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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준 칼럼] 톰 왓슨..기본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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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일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가 골프채를 잡은 지 3년 남짓 되던 지난 2009년. 그 해 언더파를 처음 쳐 본(물론 화이트 티에서) 뱁새 김 프로는 한창 골프에 맛을 들였다. 그러던 어느날 ‘디 오픈(The Open)’이라는 대회 파이널 라운드를 봤다. 물론 TV 중계로.

뱁새에게는 작은 아버지뻘 될 정도로 초로인 골퍼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 아닌가? 그의 이름은 ‘톰 왓슨(사진)’이라고 했다. 순수 독학 된장 골퍼 뱁새는 당연히 그가 누군지 잘 알지 못했다. 톰 왓슨(Tom Watson)은 마지막 홀에서 두어 발짝쯤 되는 퍼팅을 남겼다.

해설자는 퍼트가 들어가면 ‘디 오픈 최고령 우승’이라는 대기록이 만들어진다며 흥분했다. ‘디 오픈 최고령 우승 기록을 경신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솔직히 잘 모르던 뱁새도 덩달아 숨을 죽였다. 그는 차분하게 퍼팅 루틴을 밟았다. 뱁새가 가슴을 조이려는 찰라 볼은 홀을 빗나가고 말았다. 아쉬운 보기.

그는 먼저 경기를 끝내고 행여나 하고 기다리던 젊은 선수와 연장전을 치렀다. 연장전 승부는 네 홀 성적을 합산해 가렸다. 한 홀씩 겨루는 ‘서든 데스(sudden death)’로 치르는 여느 대회와 달랐다. 뱁새는 저도 모르게 그 나이 많은 골퍼를 응원했다. 결과는 뱁새 응원과는 반대였다.

그렇게 그는 우승을 놓쳤다. “연장전에서 걸음이 떼지지 않았다”고 그 준우승자가 소회를 밝혔다는 사실은 이튿날 신문 기사에서 봤다. 그 해 디 오픈 뉴스에는 우승자 얘기는 별로 없고 온통 준우승을 한 ‘톰 왓슨’ 얘기뿐이었다. 그 해 우승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들은 훗날 2009년 디 오픈 우승자가 누군지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준우승을 한 톰 왓슨을 기억할 것”이라고.

그의 예견은 맞았다. 뱁새도 그 해 우승자 이름이 가물가물했다. 기록을 찾아보고서야 그가 ‘스튜어트 싱크(Stewar Cink)’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준우승을 기록한 톰 왓슨이 그 때 나이가 만 59세였다는 사실도 되새겼고. 지난 10년 새 뱁새도 골프가 조금 늘어 프로 골퍼가 됐다. 인생에 대해서도 조금 더 이해하게 됐고.

그리고 10년 전 톰 왓슨이 벌인 명승부가 어떤 의미였는지 깨닫고는 몸서리를 쳤다. 59세에 세계 최고 귄위를 가진 대회에서 우승을 다투다니. 물론 뱁새는 지난 2009년 디 오픈이 끝나고 나서는 톰 왓슨이 누군지 훨씬 더 많이 알게 됐다. 그가 쓴 책을 서점에서 발견하고 뱁새가 주저 없이 집어 들었을 것은 뻔한 일.

그런데 그의 책 내용은 너무 간단했다. 적어도 아직 ‘하수’였던 뱁새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그 책은 ‘최저점’을 맨 먼저 얘기하고 있었다. 스윙에는 최저점이 있다는 얘기였다. 아이언 샷은 최저점 전에 볼을 맞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립을 잘 잡는 법’이 그 다음이었다. ‘셋업을 잘 하는 법’이 이어졌고. ‘10타 줄여주는 비결’이나 ‘비거리 20m 늘리는 비법’ 따위를 알려주는 속칭 ‘비급’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때는 몰랐다. 그가 알려주려고 했던 것이 어떤 것인지를. ‘기본이 중요하다’고 그가 얼마나 말하고 싶었는지를. 세계 최고 골퍼중 한 사람인 톰 왓슨이 말이다. 뱁새는 그렇게 잊어버리는 듯 했던 톰 왓슨을 아니 ‘톰 왓슨 선생’을 다시 만났다. 바로 PGA 투어 챔피언스 해설을 맡으면서.

화면속 그는 10년 전에 비해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그런데도 젊은 시니어들 틈에서 여전히 뛰고 있었다. PGA 투어 챔피언스 칼럼을 쓰면서 꼭 한 번은 그 얘기를 쓰고 싶었다.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 왔다. 그가 지난달 말 메이저 대회 ‘2019 US 시니어 오픈’에서 ‘에이지 슈팅(age shooting)’을 기록한 것이다.

그렇다. 바로 나이와 같거나 더 적은 타수를 치는 그 꿈같은 기록 말이다. 그것도 나흘 경기 중 사흘이나 그랬다. 하필 그 대회 해설을 뱁새가 맡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뱁새가 얼마나 거품을 물며 그를 칭송했을지는 말하나마나다. 그는 첫날 69타 둘째날 68타 그리고 넷째날 다시 68타를 쳤다. 최종 성적은 공동 17위. 50세를 갓 넘은 영건(?)이 즐비한 투어에서 거둔 성적이니 놀랄만 하다. 만 69세 나이로 말이다.

PGA 투어에서만 39승을 거둔 그는 잭 니클라우스 뒤를 잇는 전설이다. 디 오픈은 무려 다섯번이나 재패했다. 프로로 데뷔하자마자 마스터즈는 우승했고 한 번 더 했다. US 오픈도 우승했고. PGA 챔피언십만 준우승에 머물러 커리어 그랜드 슬램은 아쉽게 달성하지 못한 그다. 톰 왓슨의 플레이는 ‘골프채널코리아’가 중계하는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 볼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톰 왓슨 선생이 강조하는 ‘기본’을 느껴보기 바란다. 김용준 골프채널 코리아 해설위원(KPGA 프로 & KPGA 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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