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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골프장의발견] 베어크리크GC - ‘원조’명문 퍼블릭
하늘에 떠다니는 운악산(雲岳山)을 보셨습니까.

운악산 구름 능선을 마주보는 <베어크리크컨트리클럽>은 “한국 으뜸 골프장”으로 손꼽혀온 곳입니다.
한국 최고 명문 골프장이라 하면 ‘클럽나인브릿지’나 ‘안양CC'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런 곳들은 극소수의 회원들만을 위한 클럽이므로 대부분의 골퍼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지요.
최근에는 남해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이나 해남 ‘파인비치골프링크스’ 등 귀한 ‘퍼블릭코스’들이 생겼으나, ‘돈과 시간’을 많이 드는 곳이므로 대다수 골퍼들이 즐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베어크리크골프클럽(이하 ‘베어크리크GC')은 (수도권의)많은 골퍼들이 수시로 이용할 수 있으면서도 ‘회원제 명문’ 못지않게 좋은, 그래서 ‘정말 으뜸가는 골프장’으로 십 수 년 동안 평가되어 옵니다.
이번 탐사에서는 ‘크리크코스’를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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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 홀.


1. 역사와 위상

‘한국 골프장 역사’를 바꾸다
베어크리크GC는 2003년 개장할 때부터 ‘한국 골프장의 역사를 바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문을 열기 전부터 아름다운 풍광과 뛰어난 코스 품질이 예고되었기에 골퍼들의 관심을 모았던 곳인데, 당시로서는 극히 드물게 2개 코스 36홀 모두 퍼블릭코스로 문을 연 것이지요.

그때는 ‘퍼블릭’이라 하면, 회원제 18홀 코스를 만들면서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투리땅에 ‘구색으로 만든 짧고 조악한 간이 골프장’ 정도로 인식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보니 베어코스 18홀, 크리크코스 18홀 모두 예상보다 품질이 훨씬 높았지요. 웬만한 명문 회원제 골프장을 능가하는 ‘고품격 퍼블릭코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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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 홀 그린(베어크리크 사진).


‘한국 최고 퍼블릭’의 위엄
2005년 <서울경제골프매거진>이 선정한 ‘한국 10대 골프코스’ 평가에서 베어크리크GC는 6위에 올랐습니다. 이것은 퍼블릭코스로서는 초유의 사건이었지요. 그해 한 번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 뒤로도 여러 기관들의 평가들에서 줄곧 ‘한국 톱10’에 안에 드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특히 퍼블릭코스로는 오랫동안 단연 ‘한국 으뜸’으로 평가 받아왔습니다.
2010년대 초중반에는 최고명문클럽을 지향하던 회원제 골프장들이 대중제 퍼블릭으로 전환하는(사우스스프링스, 레인보우힐스, 파인비치 등) 흐름이 있었고, 처음부터 ‘회원제보다 더 좋은 퍼블릭’을 지향하며 문을 연 골프장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베어크리크GC는 ‘서울경제골프매거진 대한민국 10대 퍼블릭 코스’ 등의 평가에서 줄곧 1위에 선정되어 왔으며, 2018년의 평가에서는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과 ‘파인비치골프링크스’에 이어 3위에 랭크되었습니다.

또한 레저신문이 선정하는 ‘친환경 골프장 베스트 20’에 4회 연속 1위로 선정되는 등 골프장의 친환경 경영을 이끄는 데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겨오고 있습니다.
(‘2019~2020 골프다이제스트코리아 대한민국 베스트코스’에서는 크리크코스가 한국 전체에서 34위에 선정되었습니다. '골프매거진' 평가에서는 베어크리크보다 훨씬 낮은 평가를 받은 코스가 '골프다이제스트' 평가에서는 더 상위에 랭크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평가 기관들의 순위 평가 기준은 어딘가 서로 다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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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평가 상패들(베어크리크 사진).


아무나 예약 못하는 퍼블릭
베어크리크GC가 문을 연 2003년 즈음 이후로 골프장 회원권 분양 시장은 급속히 쇠퇴하면서 그 몇 년 뒤부터는 수많은 골프장들이 위기를 맞게 됩니다.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권을 판매한 돈으로 골프장을 짓는 데는 유리하지만, 상대적으로 운영 수익이 적고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므로, 회원권 분양이 잘 안되거나 회원 보증금 예치기간 만료 시점이 되면 곧바로 위기를 맞기 쉬운 것이 우리나라 회원제 골프장 업계의 현실이지요.

베어크리크GC는 이러한 시장변화 속에서 과감하게 ‘고급 퍼블릭 골프장으로 시작하여 탄탄하게 운영해 왔습니다. 골프코스의 품질을 높이고 소액의 예약 예치금(30만원)을 입금한 고객들을 우대하는 ‘인터넷 회원제’를 도입하여 크게 호응을 얻은 것입니다.
지금도 ‘누구나 예약할 수 있는 퍼블릭코스이지만 부지런해야만 예약할 수 있는’ 귀한 골프장의 위상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인기가 높다는 것이며 좋은 코스와 세심한 관리가 그 비결이라고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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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애호가와 탄탄한 경영
이 골프장을 운영하는 삼보개발(주)은 제지사업과 교육사업을 운영하는 삼보판지(주)의 계열회사로 알려집니다. 처음에는 베어코스와 크리크코스의 주인이 달랐는데 크리크코스를 운영하던 현재의 대주주가 베어코스까지 인수한 뒤, 크리크코스를 과감하게 리노베이션 함으로써 각 코스의 특성을 살려 통합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을 연 뒤 5년 동안 순조롭게 운영되던 크리크코스를 2008년 ‘전략적인 디자인의 양잔디 코스’로 전격적으로 뜯어고쳤습니다. 처음에는 클럽하우스에 가까운 베어코스의 인기가 좀 더 좋았는데 리노베이션 후에는 크리크코스가 한국에서 손꼽히는 ‘명품 코스’로 평가되며 양쪽 코스가 각각 나름의 가치로 선호되고 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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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코스에 대하여

명산 군봉에 안긴 둥지
이 골프장은 크고 작은 산들에 에워싸여 있습니다. 북쪽으로 먼 곳에는 명성산(921.9m), 가까이는 금주산(568.2m)이 겹능선으로 펼쳐지고, 동쪽에는 원통산(566.2m) 서쪽은 천주산(423.4m)...... 그리고 남쪽에는 운악산 만경대(934.7m)와 병풍바위 등의 군봉이 열두 폭 병풍 속 구름처럼 떠다닙니다.
그 구름 능선들에 둘러싸인 야트막한 구릉에 베어크리크GC가 있습니다. 봉긋한 산자락이지만 누군가의 품에 안겨있는 둥지 같습니다. ‘베어크리크’ 라는 이름이 주는 선입견으로 보면 ‘어미 곰 품 안의 아기 곰’ 같은 느낌이랄까요. 해발 150미터에서 220미터에 이르는 낮은 구릉의 포근한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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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크코스 전경(베어크리크 사진).


산을 끌어안고 기대고
베어크리크GC 코스의 최초 설계자는 우리나라 골프 설계가 ‘1세대 3인방’ 중 한 분인 장정원 님입니다. 태릉 육사골프장을 시작으로 뉴서울CC 남코스, 남부CC 등을 설계한 분인데 '자연지형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고 보기플레이어가 즐기는 데 지장이 없는 코스'를 지향해온 골프코스 설계가로 알려집니다. 그가 베어코스와 크리크코스를 모두 설계했다 하며, 그 중 크리크코스는 2008년 노준택 님이 리노베이션을 맡아 전면적으로 고쳤습니다. 노준택 님은 스카이72하늘코스와 이천마이다스, 몽베르CC 남코스, 그리고 웰링턴CC의 그리핀, 와이번 코스를 설계한 ‘2세대 설계가’입니다.
이번에 살펴보는 크리크코스는 결과적으로, 장정원 님의 기본 ‘루트플랜’ 위에 노준택 님의 ‘루트 수정과 조형설계’가 결합된 것입니다.

우선 저는 ‘루트플랜’이 좋다고 느낍니다. 코스를 둘러싼 수려한 산들을 멀리 또는 가까이에 바라보고 끌어안고 기대고 안기면서 라운드 하는 기분은 그 어느 골프장에 비할 수 없는 천혜의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지형과 경관의 특성을 살려서 차경(借景;주위의 풍경을 그대로 경관 구성의 재료로 활용) 기법을 한껏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게임을 마무리하는 9번 홀과 18번 홀이 모두 해가 지는 쪽을 마주보는 오르막인 점이, 저 혼자 생각으로는 약간 아쉽다고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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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홀(베어크리크 사진).


노준택의 살가운 리노베이션
좋은 자연환경에 앉은 루트플랜 위에, 노준택 님은 동화적인 조형 스토리를 입혔습니다.
우선 ‘베어크리크’라는 이름을 살려서 곰이 다닐듯한 언덕과 실개천(Creek)들을 그린 듯이 흘려 놓았습니다.
'투 그린'이었던 것을 '원 그린'으로 바꾸기도 했고, 잔디를 켄터키블루그래스(양잔디)로 바꿔서 푸름이 유지되는 기간을 늘리고 골프 샷의 감도를 높이기도 했지요.

먼 산이 바라보이지 않는 분지형 홀들에서는 낭만적인 호수와 계류를 조성해서 플레이어의 시각을 안으로 잡아끌도록 했습니다. 산과 하늘 경관에 비해 비중이 적었던 호수와 물의 흐름을 재해석해서 ‘크리크’ 컨셉의 매력을 재창조해낸 것이지요. 나뉘어 있던 연못을 합쳐서 큰 호수를 만들고 비치벙커들을 배치하며, 그를 휘감아 돌며 연이어 홀(15, 16, 17번)이 이어지도록 해서 각 홀의 심미성을 높이는 한편 코스 전개 리듬과 다양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플레이어가 주변의 산들과 좀 더 교감하도록 티잉구역과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 그린의 높이 등을 조정했다고 합니다. 산과 하늘과 그린 지평선이 만나는 선과 면의 비례가 플레이어의 눈에 좀 더 아름답게 보이도록 ‘시각의 황금비율’을 추구한 것이지요.

이런 것 말고도 많은 변화를 주었겠지만 제가 보고 듣고 느껴서 아는 것은 그렇습니다. 코스를 라운드하고 나면 세월을 거슬러 소년으로 돌아가서 한 편의 동화 속을 여행하고 나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노준택이라는 설계가는 사람과 코스의 친화력을 만들어 내는 스토리 능력이 섬세한 듯합니다. 스토리의 소재는 산, 하늘, 땅과 물이며 그 안에서 골퍼는 저마다 가슴 설레는 주인공이 됩니다.

조화로운 난이도의 리듬
코스의 난도는, 요즘 새로 만들어지는 도전적인 코스들보다는 편안해 보입니다만 난이도의 배치와 리듬은 조화롭습니다. 난이도를 가름하는 요소들은 티 샷에는 적게 적용되어 있고 그린으로 갈수록 조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5개의 티잉 구역이 설치되어 있어서 누구나 실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데, 분수에 맞게 선택하면 어려움과 즐거움을 적절하게 느낄 코스입니다.

즉, 티샷은 대개 편안하게 칠 수 있습니다. 프로 급 '고수'나 아마추어 '하수'나 마찬가지로 마음껏 티샷할 수 있습니다. 도전과 보상이 있는 모험 홀이 두세개 있어서 도전의 재미도 적절히 안배되어 있다고 봅니다. 티잉 구역에서 그린이 보이는 홀이 대부분이라 전략을 세워가며 공략하기도 좋습니다. 페어웨이에서 그린을 공략할 때에도 대개는 벙커 등의 위협요소가 있지만 그린 입구가 반쯤 열려있고 그린 주변에 안전 지역이 있어서 도전할 것인가 우회할 것인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토너먼트 코스로 기획된 것이 아닌 퍼블릭 코스이므로 ‘샷 밸류(잘 친 샷과 못 친 샷을 가려내는 변별력의 지표)’가 예민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골프장 경영자와 설계자가 의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프로급 실력 골퍼들의 게임에서는 어렵게 세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고 평균적인 실력의 골퍼들은 편안하게 플레이하도록 안배한 것이지요. 그런 한편 그린은 굴곡과 구역의 편차가 커서 정교한 플레이가 필요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티잉 구역과 러프의 조정을 통해 다양한 클럽의 기술 구사 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세팅이 가능한 코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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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홀.


‘샷 밸류’와 골퍼의 '행복감'
코스 랭킹을 평가하는 기관들의 평가 지표는 한결같이 ‘샷 밸류’에 가장 많은 배점을 두고 있습니다. 원칙으로만 보면, 골퍼들의 실력차를 가려내는 변별력이 예민하게 높은 코스일수록 상위 순위에 오르기 유리한 것이지요.

그런데 골프 코스의 '샷 밸류'란 무엇을 말할까요. 흔히, 잘 친 샷과 못 친 샷의 '가치'가 스코어에 공정하게 반영되는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라고 설명됩니다. 그 코스에서 잘 친 샷과 못 친 샷이 다음 샷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말하기도 하고, 잘 친 샷에는 보상을 주고 못친 샷에는 불이익을 주도록 각 홀이 골퍼에게 얼마나 다양한 위험과 보상을 동시에 제공하는지를 말하기도 하며, 볼을 멀리 쳐 보내는 신체 능력과 정확히 쳐서 목표 지점에 세우는 기술 능력, 각 홀의 공략 전략을 구사하는 지적 능력과 공간 지각 능력을 고르게 평가하는 변별성 갖는가 하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변별작업이 얼마나 공정하게 수행될 수 있는 코스인가를 가늠하는 것도 샷 밸류를 측정하는 요소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평가 패널들이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면밀하게 계수화해서, 엄정히 판별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샷 밸류에 대한 이해와 적용이 엄밀하지 않으면, 다른 외부적 변수나 선입견 등이 코스 평가와 랭킹 선정 과정에 많이 간여하게 될 듯합니다.

이 코스는 프로급 골퍼들의 실력을 까다롭게 판별하도록 세팅할 수도 있고, 평균적인 실력의 골퍼들은 자기 실력만큼의 점수를 낼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됩니다.

샷 밸류 같은 복잡 미묘한 항목을 접어두고라도, 이 코스는 아름답습니다. 산중코스의 매력이 때로는 다이나믹하게, 때로는 그윽하게 넘치는 곳이지요. 산과 하늘의 서정적 이야기가 흐르는 풍치를 외면하고 골프공에만 집중하기는 참 아까운 곳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토너먼트 코스로서의 최고를 가리는 것이 아닌 바에야, 이 어여쁜 코스의 평상 세팅 샷 밸류 정도면 누구에게나 가장 조화로운 행복감을 줄 것이라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코스는 '대한민국 최상위 등급 군'에 들 자격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3. 인상적인 홀들

이 골프장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운악산은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 5악'에 꼽히며 ‘경기소금강’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이 산의 정상인 만경대를 중심으로 높이 솟구친 암봉들이 구름을 뚫을 듯하다 해서 ‘운악(雲岳)’이라 불린다 하지요. 미륵바위, 눈썹바위, 만경대, 병풍바위, 등 수려한 암봉들을 가장 아름답게 관망할 수 있는 곳이 이 크리크 코스입니다. 그런 만큼 인상적인 홀들이 많으나, 그중 몇 개 홀들을 골라 살펴봅니다.

3번 파3홀 - 운악 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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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만경대 군봉들을 가장 가깝고 선명하게 마주보는 홀입니다. 산 너머 쪽 기슭에는 썬힐CC, 리앤리CC 등이 있는데 그곳은 산중에 묻혀 있어서 오히려 코스에서 운악산의 모습을 잘 보기 어렵고, 이곳에서 운악의 병풍 같은 군봉들이 잘 보입니다. 언뜻 한눈에 감탄하는 절경은 아닐 수 있지만, 가만히 느껴보면 숨 막힐 듯 정밀한 구도가 펼쳐진, 153미터(레귤러 티 113미터) 파3홀입니다.

9번 파4홀 - 곰의 실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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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코스 리노베이션 때 노준택 설계가에 의해 만들어진 실개천입니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오르막 홀이 이 실개천으로 인해 동화적인 상상력이 흘러넘치게 되었습니다. 실개천에 공이 들어가면 나오기 어렵습니다만, 돌쩌귀를 들치고 송사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들기도 하는군요. 바위 사이로 졸졸 흐르는 물은, 늙어가는 골퍼의 마음을 동심으로 되돌리는 생명수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13번 파4홀 - 운악 스카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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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 홀.


이 골프장 단골 골퍼들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크리크코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홀’로 선정된 홀이라 합니다. 약간 오르막에 솟아오른 ‘엘리베이티드그린’으로 올라가다 보면 그린 지평선 위로 하늘과 운악산(雲岳山)만 보입니다. 골퍼들은 그 풍광에서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을 느끼는 듯합니다. 구름이 산을 감돌 때는 범접하기 힘든 신령스러움도 느끼게 되지요.
이곳에서 남성적인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반면, 그 다음 14번 홀에서는 이와 비슷하면서도 다소 여성적인 느낌으로 다른 ‘주금산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습니다.

15번 파3홀 - 하트그린, 더블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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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 홀 더블그린.


이 홀에서만 그린이 두 개입니다. 왼쪽 그린은 아일랜드 형, 오른 쪽 그린은 반도 형이며 특히 왼쪽 그린은 하트 모양입니다. 모양이 독특하고 예뻐서, 이 홀 티잉 구역은 골퍼들에게 사진 촬영 배경으로 애용됩니다. 리노베이션 할 때, 설계가는 아일랜드 형의 ‘원 그린’으로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소유주와 코스 관리 담당자들이 "아일랜드 그린은 겨울에 쉽게 언다"는 이유로 '반도형 그린'을 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러면 둘 다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실행했다는 군요. 결과적으로 ‘크리크의 명물’이 된, 기억성 높은 '더블그린 홀'입니다.

15, 16, 17번 홀 - 산중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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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3개 홀은 라운드 하면서 주변의 산을 잘 볼 수 없어서 다른 홀들보다는 전망이 좋지 않은 구역이었습니다. 2008년 리노베이션 할 때, 이 홀들에 나뉘어 있던 연못을 가운데로 합쳐서 커다란 호수로 만들고 ‘비치벙커’를 배치함으로써, 아름다운 산중호수를 낀 3개 홀 구역이 형성되었습니다. 특히 17번 홀은 세컨샷 지점에서 바라 본 그린 주변의 모습이 이구역의 '시그니처 존'이랄 만큼 서정적입니다. 프로골퍼들에게는 어렵지 않은 홀이겠으나 평균적인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티잉 구역과 그린 핀 위치 설정에 따라서 게임 승부의 막판 변수가 빚어질 수 있는 홀입니다.

4. 관리, 서비스, 사회기여

‘명문회원제 코스급’ 관리
이 (크리크)코스의 페어웨이 잔디는 '켄터키블루그래스' 종(양잔디)입니다.(베어코스는 한국중지) 이 품종의 원산지는 추운 지방이므로 이른 봄에서 초겨울까지 푸른빛이 유지되며 생육 기간이 길지만, 무더운 여름을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약간만 잘못 다루면 더위에 타서 죽어버리기에 온도를 낮추고 습도를 조정해주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가 없는데, 손님을 많이 받지 않는 명문 회원제 골프장들은 그나마 관리하기가 낫지만 이용객이 많은 퍼블릭 골프장에서는 더욱 섬세하게 관리해 주어야 합니다.

이 코스의 양잔디 관리는 늘 모범적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잔디가 웬만한 ‘명문 회원제’ 골프장 못지 않게 잘 관리되어 있다고 봅니다.
페어웨이는 16밀리미터 정도, 러프는 42밀리미터 높이로 관리되며, 그린스피드는 스팀프미터 계측 기준으로 평소에는 2.8미터~3.0미터, 대회가 열릴 때는 3.0미터~3.2미터 수준으로 관리된다고 합니다. 퍼블릭 골프장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섬세한 수준으로 관리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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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위’ 친환경 골프장
2019년 ‘레저신문’이 선정한 ‘친환경 골프장 베스트 20’에서, 이 골프장은 1위에 선정되었습니다. ‘4회 연속 1위’였다고 하지요. ‘지열 시스템’을 도입해서 유류 사용을 줄이고 LED조명으로 탄소배출량을 저감하며, 잔디 예지물을 토착 미생물로 발효, 숙성하여 퇴비로 재활용 하는 등의 농법을 개발하여 적용한다 합니다.
자연 경관이 워낙 수려한 곳이기도 하지만 코스 곳곳에 위치한 수목들도 감상할 만합니다. 올해 별세한 선대 소유주의 소나무 사랑이 각별했다는데, 코스 곳곳에는 크고 귀한 소나무들이 많습니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울창한 자연림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클럽하우스, 지원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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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홀 골프장인 만큼 클럽하우스는 규모가 큽니다. 클럽하우스가 베어코스 쪽에 있어서 크리크코스는 카트로 10여분 이동해야 하지만, 기능적으로는 모자람이 없는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라커룸이 코스별로 나뉘어져 있고 식당과 로비 프로샵 등 편의시설도 넓고 기능적입니다. 2013년에 증축했다는데 일부러 모양을 내려고 하지 않고 기능에 충실하면서 시대감각을 반영한 디자인이 엄정해 보입니다. 클럽하우스 건축은 소유주의 성향과 안목이 엿보이는 부분이지요. 안정감 있고 간결한 분위기에 깊이가 엿보여서 ‘베어크리크’라는 이름에 잘 어울립니다.
크리크코스에는 별도로 어프로치 연습장도 설치되어 있으니 일찍 도착하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오래 다져진 서비스
퍼블릭코스이면서도 개장 초기부터 인터넷 회원 망을 탄탄하게 구축해온 골프장이므로, 고객 서비스 수준은 여느 ‘골프장들의 모범’으로 평가받아 옵니다. 각종 멤버십 등급을 운영하고 있고 회원의 혜택도 다양합니다. 자주 이용하는 고객과 여성, 시니어, 단체 이용 등에 대한 혜택도 세세하게 운영됩니다.
분실물관리, 폭염기 생수와 수건 제공, 동절기 손난로, 핫팩 서비스 등 세세한 부분까지 잘 관리되는 점이 이 골프장의 또 다른 장점이라 합니다.
제가 경험한 캐디들은 실력과 서비스가 뛰어난 분들이었는데 모두 다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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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크리크배 아마추어 선수권대회 시상식(베어크리크 사진).


골프문화 기여
올해 ‘US여자오픈’ 대회에서 우승한 ‘이정은6’ 선수는 여고 2학년이던 2013년에, ‘베어크리크배 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바 있습니다. 이 골프장에서 매년 주최하는 대회로 올해로 7회째라 하지요. ‘베어크리크배 시각장애인골프대회’도 12회째 이 골프장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화려한 정규 프로대회는 개최한 바 없지만, 골프문화의 한 부문에서 꾸준하게 역할하고 있는 것도 이 골프장의 한 측면입니다.

▶덧붙임 - 꾸준함과 새로움
‘베어크리크’라는 이름은 선대 소유주 고 류종욱 회장이 정한 것이라 합니다. 여러 이름 후보들 가운데 ‘옛날 운악산에 곰이 많았다’는 이야기 등을 참조해서 골랐다고 하지요. 그런 까닭도 있겠습니다만, 좀 둔감한 제가 느끼기에도 이 골프장에는 뭔가 ‘곰’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분위기가 흐르는 듯합니다.
크리크 코스 리노베이션을 한 노준택 설계가 등 몇 분의 말에 따르면 선대 소유주에게서 ‘곰’처럼 장중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하더군요. 우직하게 스스로의 길을 가는 분위기가 강한 분이었다 합니다. 회사는 소유주의 성품을 닮고 땅의 주인은 그 땅을 닮기 마련이지요. 우리나라 골프장은 대개 산을 파헤치며 짓기 마련인데 베어크리크GC라 해서 그에서 자유롭지는 않겠으나, 이곳에서는 무언가 산을 우러르고 산에 안기고 땅의 흐름을 잘 느껴서 기대어 앉아있는 느낌이 듭니다.

베어크리크GC는 한국 골프장의 새로운 지평을 연 바 있습니다. 그리고 우직하게 일류코스로서의 명성과 서비스 품질을 꾸준히 지켜왔습니다.
그런 한편 골퍼들과 골프장들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와도 다르게 신세대골퍼와 여성골퍼, 스크린 골프 등이 골프 문화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고 골프장은 경기의 장소로서 뿐 아니라 골퍼들의 ‘힙 플레이스’, ‘패션 런웨이’ 로서의 장소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회원제 골프장보다 퍼블릭 골프장들이 점점 많아지고, 베어크리크GC 못지않은 ‘명품 퍼블릭’ 골프장들도 속속 나오는 추세입니다.

베어크리크의 가장 큰 장점은 ‘흐름을 느끼고 변화를 만들어온 힘’ 아닐까 생각합니다. ‘땅의 흐름’ 뿐 아니라 ‘시대의 흐름’도 느끼고 주도한 것이지요. 베어크리크 코스의 아름다움과 안정적인 경영은 다른 골프장들이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자산이겠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그와는 또 다른 차원의 ‘크고 우직한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베어크리크의 새로운 진화를 기대합니다.

글과 사진 류석무 / 경영인. 골프 스토리라이터
이 탐사기에 대한 의견은 글쓴이에게 이메일(smyou21@naver.com) 보내 주셔도 감사히 받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컨텐츠는 계절마다 업데이트하여 재발행 되며 책으로도 발간될 예정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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