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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골프장의 발견] 서원밸리CC - ‘마음이 착해지는 코스'
십여 년 전에 이 골프장에서 어느 무용가와 한 조가 되어 라운드 한 적이 있습니다. 마음씨의 순수함이 온몸의 건강함으로 뛰쳐나오는 듯 아름다운 여자 분이었지요. 서원코스 2번 파5 홀의 높은 티잉 구역에 서서 페어웨이를 내려다 볼 때, 그의 입에서 낮고 긴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아…… 음악이 흐르는 것 같아요. 춤 추고 싶어……”

그 분은 그 파5 홀을 춤추며 날아다녔습니다. 첼로 곡선 모양으로 난 잔디 길을 우리도 함께 리듬을 타고 흘러갔지요. 그날 나머지 홀들은 일행들 모두 나비가 된 꿈에 홀려 지나간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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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문코스이자 문화 명소

상서로운 자리
‘서원(瑞原)’은 '상서로운 곳'이라는 뜻으로 파주 부근의 땅을 이르는 옛 이름입니다. 고려 때는 서원현, 조선시대에는 서원군으로 불렸다는 군요. “파주, 고양, 양천 등 도성 사방 일백리 이내에는 금표(禁標)를 세워서 사냥하는 장소를 만들고, 금수를 기르는 마당으로 삼았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있다는데 이 골프장이 들어선 금병산 기슭이 그 가운데 한 곳이라 합니다.

금병산(294m)은 아름다운 병풍을 둘러 친 모양이라는 뜻입니다. 조선시대 영조 임금이 생모 최숙빈의 묘지를 찾아 왔다가 보고 “비단으로 병풍을 친 것 같으니 앞으로는 금병산(錦屛山)으로 불러라”고 이름을 내렸다 하지요.

금병산이 바람을 막아주어 추위와 더위가 덜하고 햇빛이 많이 드는 분지에 1996년 ‘동아그룹’이 이 골프장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박세리 선수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국내 골프가 비약적인 전기를 마련하던 즈음이었으나, ‘IMF시대’의 격랑을 이겨내지 못하고 동아그룹이 해체 되는 과정에서 1999년 대보그룹이 이 골프장을 인수하였고, 2000년 6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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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건설 당시 2번 홀(서원밸리 사진).


‘한국 10대 코스’ 단골 명문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이하 ‘서원밸리CC’)은 문을 열 때부터 ‘수도권 북부 최고의 명문’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2003년 ‘SBS골프닷컴 네티즌이 뽑은 한국 베스트 골프장’ 1위,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이 선정한 ‘한국 베스트 골프장 TOP 10’ 중 7위에 선정되는 것을 시작으로 매년 여러 기관 단체들이 선정하는 ‘한국10대 골프장’ 안에 이름을 올려 왔습니다.

그 뒤로 ‘잭 니클라우스’, ‘해슬리 나인브릿지’, ‘트리니티’, 등 세계 유명 코스 디자이너들이 설계한 신규 골프장들이 ‘초명문 프리미엄 멤버십’을 지향하며 문을 열었지요. 그런 흐름 가운데 다소 순위의 변동은 있으나, 서원밸리는 꾸준히 10위권 안팎 골프장으로서의 위상으로 평가(2019년 5월 골프다이제스트 코리아의 평가에서는 한국 순위 14위 코스로 선정)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순위 평가의 방식과 위상에 대해서는 제가 잘 알지 못하지만, 오랫동안 변함없이 높은 등위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적어도, 이 골프장이 기본적인 설계 토대가 견실한 가운데 지속적인 관리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겠습니다.

초유의 ‘문화 골프장’
이곳은 골프장으로 뿐 아니라 <서원밸리 그린콘서트> 라는 대형 문화행사가 매년 열리는 공연 장소로서, 그리고 박인비 선수가 야외 결혼식을 올린 연회장소로도 유명합니다. 골프장이 개장한 첫 해인 2000년부터 밸리코스 1번 홀 페어웨이에서 열리기 시작한 ‘그린콘서트’ 야외 음악회는 이십년을 이어져 올해 5월 25일에도 치러졌습니다. 이 ‘그린콘서트’는 한국에서 골프장을 일반에게 개방하여 연 초유의 문화 행사로 화제를 불러 일으켜 왔지요. 매년 5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데, 이제는 지역 문화행사를 넘어 외국 관람객까지 찾아오는 ‘한류 콘서트’로 이름과 위상이 높아졌다 합니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그룹이 된 방탄소년단이 몇년 전 이 콘서트 무대에 올랐을 만큼 출연자들이 화려한데, 매년 행사 때마다 4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모인다는 군요. ‘명문 골프장’으로 뿐 아니라 ‘문화 명소’로도 자리매김 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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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코스에 대하여

이 탐사기를 쓰기 위해 지난 주에 이곳에서 다시 라운드 했습니다. 함께 라운드 하던 제 친구가 서원코스 6번 홀 페어웨이를 걸어갈 때 눈을 가늘게 뜨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하더군요

“좋다…… 참…… 뭔가 마음이 착해지는 것 같은 풍경이네!”

‘고향 같은 골프장’ 이라는…
이 골프장의 슬로건은 “고향이 느껴지는 서원밸리” 라 합니다. 야트막한 금병산 기슭과 골짜기를 다듬어 정남향의 분지를 마련하고 대부분의 홀들을 남북 방향으로 앉혔습니다. 밸리코스 1번 홀과 각 코스 9번 홀만 동서 방향인데 1번 홀은 서쪽으로, 9번 홀은 동쪽 방향으로 진행하게 해서 태양을 마주보고 플레이 하지 않도록 시간의 흐름을 배려했습니다. 따라서 모든 홀에 그늘이 없이 햇빛 넘치는 분위기입니다.

해발고도 70미터에서 170미터를 오르내리는 완만한 구릉과 평지에 페어웨이를 넓직넓직하게 앉혔습니다. 남쪽으로 진행하는 홀에서는 가까운 도마산(88m)과 그 너머 박달산(363m)의 나지막한 겹능선을 바라보며 걷고, 북쪽으로 오르는 홀은 금병산의 수려한 병풍 봉우리를 마주하며 플레이 하게 됩니다. 남쪽 방향 홀은 먼 곳을 보며 꿈꾸는 소년의 마음이 되고, 북쪽을 마주한 홀에서는 산에서 뛰노는 동심이 불러 일으켜진다 할까요. 풍광이 주는 느낌이 이 곳만큼 편하고 따뜻한 코스는 많지 않겠습니다. ‘고향 같은 골프장’이란 이런 평안함을 말하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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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함과 아름다움에 중점
‘밸리코스’ 아홉 홀은 약간 길어서 마음껏 멀리 치기를 부르는 느낌이고, ‘서원코스’ 아홉 홀에서는 아기자기한 정교함이 돋보입니다. 특히 서원코스 2번 홀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5홀 2위’에 선정되기도 했을 만큼 화려한 홀이지요. 이 골프장이 ‘대한민국 10대 코스’에 꾸준히 꼽혀오는 데에는 이런 점이 큰 몫을 하는 듯합니다.

골프장 순위를 매기는 단체들이 내세우는 ‘코스 평가 기준’은 여러 가지 항목인데 공통적으로 가장 우선하는 것이 샷 가치(Shot Value / 홀들이 위험과 보상을 함께 제공하여 플레이어의 기량을 다양하게 시험하는 항목)라고 하지요. 그리고 난이도(Resistance to Score / 얼마나 어려우며 공정한가를 시험하는 항목)를 중요하게 본다고 합니다.

이 두 항목의 평가에서 서원밸리 코스가 요즘 새로 만들어진 도전적인 여러 코스들에 견주어 높은 평점을 받을 것이라 말하긴 어렵겠습니다. 이곳은 플레이의 편안함과 경관의 아름다움에 중점을 둔 코스이니 요즘 신규 코스들과는 ‘특성이 다른’ 것이지요. 쉬운 코스라 할 수는 없으나 이천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코스들은 마치 코스 평가를 위해서 만든 것인 듯 도전적이고 전략적인 강점이 두드러진 것들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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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가치’보다 착한 장점
코스 평가의 나머지 항목들은 디자인 다양성과 기억성, 심미성, 코스 관리, 지역사회 기여도, 서비스 등이라 하는데, 배점은 ‘샷 가치’ 항목이 두 배로 높다고 합니다. 반면에 지역사회 기여도와 서비스 항목의 배점은 절반으로 낮아서 ‘샷 가치’의 배점이 ‘기여도’의 4배가 되는 셈이라는 군요. 이 골프장의 두드러진 장점은 오히려 평가에 덜 반영되고 다소 불리한 측면의 배점이 더 높은 것이지요.

그런데도 이곳이 코스 평가에서 늘 높은 순위에 오르는 것은 아마도 기억성과 심미성, 코스 관리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산술적 추측을 해 봅니다. (기여도와 서비스 부분은 최고점을 받을 만하다고 보이며) 심미성 면에서 몇몇 홀들은 무덤덤한 제게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의 잔상을 남길 만큼 인상적이군요.

그만큼 이 코스는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입니다. 요즘 새로 떠오르는 코스들도 좋지만 저 같은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샷 가치’ 같은 전문적인 항목보다 “마음이 착해진다”는 친구의 말이 더 와 닿습니다. 코스 랭킹을 선정하는 전문가들도 이 부분에 더 마음이 끌리지 않았나 짐작해 봅니다.

3. 이야기가 있는 홀들

이곳 땅이 옛날에는 ‘왕의 사냥터’ 였다지요. 그래서인지 밸리코스에서는 사냥터 같은 활달함이, 서원코스에서는 왕비의 정원 같은 섬세함이 느껴집니다. 이곳을 처음 만들 당시 소유주였던 동아그룹 총수의 호방한 기질과 로맨틱한 사연이 녹아 들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보그룹이 인수한 뒤에는 ‘고향 같은 골프장’으로 지향점을 바꿨으니, 서로 정 반대라 할 수 있는 ‘왕의 놀이터’와 ‘고향 풍경’의 느낌과 정서가 묘하게 섞여 어울리고 드나들며 감도는 듯합니다.

서원 2번 ‘장미의 가시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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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코스 2번 홀.


이 글의 첫머리에서 말한, ‘무용가 동반자가 춤추었던 기억’이 빚어졌던 아름다운 홀입니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5 홀’의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었지요. 저는 이 홀이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모양으로 보이고, 그래서 걸어갈 때면 음악이 들리는 듯 하다고 느낍니다. 3개의 연못이 섬세한 정원 조각품처럼 새겨져 있고 잣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페어웨이는 구름 위의 공연 무대 같습니다. 연못 가 작은 폭포에서 졸졸 흐르는 물소리도 들리지요. 똑바로 치기만 하면 어려움이 없는 홀이지만, 이 홀에 흐르는 음률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인지 공이 물에 빠지고 숲에 들어가는 일이 흔하게 벌어집니다. 그래서 ‘장미의 가시’ 홀이라고 불린답니다. 아름다운 것에는 역시 가시가 있군요.

서원 8번 파3 시심(詩心)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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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코스 8번 홀.


두 개의 연못을 건너야 하는 파3 홀입니다. 그린 너머에 수려한 소나무들이 병풍처럼 도열해 있고 그린 왼쪽 연못은 금병산 능선 머금은 하늘을 거울처럼 담아내고 있습니다. 값비싼 소나무들 너머 보이는 금병산 한 봉우리의 깎인 면을 너무 예민하게 눈 여겨 보지 않으면 참 아름다운 홀이지요. 다음 홀로 건너가는 길에서 만나는 연못가 산수유 나무와 꽃밭 정원도 플레이어의 마음을 포근하게 합니다.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나 연못에 비친 느티나무가 시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시심(詩心)홀’이라 하는군요.

서원 9번 아일랜드 티잉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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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코스 9번 홀 아일랜드 티잉 구역.


골프장마다 ‘아일랜드 홀’은 많지만 ‘아일랜드 티잉 구역’은 극히 드물지요. 이 홀 레귤러 티보다 조금 앞에 자그마한 섬 모양의 티잉 구역이 별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구역에서 쳐 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에서 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코스의 설계자는 이재충 님이라는 분으로 '티클라우드'와 '파인리즈' 등의 코스를 설계했다고 하며 그가 설계한 다른 골프장에도 이런 아일랜드 티잉 구역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 아일랜드 티잉 구역에서 티샷 하는 사진을 찍어 두면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기도 합니다.

밸리 1번 ‘콘서트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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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밸리 골프장에서 가장 유명한 홀은 밸리 1번 홀입니다. 콘서트 홀(Hall)이 아니라 콘서트 홀(Hole)이지요. 매년 5월 마지막 토요일에는 이곳에서 수만 명이 모이는 ‘서원밸리 그린콘서트’가 열립니다. 페어웨이 전체가 관람석이 되고 그린 앞에는 무대가 설치되는데 한류 아이돌 그룹에서부터 7080 포크, 트로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이 펼쳐집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KBS 열린음악회’보다 규모가 더 크다는 이 행사는 2000년부터 매년 치러지고 있는 지역문화 축전이지요.

밸리 7번 금병산 단풍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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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코스 7번 홀.


569야드 오르막 파 5인 이 홀 페어웨이 양쪽에는 티잉 구역에서 그린 근처까지 단풍나무 숲이 길게 늘어서 감싸고 있습니다. 그 숲을 따라 금병산 능선을 마주보며 걷다 보면 이곳이 ‘임금님의 사냥터’ 였다는 것을 느낌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단풍잎이 지천으로 붉게 물든 사이로 파란 잔디길이 융단처럼 나 있고, 그 가운데로 어디선가 사슴이라도 뛰어 나올 것 같은 모습이지요. 가을이면 금병산이 그 이름대로 비단 병풍처럼 곱게 물듭니다.

밸리 8번 파3홀의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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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코스 8번 홀.


이 홀은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티잉 구역에서부터 그린까지 전체 홀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고, 맞은 편의 낮은 산들의 겹능선이 구름처럼 펼쳐지는 조망도 인상적입니다. 대나무 숲과 고사목이 어우러진 조경도 아름답지요. 그린 왼쪽 연못에 떠 있는 거북이 조형물은 이 홀의 명물이라 합니다. 이 거북이를 맞고 그린으로 튄 공이 바로 홀에 들어가서 ‘홀인원’이 된 적도 있었다는 군요. 거북이 조형물로 특징 지어 ‘무병장수’홀이라고 부른답니다.

서원 6번과 밸리 5번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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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 코스 6번 홀 두번 째 샷 지점.


밸리 5번 홀의 그린은 면적이 300평 정도로 큽니다. 가운데가 산처럼 솟아있고 양쪽으로 낮아서 마치 한라산이 솟아있는 제주도 모양 비슷하지요. 핀 위치가 그린 한 쪽 끝에 있을 때 그 반대편에 공이 올라가면 ‘쓰리 펏’은 각오해야 합니다. 핀 위치에 따라 정교한 아이언 샷 어프로치를 요구하는 이 홀의 이름은 ‘분화구 홀’이랍니다. 서원 6번 홀은 핸디캡 순위 1번으로, (똑바로 치는 샷이 실용적인) 이 코스에서 드물게 ‘기술샷’의 필요성이 두드러지는 홀입니다. 우측으로 완만하게 휘어진 홀의 배치와 연못 너머 땅콩 모양으로 놓인 그린이 페이드 샷이 유리하다고 주문하는군요.

4. 관리, 시설, 문화

‘서북부 최고 명문’의 관리
플레이 하면서 잔디 예초 작업을 하시는 분께 다가가 여쭤 보니 페어웨이 잔디는 12밀리미터, 러프 잔디는 30밀리미터 높이로 깎는다고 하시는군요. 일반적으로 ‘중지’ 잔디는 그렇게 짧게 깎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기에 골프장 측에 다시 문의하니 페어웨이 잔디는 보통 때 18밀리미터 높이로 관리하고, 정식 프로 대회를 치를 때는 12밀리미터까지 짧게 깎는다고 합니다. (이 코스에서는 2016년과 2017년 KLPGA 문영퀸즈파크 챔피언십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중지 잔디를 그 정도로 깎는 곳은 ‘중지 잔디의 고향’이라 불리는 안양CC 말고는 이곳에서 처음 보는 듯합니다. 그만큼 윤기 나게 관리한다는 것이지요.

이곳은 페이웨이와 러프에 ‘안양중지’ 품종을 심었는데 잔디에서 건강한 빛이 넘치는 듯 보입니다. 세미 러프는 보통 때 30밀리미터 높이, 대회 때 45밀리미터 높이로 깎고, 헤비 러프는 65밀리미터 정도로 관리 한다는 군요. 러프가 깊지는 않아서 공이 빠졌을 때 탈출이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그린은 보통 때 스팀프미터 계측 기준 2.9미터, 대회 때에는 3.4미터 스피드로 관리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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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밸리 전경(서원밸리 사진).


‘고향 어르신’ 같은 분들
이 골프장은 ‘레저신문’이 선정하는 ‘친환경 골프장’에도 꾸준히 선정되어 오고 있습니다. 자연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물의 취수와 활용, 탄소 발생을 줄이고, 미생물을 활용하여 비료와 농약을 적게 사용하는 친환경 관리를 지향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골프장을 만들고 즐긴다는 것 자체가 친환경에 어긋나는 일이긴 하겠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 골프장들은 대개 산을 깎고 메워서 만든 것이므로 어떻게든 자연에 생채기를 많이 낼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런 아픔 속에서 기왕에 만들어진 골프장이라면 원래의 자연에 못지 않도록 잘 관리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런 한편 이 골프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그린 보수하시는 분들의 표정과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즐겁게 플레이 하세요~!” 이렇게 크게 인사를 하시는데 그 모습이 고향 동네 어르신들 모습인 듯 정겹습니다. 이 분들의 모습은 이 골프장이 우리 고향을 어루만지듯 섬세하게 관리되고 있을 듯한 막연한 믿음을 주기도 합니다.

연습 시설, 문화 상업시설
이 골프장 부설 <서원아카데미>는 300야드 길이에 전자동 티업 시스템이 설치된 90타석 대규모 골프 연습장입니다. 2012년 리모델링한 시설로, 미국의 유명 설계가 데이비드 데일이 설계한 벙커 연습장을 비롯해서 어프로치 연습장, 퍼팅그린, 헬스장, 카페테리아 등도 갖추고 있군요. 한국프로골프협회가 인증한 골프연습장이라 하며 9개의 골프교습 단체가 입점하여 100여명의 엘리트 선수들이 연습하고 있다 합니다.

골프와 직접 관련이 있는 시설은 아니지만 ‘박인비 선수가 결혼식을 올린 곳’으로 유명한 <서원아트리움>은 골프장을 배경으로 한 야외 웨딩홀로 이름이 높습니다. 야외 행사장이면서도 지붕까지 설치된 시설과 조경이 좋아서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많이 활용된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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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 아트리움(서원밸리 사진).


‘그린콘서트’와 '나눔'
골프 코스 정보를 중심으로 살피는 [한국골프장의 발견] 탐사 연재의 취지에는 다소 벗어난 것이기는 하나, 이 골프장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서원밸리 그린콘서트>이므로 거듭 적습니다. 앞에 적은 것처럼, 이 골프장에서 매년 5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이 콘서트는 이 주변 지역사회를 넘어 아시아 여러 나라 관객들도 찾는 문화 행사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문턱 높은 회원제 골프장을 지역사회 주민의 문화 공간으로 개방한다는 뜻에서 개장 첫해부터 시작된 이 공연이 올해로 스무 해를 맞았지요. 지금은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방탄소년단’이 2015년에 이 콘서트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는 군요. 출연진 모두가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한다고 하며 공연 대행사에 행사 진행을 맡기지 않고 기획에서부터 행사 진행 전체를 골프장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대보그룹 성원들이 맡아 한다고 합니다.

매년 4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아오는 대형 ‘한류콘서트’로 발돋움 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린콘서트 기간에 자선 바자회가 열리는데 여기서 얻은 수익금은 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한답니다. ‘다문화합동결혼식’, 결식아동 예방 사업, 장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는 군요.

▶덧붙임 - 좋은 골프장이란

골프장 그늘집에 놓인 <서원에세이>라는 계간 사보를 들고 와서 보니 이 골프장에서 벌이는 여러 살가운 활동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문턱 높고 근엄하게 보이기 쉬운 회원제 골프장 스스로가 열린 자세로 사회에 다가서고 마음을 나누는 것은 누가 봐도 흐뭇한 모습일 터입니다. ‘왕의 사냥터’의 모습으로 마련된 놀이터에 ‘고향’이라는 정감을 더한 클럽 문화에도 공감하게 됩니다.

그런 한편 이런 문화의 바탕 위에, 지난 번 <스카이72 오션코스> 편에서 제가 덧붙였던 것처럼, 한 단계 진화한 ‘세계관’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스카이72가 마케팅의 방법으로 ‘동심의 마을’을 선택했던 것에서 진화하여 이제 좀더 진취적인 ‘세계관’을 가져야 할 시점을 맞게 되었다고 본 것과 같은 맥락에서, 서원밸리의 ‘문화 메시지’도 한 단계 도약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 것이지요. 이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 문화를 베낄 것이 없는 문화 발신지가 되어가고 있으니 이 나라에서 손꼽히는 골프장에서 열리는 문화 행동이 세계의 문화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습니다.

(여기부터는 개인 의견이니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이 골프 코스를 보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도 덧붙입니다. 서원밸리는 요즘 떠오르는 신규 명문 골프장들이 이끄는 ‘샷 밸류가 높은’ 코스의 유형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 코스로 보입니다.

샷 밸류를 높인 코스들이 점점 많아지고 코스 평가 기관들의 랭킹 선정 기준도 점점 ‘샷 밸류 중심’이라고 표방되어 가는 가운데서도, 서원밸리가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이 골프장이 갖고 있는 평안한 느낌과 ‘고향 같은’ 아름다움이 샷밸류 못지 않게 골퍼들이 중히 여기는 시대 초월의 가치이거나, 이 골프장이 벌이는 문화 행사들을 비롯한 소통 노력이 평가위원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리라 추측합니다.

물론 샷 밸류가 높고 어려운 코스가 엘리트 골퍼들과 전문가의 기준에는 좋은 코스이겠으나 모든 골퍼들에게 그런 코스가 필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겠지요. 랭킹이 높게 매겨진 곳이 반드시 좋은 코스라고 단정할 수도 없을 터입니다.

[한국 골프장의 발견] 시리즈는 코스 평가 기관들이 선정한 랭킹을 참조하여 상위 등급에 든 코스들을 우선적으로 탐사하고는 있으나, 코스를 평가하는 기준이 지금 추구되는 방법 말고도 다양할 수 있다는 생각과, 좀더 유연한 잣대를 운용하여 이 탐사 시리즈를 진행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옳다고 여깁니다.

조만간 이 시리즈 컨텐츠를 모아 책으로 발간할 때, 그런 유연한 잣대로 이 서원밸리CC의 아름다운 모습을 좀 더 서정적으로 발견하여 보완하도록 노력함과 함께, 실제보다 저평가된 여러 코스들의 가치를 발견하여 싣는 데도 힘쓰겠습니다.

글과 사진 류석무 / 골프 스토리라이터
이 탐사기에 대한 의견은 글쓴이에게 이메일(smyou21@naver.com) 보내 주셔도 감사히 받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컨텐츠는 계절마다 업데이트하여 재발행 되며 책으로도 발간될 예정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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