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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준 칼럼] 집념으로 일군 스콧 호크의 최고령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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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투어에서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스콧 호크. [사진=PGA투어]


독자는 생면 부지 골프 선수를 경기 내내 응원한 적 있는가? 타이거 우즈 같은 대선수가 아닌 어떤 누군가를 말이다. 나는 딱 한 번 그런 적이 있다. 바로 지난주에. 나는 지난주 평생 처음으로 골프 경기 해설을 맡았다. 골프 채널 코리아(IB스포츠)가 중계하는 미국 PGA 챔피언스 투어 ‘배스 프로샵 레전드’ 대회다.

미국 미주리주 빅시다로지(삼나무 오두막이란 뜻) 골프 리조트에서 열린 이 대회에는 살아 있는 전설들이 여럿 나왔다. 개리 플레이어와 리 트레비노, 그리고 벤 크렌쇼다. 톰 왓슨도 볼 수 있었다. 처음 이틀 동안 나는 침이 마르도록 살아있는 전설 얘기를 하고 또 했다. 그렇게 이틀째 중계를 끝낸 뒤 내 눈에는 평생 처음 보는 이름이 들어왔다.

스콧 호크(Scott Hoch)다. 그는 이틀 연속 선두를 지킨 팀 멤버다. ‘배스 프로샵 레전드’는 2인 1조 팀 경기다. 대회 기간 사흘 중 하루는 파71짜리 정규 홀에서 경기한다. 나머지 이틀은 파3홀로만 이뤄진 아홉 홀짜리 코스를 하루에 두 바퀴씩 돈다. 파3에서 열리는 대회라고 우습게 보지 말기 바란다. 얼마나 대단한 코스인지 파3에서 열리는 대회로는 미국 PGA가 유일하게 공인하고 있다.

코스 설계자가 잭 니클라우스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만만치 않은 코스라는 것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회에서 스콧 호크는 대기록을 세웠다.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즈에서 우승한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을 때라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말이다. 스콧 호크가 세운 기록은 바로 PGA 챔피언스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스콧 호크 조(톰 퍼니스 주니어와 한 조)는 마지막 날 2위 조에 두 타 앞선 채 출발했다. 먼저 출발한 2위 조(폴 브로드호스트 & 커크 트리플릿)는 지난해 이 대회 우승팀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첫 홀부터 다섯번째 홀까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선두를 맹 추격했다. 리더 보드 몇 칸 밑에 있던 비제이 싱 조(카를로스 프랑코와 한 조)도 저력을 보이며 공동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에 맞서 스콧 호크 조는 첫 홀에 팀 동료 톰 퍼니스 주니어가 홀인원을 잡아 내며 기세에서 밀리지 않았다. 중계를 하면서 나는 경기 중반부터 스콧 호크의 우승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가졌다. 네 타 차 선두로 네 홀을 남겼을 때 나와 정찬우 캐스터는 스콧 호크 조가 우승이 확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대회는 후반 아홉 홀을 ‘베스트볼’ 방식으로 치른다. 매 홀마다 같은 팀 두 선수 중 더 잘 친 선수 스코어를 그 팀 스코어로 삼는 것이다. 둘 중 한 사람만 무난하게 쳐도 우승은 따 놓은 것이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스콧 호크는 전혀 늦추는 기색이 없었다. 팀 동료 톰 퍼니스 주니어는 긴장을 풀었는지 잇따라 실수를 했다. 반면 스콧 호크는 계속 몰아쳤다. 백 퍼센트 우승이 확실한 마지막 홀 티잉 구역에서도 그의 얼굴엔 웃음기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그 팀은) 마침내 다섯 타 차 우승을 따냈다. 와이어 투 와이어(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선두를 계속 지키는 것) 우승이었다. 스콧 호크의 나이 63세 5개월이었다. 종전 기록은 63세다. 1985년 마이크 펫칙(Mike Fetchick)이 세운 대기록이 34년만에 깨진 것이다. 최고령 우승이라는 사실 외에도 나를 가슴 뛰게 한 것이 또 있었다. 그가 12년만에 챔피언스 투어에서 다시 우승 했다는 사실이다.

챔피언스 투어는 만 50세 이상 선수만 참가할 수 있다. 그는 51세이던 2007년에 챔피언스 투어에서 처음 우승했다. 그 다음주에도 연속 우승을 하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그리곤 오랜 침묵이었다. 12년이란 시간 동안 그는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친 걸음 기록을 더 찾아보다가 나는 한 번 더 놀랐다. 그는 PGA 투어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을 갖고 있었다.

그는 PGA 투어 첫 우승을 1980년에 했다. 그런데 마지막 우승은 2003년이다. 무려 24년이란 세월을 자신과 싸워가며 승리를 얻었던 것이다. 스콧 호크는 챔피언스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경신한 소감을 묻자 “팀 경기이기 때문에 개인전과 감히 비교할 수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고 한다. 팀으로든 개인으로든 어디 우승이 쉬운가? 그의 집념에 경의를 표한다. 골프채널코리아 PGA 챔피언스 투어 중계를 보면 내가 해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용준 골프채널코리아 해설위원(KPGA 프로 & 경기위원)
ironsmithkim@gmail.com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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