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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정치인의 자살과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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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전 의원의 페이스북 첫 화면. 마지막 게시물은 지난 2월 10일자, 다른 이가 올린 반 고흐의 이미지와 무위(無爲)에 대한 긴 글을 옮겨 놓았다.


# 자살은 인간에게 허용된 최후의 만찬이다. 우리가 이 잔을 아끼는 것은 ‘무한’과의 약속에서 생명을 탔기 때문이다. - 김동리

# 정치적 견해는 다르지만, 그 시원시원함이 마음에 들었던 보수 논객(혹은 정치인) 정두언(62)이 지난 16일 스스로 삶을 내려놨다. 음악을 좋아하고, 끼가 넘치고, 여기에 공부하는 머리도 비상했으니 참 재주가 많은 사람이었다. 대학시절 락밴드를 하고, 재학 중 행정고시에 붙고, 공직생활을 하다가 방송사 탤런트 공채에 지원해 4차까지 합격했다고 한다. 여기에 최근까지 그의 촌철살인 논평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옛부터 어른들이 “재주가 많으면 불행하다”고 했는데, 파란만장한 그의 삶이 그런 것 같다.

# 인생의 행복곡선이 처음부터 끝까지 우상향일 수는 없다. 그리고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것은 그 곡선의 절대적 최저점일 때가 아니다. 사람마다 다르다. 특히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크게 주목을 받다가 아래로 떨어진 ‘상대적 저점’에서 극단적 선택이 나오는 법이다. 실제로 정두언 전 의원은 2000년 첫 출마에서 낙선했지만 그때는 잘 이겨냈다. 심각한 우울증은 3번 내리 국회의원에 당선됐다가 2016년 20대 총선에서 4선에 실패한 후 생겼다. 스스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심지어 심리상담사 자격증까지 따며 죽음의 유혹에 저항했지만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말았다.

# 정두언을 잘 아는 정치인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똑똑한 사람이었다. 논리적이고, 강단이 있고, 자기의 생각도 또렷하게 표출했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안타깝게도 그에게는 마음을 털어놓을 지인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슬프다”고 말했다. 사람은 저마다의 성벽이 있는 법. 삶을 내려놓을 만큼의 우울증을 겪고 싶지 않아도 겪게 되고, 인간관계가 서툴러서 가족이나 친구, 지인의 따뜻함으로 절망을 이겨낼 수 없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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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연합]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000, 000, 000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자살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는 이런 꼬리말이 달려 있다. ‘베르테르 효과’를 막으려는 노력일 터. 그래도 끊이질 않는다. 똑똑한 정두언도 실패했으니, 이런 건 공부하고 노력한다고 쉽게 되지는 않을 듯싶다. 그래서 더 어렵다. 혹시 뭔가 다른 방법은 없을까?

# 스포츠 쪽에서 먹고사는 사람으로, 흥미로운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바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절대 자살하지 않는다’이다. 몸을 사용하는 스포츠는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만든다. 당연히 자해와 자살충동, 그리고 각종 중동성 활동을 예방한다. 그러고 보니 한국은 청소년 운동 부족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고, 자살률은 가장 높은 편이라고 한다. 또 몸이 아픈 70세 이상 노인들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것도 세계 최고라고 한다. 확실히 운동과 건강한 몸은 자살과는 거리가 멀다. 땀을 흘리면서 자살을 생각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 운동이 자살예방, 혹은 절망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파져 있을 때, 마치 ‘혹시 나를 찾지 않았나?’라는 듯이 한 전직 국회의원과 전화연락이 됐다. 검사 출신으로 내리 두 번 국회의원(17, 18대)을 하고, 별난 일로 욕도 많이 먹고, 지난 7년 동안 애를 썼지만 정치적으로는 아직 재기하지 못했고, 그리고 아직도 정치의 꿈을 갖고 있는 주성영 케이토토 CRO(61)다. 혹시나 결례가 될까, 조심스레 낙선했을 때 정치인의 절망과 이를 극복하는 노력을 물었는데 예상외로 씩씩한 대답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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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올라 있는, 최근 주성영 전 의원의 사이클 타는 모습.


# “낙선했을 때? 말하면 뭐하나, 정치인들에게는 정말 힘들지. 나도 2012년 공천을 받지 못했을 때 온갖 생각이 다 들 정도로 삶이 무너졌잖아. 그나마 나는 주변에 사람이 많은 편이었고, 또 운동을 좋아한 게 큰 도움이 됐지. 산을 다녔는데, 이게 너무 좋아서 엘부르스, 에베레스트, 킬리만자로까지 차례로 등반했어. 하도 걸으니 무릎에 무리가 와서 사이클을 탔는데 지금도 일주일에 100~150km를 타고 있네. 지금은 20~30대 청년보다 더 체력이 좋을 정도로 건강해졌고, 속도 편해. 정치? 그건 내 DNA이고, 7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으니 또 도전해야지. 안 되면 어떻게 하냐고? 그냥 최선을 다해 하는 거지 뭐.”

# 일찍이 볼테르는 “죽고 싶은 생각이 들면 일을 하라”고 했다. 췌장암에 걸린 스티브 잡스는 2005년 그 유명한 스탠포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죽음은 새로운 것이 옛것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라고 ‘사의 찬미’ 같은 말을 하더니, 이내 “진정으로 만족하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 훌륭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며, 훌륭한 일을 하는 유일한 길은 여러분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만일 그것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계속해서 찾고, 주저앉지 말라”고 말했다. 삶이 힘들다면 '일'은 아니더라도 일단 몸을 움직여 땀부터 흘려보면 어떨까? 물론 평소에 7330 운동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더욱 좋고 말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편집장]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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