해보고 후회하자’라는 소신을 갖고 있었기에 다시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이대로 칠레 배구 취재를 마치면 분명히 후회할 거야’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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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테 올림피코 데 칠레의 엘리베이터와 배구장 내부.


두 번째 도전에서 남자대표팀 취재

그렇게 다음날 다시 한 번 올림픽 센터를 방문했다. 경호원들이 필자를 기억하는 듯 웃으며 맞아줬고, 곧장 배구장으로 갔다. 전날과는 다르게 2개의 코트를 모두 사용하고 있었는데, 한쪽은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이 반대편은 칠레 여자리그의 ‘무라노(Murano)’라는 팀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피해가 가지 않게 조심히 들어가 가까이 있는 스태프 한 명에게 필자의 신분을 밝히고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을 한 뒤 취재를 하고 싶다는 입장을 표했다. 또 거절당할까 봐 조금 위축돼 있었는데 칠레 남자대표팀의 기록원 겸 분석가인 호세(Jose)가 다가오더니 자신을 따라오라면서 취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보! 드디어, 국가대표팀을 만난다. 그것도 가장 취재환경이 좋지 않은 국가에서!’

호세를 따라가 대표팀 감독인 ‘대니얼 네잠킨(Daniel Nejamkin)’을 인터뷰하게 됐다. 먼저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칠레 배구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칠레는 남자와 여자 모두 각각 3개의 팀으로 국가대표팀이 운영된다. 16세 이하인 메노레스(menores), 18세 이하인 후베닐레스(Juveniles), 18세 이상부터 성인까지인 마요레스(mayores). 정식으로는 그렇게 나눠져 있지만 실력이 좋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들은 바로 마요레스로 선발한다. 현재 남자 마요레스 팀에 16세 선수 한 명과 17세 선수 한 명이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니얼 감독은 “다른 실력 좋은 국가들이 많은데 당신은 왜 칠레를 방문했는가?”라고 되물어왔다. ‘쿠바를 시작으로 남미 국가를 차례대로 취재하는 중이고, 다음 달부터 유럽 국가들과 그곳의 배구리그를 취재할 예정’이라는 내 설명에 그는 감동을 받은 듯, 프로젝트를 응원한다면서 기념으로 티셔츠를 주겠다고 했다. 취재에 응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기념품까지 주다니! 감격에 겨워 연신 “그라시아스(Gracias)!”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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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여자배구리그 상위권에 올라 있는 무라노(Murano) 팀의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과 함께.


남녀 각 10개 팀의 칠레 배구리그

기념사진을 찍고 호세에게 칠레 배구리그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칠레 배구리그(남자는 LIGA Masculina, 여자는 LIGA Femenina)는 남자와 여자 모두 각 10개의 팀으로 운영되고, 리그는 총 3개월 동안 펼쳐지고 있었다. 각 팀끼리 맞붙는 예선전은 2라운드로 진행되고, 그 이후에는 세미파이널과 파이널 매치가 토너먼트로 열린다고 했다. 대부분 다른 리그의 세미파이널과 파이널 매치는 3전2승제나 그 이상의 경기로 진행이 되는데 칠레는 단판 토너먼트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필자는 ’칠레 배구리그는 국민들에게 인기가 있나요?‘라고 물었고, 호세는 ”사실 인기는 축구다. 칠레는 축구가 가장 유명하고 그다음으로는 테니스다. 배구는 인기가 많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선전하는 종목인 것 같다. 골수팬들이 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를 설명한 후 호세는 무라노 팀과의 기념사진을 찍게 협조해줬다.

칠레의 배구 취재는 아쉽지만 여기까지다. 워낙 시국이 좋지 않아 더 이상의 취재가 힘들었다. 하지만 기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포기하지 않고 직접 맞닥뜨리니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쿠바에서 비치발리볼 국가대표팀을 만나기는 했지만, 실내배구 국가대표팀을 마주한 것은 칠레 남자배구팀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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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배구 국가대표팀의 단체 티셔츠를 선물로 받고 너무 기분이 좋아 따로 사진을 찍었다.


칠레 선수들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와 같은 간단한 한국말을 필자에게 던지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기념사진도 적극적으로 찍어줬고 끝까지 인사를 해주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자고 했다. 생각하지 못한 티셔츠 선물까지 받고... 이번엔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질 정도로 마음이 따듯해지는 취재였다. 개인적으로 국제대회에서 그들을 다시 만났으면 한다.

다음 행선지는 브라질이다.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나라이고, 배구협회와 대표팀 훈련장이 악명 높은 도시 리우에 위치해 있어 역시 걱정이 많이 된다. 그래도 세계 랭킹(이하 11월 4일 기준) 1위인 남자대표팀과 4위인 여자대표팀을 보유한 국가인데 방문하지 않을 수가 없다. 힘을 내자! ’Good luck to me!‘다.

* 장도영은 대학 1학년까지 배구선수였던 대학생입니다. 은퇴 후 글쓰기, 여행, 이벤트 진행 등 다양한 분야를 적극적으로 체험하면서 은퇴선수로 배구인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장도영의 세계 배구여행은 연예기획사 PNB가 후원합니다.
*** 현지 동영상 등 더 자세한 세계 배구여행의 정보는 인스타그램(_dywhy_), 페이스북(ehdud1303), 유튜브(JW0GgMjbBJ0)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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