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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골프장의 발견] 레인보우힐스CC - 특별한 퍼블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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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어떤 이는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 코스에 삼십 번 넘게 도전 중입니다. 그는 이곳에서 ‘진정한 70타 대 스코어를 내고 싶다’고 합니다. 사 년 전 이곳에서 그는 저와 함께 라운드 한 적이 있습니다. 그에게도 저에게도 이 골프장에서의 첫 라운드였지요. 그날 캐디는 그에게 78타 스코어를 적어 주었고 동반자들은 “이 어려운 골프장에서 싱글 치셨네요” 하며 칭송했습니다. 그는 허탈하게 웃으며 대답했지요.
"오늘 실제로는 82개 쳤습니다. 여기 정말 다시 도전하고픈 코스네요……"

그 뒤로 이곳이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하였고, 그는 이곳에서 자주 낯선 이들과 ‘조인 라운드’를 즐긴다 합니다. 몇 번 70타 대 후반 스코어를 낸 적이 있지만 그는 아직 이곳에서 ‘진정한 70타 대’는 못 쳐 봤다고 했습니다. 뭔가 부족해서 ‘다음에는 이렇게 쳐 봐야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하지요. 그는 다른 골프장에서는 평균 75타 정도 성적으로 플레이 하는 ‘싱글 디지트 핸디캡퍼’입니다. 레인보우힐스는 ‘골프 공을 잘 다룰 줄 아는 분들에게 아주 특별한’ 코스입니다.

1. 어제와 오늘

1) “최고 중의 최고를 만들어 주오!”
이 골프장은 2008년 ‘대한민국 최고 회원제 골프장’이라 자부하며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동부그룹의 김준기 회장이 “최고 중의 하나(One of Best)가 아니라 최고 중 최고(The Best of the Best)를 만들고자 했다”고 소개한 이야기가 유명하게 떠돌았습니다.

충북 진천과 음성에 걸친 ‘수레의산(679m)’ 중턱, 해발 180미터에서 355미터에 이르는 등성이와 골짜기에 앉은 27홀 골프장입니다. 세계적인 골프코스 디자이너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이하 'RTJ. Jr.')가 설계한 코스이지요. RTJ. Jr.는 산악지형 코스를 만들어 본 적이 없다고 고사했으나 김회장이 “필요하면 계곡을 다 메워 주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겠다’, ‘돈이 얼마든 들어도 좋으니 직접 설계해 달라’ 하며 세계적인 코스를 설계해 달라고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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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에 걸린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 부조.


2)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스스로 만족한 설계
당시 RTJ. Jr.는 일선에서 은퇴하여 UN 자선기금에서 활동하면서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시인(詩人)의 길을 걷고 있었다 합니다. 그러나 김회장의 삼고초려에 마음을 다잡고 심혈을 기울여 설계했다고 하지요. 그는 “한 두 홀만 특징적인 것이 아니라 27홀 하나하나가 모두 골프장을 대표할 수 있는 시그너처 홀로 만들겠다”고 장담했습니다.

결과에 스스로 만족했던 것인지 그는 2008년 3월 골프장 개장을 기념해서 이 코스를 칭송하는 시(詩)를 써서 남깁니다. 그는 "내 인생에서 내가 설계한 골프장에 시를 써서 헌정한 것은 처음이다. 레인보우힐스CC에 대한 내 사랑을 길이 남기고 싶다"고 말했답니다.

3) ‘금칠 두른’ 코스… 퍼블릭 전환
이 골프장을 만드는 데는 2,700여억 원이 들었다고 알려집니다. 클럽하우스에만 300억원 정도 들었다지요. 회원권의 초기 금액이 8억원이었으니 첫 분양하는 금액으로는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금칠을 두른 골프장’으로 널리 알려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렇듯 ‘한국 골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 받았으나 경기 불황과 구조조정을 겪다가 입회금 반환 요청이 몰리면서 2015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었고, 여러 아픈 곡절과 노력 끝에 2017년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 승인을 받게 됩니다.
퍼블릭 코스가 된 뒤, 코스의 관리 상태는 회원제 골프장이었을 때에 견주긴 어려우나, 경영에 있어서는 흑자를 기록하고 운영도 안정되어 가고 있다 합니다.

2. 코스에 대하여

이곳은 다른 어디보다도 특히 ‘코스 디자인’ 중심으로 즐겨야 하는 골프장입니다. 다른 골프장에서보다 ‘보통 7~8타는 더 친다’고 할 만큼 까다로운 코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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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코스 9번 홀.


1)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의 야심작
로버트 트렌트 존스(Robert Trent Jones)는 193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의 골프장 건설 황금기를 이끈 전설적인 코스 설계가이며 RTJ. Jr.는 그의 큰아들입니다. 오늘 날 세계 100대 코스로 평가되는 것들 가운데 수십 개는, 늘 이 가문이 이룬 설계작품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존스’는 “모든 홀은 파를 하기 어렵고 보기 하기는 쉬워야 한다”, “위험을 동반한 샷에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골프 코스 설계 철학의 전설적인 경구들을 남긴 분이지요.

RTJ. Jr.는 이러한 가문의 후광을 업고 적통을 이어 세계 38개국에 200개 이상의 코스를 설계하였습니다. 그 자신이 설계한 코스 중에도 13곳이 미국 100대 골프 코스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80개 이상의 코스를 설계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용평CC>를 시작으로 <오크밸리CC> 설계, <안양CC> 재설계, <롯데스카이힐제주CC> 설계 등 최고급 코스들이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그가 ‘레인보우힐스CC’에 각별한 의미를 두어 자작시(自作詩)까지 헌정했으니 이 코스는 RTJ. Jr.의 ‘필생의 역작’인 셈입니다. (골프코스 설계에 관한 부분은 골프코스 설계자에 대한 공부가 깊은 남화영 님의 ‘골프상식백과사전’을 주로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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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든 홀이 시그니처 홀’이라는 의미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설계가의 디자인이라 해서 지레 선입견을 갖고 칭송할 필요는 없지만, 좋은 점은 인정하고 살펴 볼 필요가 있겠지요. 이 골프장에는, 한 마디로 ‘만만한 홀’이 하나도 없다시피 합니다. 전체적으로 업다운이 심하고, 그리 긴 코스는 아닙니다(특히 레귤러티 기준으로는 그렇습니다) 장타자의 경우에는 ’2 온’을 노려 볼 만한 파5홀, ‘1 온’이 될 듯한 파4 홀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작용하면서 긴 홀은 분명히 길고 짧은 홀에는 여러 전략과 벌칙 요소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거의 모든 홀은 ‘생각을 하면서 쳐야’ 하고, ‘기술 샷을 칠 줄 알아야 유리’ 하고, ‘심리적인 선택과 위협’이 따릅니다. 각 홀의 모양도 대개는 ‘시그니처 홀’이라는 말처럼 저마다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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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서코스 전경(레인보우힐스 사진).


3) 골퍼의 모든 능력을 시험한다
골프 코스는 골퍼의 신체적 능력과 기술적 능력, 정신적 능력을 골고루 테스트하는 시험장이라고 합니다. 전체적인 전략적 게임 수행 능력이 필요하고, 티 샷에서는 주로 신체 능력을, 아이언 샷에서는 주로 기술적 능력을, 그린에서는 정신적 사고 능력을 주로 시험한다고 하지요.

RTJ.Jr.가 자신의 철학과 상상력을 원 없이 발휘하여 만든 ‘까다로운 시험장’답게 이 코스는 골퍼에게 14개의 모든 채를 사용하게 하면서 이 모든 능력들을 집요하게 테스트합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인내력’까지 시험하지요. 버디 찬스가 있는 홀, 도전할 수 있는 홀, 변수가 많은 홀 등이 섞여있으며, 영웅적인 접근, 벌칙을 피하는 접근, 전략적인 접근 등이 필요한 각각의 홀들이 리듬을 타고 18홀 내내 긴장감 넘치게 전개됩니다.

어쩌다가 우연히 좋은 스코어를 받아 쥐기는 정말 어려운 코스이지요. 샷 밸류와 골퍼의 기량을 가름하는 변별력이 아주 높은 코스인데, 이에 대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나치게 샷 변별력을 높이면 운에 좌우되는 경우가 오히려 발생하게 되므로 역설적으로 불공정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고 합니다. 운이 안 좋으면 불과 몇센티 차이로 공이 엉뚱하게 굴러가는 경우도 많아지게 되니까요. 골프 코스가 한편으로는 편안한 면도 있어야 조화롭다는 의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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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코스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이 코스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한국 측 설계 지원을 맡은 이는 ‘송호’ 님이었습니다. 그는 <남촌CC>, <부산아시아드CC>, <거제드비치GC>, <킹스데일GC> 등 국내외 70여개 골프 코스를 설계한 ‘거장’급 국내 설계가이지요. RTJ. Jr.가 설계를 하면 ‘송호 골프디자인’에서는 국내 법규, 지형 특성, 문화 등에 적합하도록 조언하고 적용 시공이 가능하도록 컨설팅을 하는 관계였는데, 이 두 설계가는 역할 범위 내에서 의견이 맞선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RTJ. Jr.의 설계에는 ‘성토’와 ‘절토’ 같은 토목의 개념이 아예 없는 것 같아요. 한국 산악지형 코스는, 경우에 따라서는 지형을 최소한으로나마 깎아내서 메우고 하는 것도 필요한데 그 분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지형대로 해야 한다는 신앙을 가진 것 같았습니다.” 송호 님의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동 코스는 지형을 그대로 살려 길을 내고, 남 코스는 약간 깎고 쌓는 작업을 해서 조성했지만, 그는 되도록이면 RTJ. Jr.의 설계 의도가 온전히 반영되도록 도왔다고 회고합니다.

이 코스가 들어선 ‘수레의산(679m)’은 정상 부근에 ‘전설의 못’이라는 샘이 있는 신비로운 산입니다. 라운드 하며 느끼는 풍광에서 신령스러운 느낌이 들 때도 많지요. 이 코스에서 플레이 한다는 것은, 구릉과 골짜기가 지닌 태고의 이야기를 그대로 느끼면서, RTJ. Jr.가 골퍼에게 내미는 시험지를 풀어내는 신비로운 게임을 수행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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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힐스CC 부근 위성사진.


5) 동,남,서 코스 구성
개장 당시에는 동 코스와 남 코스가 회원제 정규 코스이고 서 코스는 부설 퍼블릭 코스로 운영되었습니다. 동, 남 코스는 각 홀이 ‘원 그린’이지만 서 코스는 ‘투 그린’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구분 없이 모든 코스가 ‘퍼블릭’으로 운영되며 동 - 남 - 서 순서로 라운드 하게 되니 동 코스부터 시작해야 원래 정규코스를 돌게 되는 셈입니다.

동, 남 코스를 라운드 할 때 총 전장 7,206야드 길이이고, 서 코스는 3,280야드로 약간 짧은 편입니다만 서 코스를 더 좋아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동 코스는 산의 높은 쪽에 위치하여 전략적으로 쳐야 하는 홀이 많고, 남 코스는 숲 속의 정원처럼 특히 조경에 공을 들인 모습입니다. 폭포와 계단식 호수가 자리하고 있는 홀, 수려한 연못을 돌아가는 홀 들이 있어서 아름답지만, 전반적으로 남 코스가 가장 어렵다고 알려집니다.

3. 몇몇 인상적인 홀들

RTJ. Jr.가 “한 두 홀만 특징적인 것이 아니라 27홀 하나하나를 모두 골프장을 대표할 수 있는 시그너처 홀로 만들겠다” 했습니다만, 전문가와 상급자 골퍼들에게 특히 ‘재미난 홀’이라고 칭송 받는 몇 개 홀을 살펴 봅니다.

1) 동 코스 3번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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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가 ‘한반도 홀’이라고 부르던데, 그 표현대로라면 장타자는 티 샷을 ‘한반도’ 쪽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없으면 ‘일본 땅’ 쪽으로 쳐야 하지요. 레귤러티 기준으로 체공 거리190미터 이상을 쳐서 보내야 한반도 남단 ‘해남 땅끝마을’ 쯤에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고 능력을 발휘해서 성공하면 100미터 안쪽의 짧은 어프로치 샷을 남기게 되므로 확실한 보상을 받게 됩니다. 생각하고 선택하고 도전하고 보상받도록 하는 RTJ. Jr.의 설계 개념이, 영웅적이고 아름다운 조망 속에서 한 눈에 보이는 홀입니다.

2) 동 코스 5번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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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홀 또한 자신의 신체 수행 능력에 따른 선택, 도전, 보상이 따르는 곳입니다. 오른쪽으로 칠수록 홀과 가까워져 유리하지만 자신의 티샷 비거리 능력을 감안하고 쳐야 합니다. 티샷이 짧으면 볼을 칠 수 없는 벌칙구역에 떨어지기에 거의 티샷 위치에서 세 번째 샷을 해야만 합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페어웨이를 바라보고 티샷을 할 때면 마치 은하수나 구름 위에 공을 쳐서 올리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시각적으로 독특하고 플레이도 재미있는 홀입니다.

3) 남 코스 2번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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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계단 폭포를 마주보며 티샷하는 아름다운 홀입니다. 폭포를 마주보되 웬만하면(사실상 거의 모든 골퍼들이) 오른쪽 페어웨이로 티샷을 합니다. 레귤러티 기준으로 220미터는 체공거리로 보내야 왼쪽의 폭포수 너머 페어웨이로 보낼 수 있는데, 오르막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240미터 이상 체공거리를 보내야 안전하게 넘어갑니다. 블루 티에서는 20미터 정도 더 쳐야 하지요. 자신 있으면 도전하세요. 프로골퍼들에게는 도전의 홀이기도 할 것입니다. 일단 넘어가면 충분한 보상이 따르겠습니다. 그린 앞에도 깊은 벙커가 있어서 오른 쪽 페어웨이를 선택한 이는 긴 클럽으로 벙커를 넘겨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됩니다. 플레이 할 때마다, ‘티잉 그라운드가 좀 더 앞에 있다면 왼쪽으로 한 번 넘겨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홀입니다.

4) 남 코스 7번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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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긴 파5홀이지만 장타자들은 ‘2 온’ 도전의 유혹을 느끼도록 배치한 홀입니다. 티샷을 페어웨이 벙커 넘어 보내게 되면 오른 편 연못 너머 반도 형의 그린이 유혹하고, 그린 앞에는 어느 정도의 공간이 있어서 잘 치면 연못을 넘길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휘어지는 페어웨이 쪽으로 공을 보내면 대개는 짧은 아이언으로 세 번째 샷을 할 수 있어서 또 다른 버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합니다. 신체 능력과 기술 능력, 전략 능력을 고루 테스트하면서 선택, 도전, 보상, 응징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조화로운 홀입니다.

5) 동코스 6번홀, 남코스 6번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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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직원에게 ‘시그니처 홀이’ 어디냐고 물으니 남코스 6번 홀을 추천하더군요. 아마도 클럽하우스를 바라보며 티샷 하는 파3홀이기에 그런 듯합니다. 300억원 짜리 클럽하우스의 외관은 ‘로버트태권V’의 기지처럼 비일상적인 느낌을 줍니다.

동 코스 6번 홀에 대해서는 국내 설계가 등 전문가들의 평가가 매우 박합니다.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운 홀이고 공정성도 희박하다고 합니다. 저는 그게 맞는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습니다. 전문가의 눈으로 설계의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맞을지 모르겠으나, 한 홀 정도 이런 것이 문제가 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 버려진 땅에서 시작한 것이 골프인 것이고 보면 말입니다.

4. 잔디, 시설, 운영

1) 8분 간격 티오프와 ‘오비 프리’
‘레인보우힐스CC’는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한 뒤에도 티오프 간격을 8분 이상으로 유지하고있습니다. 많은 팀을 수용해 매출을 늘리기 보다 여유로운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여 ‘고객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라 합니다.

또한 이 코스에는 인공물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티잉 그라운드에 홀 정보를 표시한 팻말조차 없습니다. 그리고 OB(아웃오브바운즈)도 없다고 합니다. 공을 찾을 수 없으면 벌칙구역으로 인정하여 1벌타 후 플레이 합니다. 러프가 ‘톨패스큐’ 품종 잔디라 너무 우거져 자랄 때가 많아서 헤비러프 지역에 볼이 떨어지면 볼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로스트볼로 처리하지 않고 ‘1벌타 후 드롭’하고 칠 수 있는 로컬 룰을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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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코스 7번홀(레인보우힐스 사진).


2) 빼어난 조경과 아쉬운 잔디 관리
페어웨이에는 ‘켄터키 블루그라스’ 양잔디 종을 심어서 늦은 가을까지 푸른 빛을 유지하기에 특히 늦가을 단풍 들 때 아름답습니다. 참나무가 많은 원시 숲에 소나무들을 보완하여 심었고, 코스를 따라 심은 낙락장송과 다박송 등 조경수들도 이따금 보입니다. 그리고 영산홍, 철쭉, 말발도리 등 많은 관목을 심어 철마다 다른 꽃이 피고 집니다. 인공 폭포 등 볼거리도 적지 않습니다만 코스 자체가 자연과 교감하는 풍광이 독특하고 인상적입니다.

다만, 대중제 골프장으로 바뀐 뒤에 관리자가 바뀌고 관리 공백이 생기면서 잔디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는데 봄부터 잔디를 보식하여 차츰 개선하고 있다는 군요. 그런 한편 내륙 지역인 이 코스에서 켄터키블루그래스 양잔디를 사용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이 잔디는 본디 추운 지방이 고향인 ‘한지형’ 품종이라 우리나라의 무더운 여름을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손님을 적게 받는 회원제 골프장에서는 이 잔디의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퍼블릭 코스에서는 손님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으므로, 더운 여름날에 특히 힘겨운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3) 초호화 클럽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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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식당(레인보우힐스 사진).


클럽하우스는 미국에서 레저부문 건축상을 해마다 수상하는 MAI(March & Associates,inc)가 맡은 것으로 자랑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외장 마감 재료는 퇴적 모래 암석 `샌드 스톤`인데 미국에서 배와 비행기로 공수했다고 합니다. 클럽하우스는 VIP라운지와 여덟 개의 독립된 다이닝 룸(Private Dining Room)을 별도로 갖추고 있어서 ‘좋았던 옛 시절’을 엿보게 합니다.
클럽하우스는 회원제 골프장일 때에 비해 서비스의 윤기가 빠졌고 이용객이 많아졌을 뿐 옛 격조가 대체로 남아 있습니다. 남자 라커룸에는 피카소의 판화 '파블로 피카소',여자 라커룸에는 샤갈의 판화 '로미오와 줄리엣'이 걸려 있다고 하는데 저는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의 부조와 그가 지은 시가 새겨진 동판은 갈 때마다 보게 됩니다.

▶덧붙임 - 명품을 보는 ‘우려’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한 뒤, 이 코스는 누구나 찾을 수 있게 되었고 가격의 문턱도 많이 낮아졌습니다. 당연히 손님도 많아져서 지난 해 여름에는 하루에 80팀 이상 받는 날도 제법 많았다 합니다. 그래서 잔디가 많이 상한 듯합니다.

비슷하게 회원제에서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한 ‘사우스스프링스CC’의 경우, 페어웨이 잔디가 ‘안양중지’라 상대적으로 관리가 쉬움에도 불구하고 성수기 손님을 70팀 정도 한정하여 받고 있음에 견주어 보면, 이곳은 너무 많은 손님을 받는 것 아닌가 우려됩니다. 올해도 그렇게 한다면, 한여름엔 밤에도 무더운 내륙지방 코스인데 양잔디가 견딜 수 있을지요.

레인보우힐스의 골프코스는 골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폐인’을 양산할 수 있을 정도로 ‘진품’이랄만 합니다. 이런 특별한 코스를 가진 골프장이고 보면 좀더 자신감을 갖고 “코스의 스토리”, “홀마다의 이야기”를 강점으로 발굴하고 퍼뜨려서, 가치 있게 마케팅 하고 윤기 있게 관리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손님을 다소 줄이고 가치를 더 높여야만 하는 코스로 보이는데, 제 생각이 짧은 걸까요. "모든 홀이 시그니처 홀"이라는 스토리 자산은, 아직 한 홀도 다 활용되지 않은 듯합니다. 세계적으로도 ‘명품 퍼블릭’이 될 수도 있는 자산인데 말입니다.

맨 앞에 이야기 했던 사람 - 이 코스에 삼십 번 넘게 도전하고 있는 이 -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그는 골프를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골프는 인생과 같다”, “골프에는 영혼이 있다” 는 투의 말을 진지하게 하는 편이고, 그와 대화를 하다 보면 기어이 골프 이야기로 끝납니다. 그가 레인보우힐스 코스를 너무나 좋아라 하기에 제가 물었습니다.

“거기서 골프하면 영혼이 맑아집니까. 좀더 나은 인생이 되냐구요?”
그는 망설임 없이 정색하며 대답하더군요.
“물론입니다!”

글과 사진 류석무 / 골프코스 스토리라이터
이 탐사기에 대한 의견은 글쓴이에게 이메일(smyou21@naver.com) 보내 주셔도 감사히 받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컨텐츠는 계절마다 업데이트하여 재발행될 예정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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