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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人] 골프장 인문서 출간한 류석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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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골프 애호가라면 주목해야 할 책이 나왔다. 한국의 골프장 이야기(구름서재)다. 골프를 깊게 아는 골퍼라면 가슴 설렐 만한 내용이고, 골프에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한번은 짚어 봐야 할 만한 책이다. ‘코스의 속삭임까지 받아 적은 우리나라 골프장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24개 명문, 명품 코스들을 전문적인 식견과 인문적인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 류석무(사진) 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류 씨는 뿌리깊은 나무·샘이 깊은 물 편집장을 지냈다.

브랜드 마케터, 문화지 편집장 등의 일을 하셨는데 골프장 문화정보 답사기를 쓴 계기는 무엇인가요?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면서 골프웨어와 골프장의 마케팅을 이끈 인연이 있습니다. 문학을 전공했기에 글 쓰고 책 만드는 일도 해왔습니다. 브랜드 마케터의 경험을 살려 직접 상품을 개발해서 사업도 했었죠. 사업 아이템이 골프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골프장, 골프 문화를 깊게 접하고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골프 문화를 입체적으로 보는 관점이 생겼고, 골프 문화 정보들을 체계화해서 정립해 보고자 공부하고 자료를 모아 왔습니다.

골프장에 관한 정보를 심도 깊게 풀어낸 듯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책이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미국의 오거스타 내셔널이나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류스 같은 세계적인 골프장에 대한 정보는 우리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 곳의 한 홀 한 홀이 어떻게 생겼는지, 홀마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등 역사와 형태 등을 설명한 우리말 정보들은 넘쳐납니다. 반면에 정작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골프장의 정보는 그 골프장 홈페이지에서조차 찾기 어렵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후기는 많은 것 같지만 깊이 있는 정보, 전문적인 정보, 문화적인 가치가 있는 정보는 극히 드뭅니다. 이 책은 국내 명문 또는 명품 골프장 24곳을 ‘한걸음 더 들어가’ 살핍니다. 각 골프장의 역사, 설계의 특징, 플레이의 주안점, 주요한 홀에 담긴 일화, 자연과의 감응 등이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백서나 전문 서적 같은 깊이를 지키면서도 인문 답사기처럼 쉽게 읽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우리나라 골프장들은 얼마나 좋은 곳이라 평가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 세계 수준의 손색없는 골프장들이 적지 않습니다. 국내외 평가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코스 랭킹을 발표하는데, 이 책은 그 순위에 드는 골프장을 중심으로 명문 또는 명품으로 꼽히는 24개 골프장을 다뤘습니다. 전통의 명문 안양CC에서부터 PGA대회가 열리는 클럽 나인브릿지, 여자 메이저 대회가 열리는 제이드 팰리스, 한국오픈의 우정힐스 등 이른바 ‘초명문 회원제 클럽’을 비롯해 최고의 경치로 꼽히는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토너먼트 코스인 스카이72,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한 사우스스프링스 등 회원제 명문 12곳, 퍼블릭 명품코스 12곳을 합쳐 총 24개 골프장들을 탐사하면서 ‘코스의 속삭임까지’ 들리도록 적으려 노력했습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골프장 종합 정보 저작물로 평가됩니다. 골프 협회나 기관이 해야 할 일 같은데, 어쩌다 개인이 만들게 됐나요?
아무도 안하고 있고, 스스로 하고 싶었으니까요. 한국 골퍼들의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골프 산업과 시장도 세계에서 손꼽힙니다. 골프채널이 여러 개 있는 나라도 우리나라 뿐이라 합니다. 그런 미디어들을 통해 골프 기술을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 골프 장비와 몸치장에 대한 정보들이 넘쳐나고 이에 대한 관심과 비용은 세계 으뜸 수준이죠. 그런데 정작 골프가 이루어지는 골프장에 대한 정보는 빈약합니다. 골프의 기술과 시장은 풍요한데 골프가 이루어지는 터전에 대한 문화는 가난하달까요. 서양의 유명 골프장 중에 백과사전만한 소개 책자를 갖고 있는 곳도 많습니다. 클럽 역사, 문화, 설계, 코스 일화, 플레이 방법, 잔디와 벙커, 자연 식생 등을 세세히 다루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컨텐츠 부문에 신경조차 쓰지 않죠.

골프장이나 골프 관련 기관에서 협조를 받지는 않았나요?
그런 것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상상하는 것을 누가 공감해 주리라는 기대는 일찍 접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관, 단체들은 이런 문화적인 컨텐츠 자산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대하여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실린 골프장들을 탐사하면서 골프장이나 관련 기관, 기업 단체로부터 사진 이외의 지원을 받지 않았습니다. 스스로의 비용과 노력으로 탐사하고 적은 것이지요.

골프장 정보를 단순 종합한 책은 아닌데 골퍼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골프를 온전하게 즐기려면 골프장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골프는 수백 년 동안 변함없이 골프 코스와의 사랑과 투쟁이었습니다. 그런데 특히 우리나라 골퍼들은 골프를 치는 기술에 치중하고 싸움하듯 골프를 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골프가 싸움이라면 골프코스와의 ‘사랑싸움’일 겁니다. 사랑싸움에서는 상대를 이해하는 쪽이 이기잖아요.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더 사랑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죠. 우리나라 골프 문화는 일본식 비즈니스 접대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군대식으로 훈련하고 전투하는 분위기를 떨쳐버리지 못한 듯합니다. 그러다보니 좋은 골프장이든 헐한 골프장이든 똑같다는 분들도 많은데 이 책은 골프장을 보는 안목을 틔워드릴 것입니다.

골퍼들에게 좀 더 실용적인 기능도 있을까요.
책을 읽으면 골프 내공을 얻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상에 놓고 틈틈이 읽으면 골프가 훨씬 풍성해질 겁니다. 또한 이 책에 실린 골프장들은 누구나 라운드하고 싶어 하는 코스들이기도 한데, 이들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서 막상 기회가 되어 가더라도 공만 좇다가 사진 몇 장 찍고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책 내용을 먼저 보고 가면 좀 더 입체적이고 행복하게 골프장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24개 골프장을 다뤘는데 앞으로 후속 편이 이어집니까?
앞으로 3권을 더 낼 계획입니다. 한국의 골프장 이야기 시리즈로 우리나라 100여개 골프장을 살펴 보려 합니다. 2권까지는 전문 기관들이 평가하는 코스랭킹 50위까지의 명문 클럽 또는 그에 준하는 곳들을 주로 다루고, 3권과 4권은 제주도 편과 남부지방 편으로 계획합니다. 잔디 전문가 골프코스 설계가 등 많은 분들이 이 작업을 성원하고 있습니다. 탐사를 거듭하고 써나갈수록 책임감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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