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스포츠
  • [한국 골프장의 발견] 트리니티 클럽

  • 기사입력 2019-02-09 20:09
    • 프린트
    • 메일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이미지중앙

12번 홀 사진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한국 골프장의 발견’ 시리즈는 골프 문화의 뿌리를 깊게 하기 위한 지속적인 골프장 탐사 작업입니다. 실제 이용한 뒤의 후기, 인문적 글쓰기와 시각 표현물(사진, 영상)을 통하여 한국 골프코스들의 속살을 섬세히 들여다봅니다. 이 컨텐츠는 대상 골프장의 협찬 없는 직접 경험을 통해 작성하였으며 글과 사진 등 내용은 게재 후에도 지속 업데이트 합니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에서 가장 폐쇄적인 클럽
<트리니티 클럽>은 회원이 아니면 예약이 ‘절대 불가’ 하기로 정평이 난 골프장입니다. ‘멤버 온리’ 원칙을 내세우는 고급 골프장이 우리나라에 꽤 많이 있지만, 트리니티 클럽 만큼 철저하게 그 원칙을 지키는 골프장은 없습니다. 비회원은 오로지 회원이 동반한 경우에만 출입이 가능하며, ‘예외는 없다’고 못박아 지키고 있습니다.

이곳은 신세계그룹이 ‘대한민국 최고’ 회원제 클럽을 지향하며 빚어낸 골프장입니다. ‘돈과 명예를 다 갖춘 사회 지도층’ 만을 대상으로 회원 모집을 했다 합니다. 정회원 입회보증금 15억원, 연회원은 1년 소멸성 회비 7천만원을 내야 하는 것이 입회의 기본 금액 조건이라고 알려집니다. 심사와 기존 회원들의 동의를 거쳐 신규회원 자격을 부여하는데, 매출액과 기업가치가 일정 액수 이상인 소수 상장회사 소유주 정도의 수준이 최소한의 자격 요건이라 합니다. 명예를 따지는 기준도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회원의 수는 100여 명이라 합니다만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미지중앙

4번홀세컨샷지점


코스 랭킹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골프장 랭킹을 매기는 국내외 단체들이 매년 코스랭킹을 발표할 때 이곳 트리니티 클럽을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대개는 국내 10위 안으로 이곳의 순위가 매겨져 발표되지만, 사실 트리니티 클럽은 그런 세간의 순위 평가에 아예 신경 쓰지 않는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고급 골프장들은 코스 랭킹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클럽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나 소유주와 모기업의 명예를 걸고, 또는 클럽 자체의 마케팅을 위해서 코스 랭킹 상승을 위해 노력하는 골프장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나 트리니티 클럽은 코스 평가단을 골프장에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합니다. 회원 또는 회원 동반 원칙을 따르지 않으면 말입니다. 코스 평가에 대해서는 여러 기준이 있겠으나 시설과 서비스를 말하자면 이곳은 국내에서 ‘으뜸 럭셔리한 프라이빗 프리미엄’ 클럽입니다.

이미지중앙

3번 파3 홀.


“돈이 들더라도, 최고를!”
트리니티 클럽이 문을 연 해가 2012년이니 역사가 깊지는 않습니다만 코스 경관은 마치 십수년 이상 숙성된 것처럼 무르익은 느낌입니다. 개장을 준비하느라 ‘2,000일의 시간을 노력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는데, 모기업인 신세계그룹의 소유주가 ‘돈이 들더라도 최고의 골프장을 만들라’고 하며 하나하나 챙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삼성그룹을 창업한 고 이병철 회장이 우리나라 명문 회원제 골프장의 아버지 격이라 할 <안양컨트리클럽>을 만들었고 그 자녀들이 <나인브리지>, <오크밸리>, <트리니티 클럽> 등 국내의 기념비적인 골프장들을 만든 것이니, 이 가문이 한국 골프장 역사를 이끌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그 가운데 역사성과 코스의 조경 관리에서는 <안양컨트리클럽>이, 세계적인 이벤트 개최를 통한 지명도에서는 <나인브리지>가 각각 최고라 평가 받는다면, <트리니티클럽>은 적어도 ‘럭셔리’함에 있어서는 으뜸의 완성도를 갖는다 하겠습니다.

오로지 회원만을 위한...
이곳의 모든 시설과 서비스는 철저하게 ‘회원’에게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차를 타고 골프장에 들어설 때 클럽하우스에서 한참 먼 정문에서 예약자(예약 회원) 이름을 확인하고 예약된 사람이 아니면 차량 진입이 차단됩니다.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면 차량 발렛 주차 서비스를 해줌은 물론, 세련된 제복을 입은 직원들이 나타나 가방을 들어다 주고 안내하고는 금방 사라지는데 다른 초명문 클럽들에 비해서도 서비스가 좀더 극진하고 종업원들의 복장, 몸가짐, 매너들이 세련되며 은근한 격조가 느껴집니다. 이곳의 서비스는 신세계 그룹 계열사인 조선호텔의 최상층 접객 수준 이상으로 맞춰져 있다고 합니다. 신세계백화점 멤버십 등급 중에서 최상위층이 같은 이름의 ‘트리니티 클럽’인데, 이 골프장 트리니티 클럽은 그와 비교할 수 없는 ‘최상위 너머’ 개념의 멤버십인 듯합니다.

이미지중앙

클럽하우스 외관.


신전 같은 클럽하우스와 비밀 보장 동선
클럽하우스는 신전(神殿)을 모티브로 지은 듯합니다. 회원들을 신격으로 모시겠다는 의도이겠지요. 미국에서 고급 클럽하우스 설계로 유명한 로버트 알트버스라는 이가 설계했다고 합니다.

‘영원불멸의 피라미드를 형상화한 아르데코 스타일’을 추구했다는데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신전인 지구라트(Zigurat) 같아 보입니다. 외관은 주변의 낮은 능선과 어울리는 가로 형의 안정적인 모습이면서도, 신전 특유의 하늘을 떠받드는 듯한 웅장함이 느껴집니다.

외장재가 강한 직선미를 풍기는 자연암석이고 내부에는 수직적인 중압감을 주는 신전 같은 기둥이 열주(列柱) 형태로 서 있어서, 자주 와서 익숙한 사람 아니면 들어서자마자 무언가 신성한 권위에 눌리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해 놓았습니다. 신전에 들어서는 신비감을 자아내려는 의도인 듯합니다.

클럽하우스내 배치와 동선은 개인 비밀 보장을 배려했다고 합니다. 레스토랑 좌석과 룸의 레이아웃, 라커룸 배치 등에서 다른 사람과 되도록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안배되어 있고 고객별 자리 배치와 안내 서비스도 세심히 하더군요.

그런 한편 클럽하우스내에 전시된 예술 작품들은 자유롭고 개성적인 향기로 클럽의 분위기를 리드미컬하게 살려냅니다. 현대 작가들의 실험적인 사진, 회화, 조형 작품들을 선별한 안목과 취향이 흥미롭습니다.

톰 파지오(Tom Fazio) 2세의 코스 설계
이 코스의 설계는 세계적인 골프 코스 디자이너 톰 파지오 2세가 맡아 했습니다. 파지오 집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골프코스 설계가 가문입니다. 그의 형 짐 파지오는 2009년 개장한 이천의 휘닉스 스프링스CC(현 사우스 스프링스CC)를 설계하기도 했지요.

아버지인 톰 파지오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해서 미국의 갑부들이 그에게 경쟁적으로 ‘백지수표’를 들고 코스 디자인을 의뢰했다고 합니다. 그는 자녀들과 함께 전 세계에서 120개가 넘는 골프장을 설계했는데 그 중 10여곳이 세계 100대 골프장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GC도 그가 2001년 리노베이션 했다지요.

파지오 가문이 설계한 코스는 까다로운 벙커를 많이 설치해서 시각적 경외감을 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트리니티 클럽에도 벙커가 많은데 벙커를 많이 파서 ‘파지오’라는 우스개도 있습니다.

이미지중앙

클럽하우스 내부.


벤트그래스 페어웨이와 초 스피드 그린
이 코스는 설계를 파지오 가문에 맡긴 것을 비롯해서 그야말로 돈을 아끼지 않고 만들었습니다. 코스는 비단결처럼 관리되는데 페어웨이 잔디는 보통 골프장의 그린 용으로 쓰는 벤트그래스입니다.

잭니클라우스, 나인브리지, 스카이72 하늘코스 등에서도 페어웨이에 벤트그래스를 쓰고 있죠. 벤트그래스가 꼭 상위의 품종이라는 뜻이 아니라, 이 잔디가 보기에 좋고 골프채가 접촉되는 느낌도 부드럽지만 조성과 관리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기온이 서늘할 때 생육이 왕성한 한지형 잔디로 우리나라의 여름 기후를 견디기 어려워서 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품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까다로운 잔디를 트리니티 클럽은 정말 비단결처럼 관리합니다. 디봇 자국도 보기 힘들군요.

그린스피드는 대개 스팀프미터 계측 기준 3미터가 넘도록 빠르게 관리됩니다. 3.3미터 이상일 때도 있는데 정규 프로대회 비슷한 설정이지요. 다른 골프장의 3분의 2 정도 크기로 스트로크 해도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18개홀 그린 하부에는 모두 ‘서브에어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합니다. 통기와 온습도, 배수를 조절하여 악천후에도 정상적인 그린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6단계 티잉 그라운드, OB 없는 코스
챔피언십 티에서부터 프론트 티까지, 6단계(챔피언십, 토너먼트, 프로, 멤버, 포워드, 프론트)의 티잉 그라운드가 매 홀 갖춰져 있어 골퍼들은 자신의 기량과 선호 취향에 맞추어 선택해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챔피언십 티 기준으로 보면 길이가 400야드보다 짧은 파4홀은 딱 하나, 16번 홀(380야드 오르막) 밖에 없군요. 길이가 짧지 않은 코스입니다. 라운드 진행은 1번 홀부터 한쪽 방향으로만 운영합니다.

18홀을 플레이 하는 동안 OB(Out of Bounds) 말뚝을 볼 수 없는 것도 특징입니다. OB 말뚝은 우리나라 골프장에 유난히 많은데 대개의 골프장이 산 속에 있고 많은 손님을 시간에 꽉 차게 받다 보니 빠른 진행을 위해 OB 구역을 많이 정해놓은 것이죠. 이곳은 팀간 플레이 간격이 멀고 받는 손님이 많지 않아서인지 OB 말뚝을 시원하게 뽑아버렸습니다.

특이한 점은 러프에서 볼을 찾지 못할 경우 로컬 룰로 해저드 처리를 합니다. 원래는 로스트볼 처리를 해야 하는 건데요. 러프가 ‘귀신풀’이라는 패스큐 품종이어서 볼 찾기가 어려운데다가, 아마도 높은 분들이 많이 와서 의전 골프를 하다 보니 그런 편의적 로컬룰을 적용하는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이미지중앙

레스토랑 개별룸.


자연의 길을 따라 안배한 샷 밸류
이곳에서 처음 라운드 할 때, 블라인드 홀이 생각보다 많아서 약간 놀랐습니다. 설계자들 가운데는 티잉 그라운드에 섰을 때 그린이 잘 보여서 플레이어가 스스로 홀마다의 전략을 세워가며 플레이 할 수 있는 것을 좋은 코스의 요건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말에 동의하는 편이었지요. 그런데 이 코스에서 그 생각을 약간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어쩌다 한 번 오는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라 소수 회원들의 반복적 라운드를 감안한 코스이므로, 라운드 할 때마다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설계자는 더 중요하게 보았던 것 아닐까요. 여주의 낮은 구릉은 조금만 깎고 메꾸면 눈에 훤히 들어오는 평평한 코스를 만들기에 어렵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코스를 걷다 보면, 원래의 지형을 거의 그대로 살린 듯한 흔적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 코스를 만든 이들은 자연의 원래 모양대로 최소한의 개발로 길을 내면서, 골퍼의 스타일과 전략에 따라 다양한 샷 밸류를 경험하며 공략이 가능한 코스를 만들어 냈던 것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도전에는 보상, 만용에는 응징
보기에는 크게 위협적인 것 같지 않지만 이 코스는 쉽지 않습니다. 우선 그린의 절반 정도는 솟아오른 엘리베이티드 그린, 흔히 말하는 ‘포대그린’입니다. 그린 주변의 잔디 상태도 아주 타이트해서 예민한 어프로치를 해야 하고 자칫하면 볼이 다시 굴러 내려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티샷을 떨어뜨려야 할 곳을 전략적으로 잘 선택해야 하고, 그린을 공략할 때 벙커 등 위협 요소가 있는 쪽을 피하거나 또는 공격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의 과정과 결과에 극명한 차이가 많습니다. 도전적인 플레이어에게 보상이 있고 만용에는 응징이 따릅니다. 홀마다 특징이 있어서 코스의 기억성은 좋으나 한 번 쳐 봐서는 공략법이 눈에 잘 안 들어오는 코스입니다.

이미지중앙

18번 홀.


전략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난코스
결과적으로 단언컨대, 흥미진진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코스라 생각합니다. 다음 번 칠 때는 잘 칠 것 같으면서도 잘 되지 않고, 또 다시 부끄러운 스코어를 받아들고서도 다시 도전하고 싶은 코스랄까요. 정교한 샷을 구사하는 전략적인 골퍼에게 유리할 듯합니다.

그린의 굴곡도 많은 편이라 브레이크 읽는데 공을 들여야 합니다. 미국 PGA에서 여러 번 우승한 한국 최고 유명 프로가 이곳 개장 시점에 와서 80대 중반 스코어를 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특히 가장 길고 오르막인 18번 파4홀은 프로골퍼도 레귤러 온 하기가 쉽지 않을 만큼 난도가 높습니다.

남성적 풍광, '서양 귀족의 러스틱' 느낌
이 골프장은 코스 자체가 자아내는 격조와 개성이 뚜렷합니다. <안양CC>가 나무와 꽃이 빚어내는 조경이 아름답고, <잭니클라우스GC>가 챔피언십 대회를 감안한 평지 조화의 코스이고, <제이드팰리스GC>가 가평의 수려한 풍수를 끌어안고 있으며, <휘슬링락>이 춘천의 악산에 들어앉아 아기자기하다면, 트리니티 클럽은 여주의 완만만 능선을 끌어안고 올라가다가 산마루에서 호연지기를 내뿜는 남성적인 풍광을 보여줍니다.

바로 옆에 같은 신세계 그룹 소유인 <자유CC>가 있는데, 그 코스가 넓고 엄마 품처럼 부드러운 반면 트리니티는 남성적이고 고고한…… 그렇게 전혀 다른 느낌이 납니다. 분위기가 동양과 서양의 차이처럼 상반된 느낌으로 다릅니다.

트리니티 클럽 스스로 ‘파지오 가문의 혼이 깃든, 잘 관리된 러스틱(Rustic) 코스’라 소개하고 있는데, ‘소박하고 시골스러운’이라는 의미의 ‘러스틱’이란 말에 ‘잘 관리된’이라는 수식어를 단 것이 이 코스의 특징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서민의 시골이 아니라 동서양을 다 경험한 ‘노블리스’의 추억 속 시골 느낌이랄까... 어찌 보면 만화 속 '테리우스' 같은 느낌의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테면 '메디치 가문에서 자란 테리우스' 라고 할까요. 어쨌든 멋스럽습니다. 조경을 특별히 하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러우나 가만히 보면 상당히 세심하게 안배된 조경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지중앙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라’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골프장이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2,000일의 시간을 쏟았다”고 트리니티 클럽은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곳 여주 땅에는 원래 높은 산들이 없고 이 주변의 산들도 해발 200미터 정도되는 완만한 구릉입니다. 이 코스가 들어선 곳도 자유CC와 붙은 낮고 완만한 능선인데 이곳 숲에 자생하는 식물들을 거의 그대로 살리고 조경수를 보완 식재하여 자연스러운 흐름을 살렸습니다.

6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있는 청단풍나무와 14번, 15번 홀의 노송들이 특별히 조경한 수목의 느낌이 나고 그 밖의 다른 곳들은 특별히 멋낸 느낌이 나지 않는데도 수려하고 우아합니다. 굴참나무가 많았던 숲에 이팝나무, 벚나무, 단풍나무 대왕참나무 등을 부분적으로 보완 식재해서 원래보다 더 미려한 숲을 만들어 놓은 것 같네요. (제가 옛날 여주에서 지낸 추억이 있기에 이 부근의 숲을 잘 압니다. 옛 놀던 그 동산은 사라졌지만) 이러한 자연스러운 조경의 노력이 골프코스를 만들면서 불가피하게 훼손된 자연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미지중앙

천연잔디연습장.


몇 가지 소소한 이야기들
벤트그래스 천연잔디 연습장과 Pro V1 연습볼

클럽하우스 앞, 1번 홀 이동 전에 천연잔디 연습장에서 연습할 수 있습니다. 맨 뒤로 빼고 치면 300야드 정도 거리이고 공을 놓은 바닥에서부터 공이 떨어지는 곳까지 모두 벤트그래스 천연잔디입니다. 연습장 안에도 벙커와 러프들을 실제 홀과 똑같이 조성해 놓았습니다. 좌우와 끝에 그물망도 없습니다. 티오프 전에 마음껏 연습할 수 있고 디봇을 팍팍 뜨면서 연습해도 됩니다.

연습볼이 무료 제공되는데 피라미드 모양으로 곱게 쌓여있는 볼은 모두 타이틀리스트 Pro V1 제품입니다. 또한 연습장 옆에는 티펙과 볼 마커를 쌓아놓았습니다. 아마도 이곳 티펙이 우리나라 골프장의 티펙 중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플레이어에게 마음껏 담아가게 합니다.

이미지중앙

6번 홀 청단풍.


6번 홀 티잉 그라운드의 청단풍 나무
이곳의 조경은 무심한 듯 치밀합니다. 6번 홀 티잉 그라운드 왼편의 청단풍나무 느낌이 어떠신지요? 안양CC의 다박송처럼 잘 가꿔진 느낌이 아니고 약간은 거칠어 보이지만 뭔가 고독하고 멋진 느낌입니다. 신경쓰지 않은 듯 슬쩍 심어놓은 나무가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미감이 서늘한 즐거움을 느끼게 합니다.

12번 홀 ‘포토존’
12번홀 티잉 그라운드 지점 사진들 다 찍는 곳입니다. 조망이 가장 탁 트인 곳이죠. 코스에 인위적으로 모양을 만든 조경수 같은 것은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있던 자연수림에 벚나무와 단풍나무, 대왕참나무 등을 약간 심어 미관을 보완해 놓았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참나무 숲이 각 홀들을 은은하게 감싸고 있는 모습에서 절제된 아름다움이 배어납니다.

이미지중앙

15번홀 그늘집.


15번 홀 수상 그늘집과 수제맥주
키큰 노송과 연못, 석조 그늘집이 조화를 이룬 14번 홀과 15번 홀. 이 두 홀의 조경이 가장 인공미를 풍깁니다. 인공미라기보다는 조형미라고 해야 옳을 듯하며 다른 홀들의 경관이 러스틱(Rustic)한 것에 비해 이곳에서는 공원 조경 같은 느낌이 살짝 듭니다. 15번 홀은 연못을 건너 치는 파3홀인데, 연못 위 수상 그늘집에서 맥주 한 잔 씩 마시고 치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만들어 내는 수제맥주 맛이 독특합니다.

조선호텔이 맡은 레스토랑
이곳 식음 서비스는 조선호텔에서 맡습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으나 교자 만두 등 몇 가지 경험한 메뉴의 맛과 모양이 특급 셰프의 솜씨입니다. 음식에도 자존심을 거는 모양입니다. 수요가 많지 않은데도 늘 준비하고 있으니 당연히 음식값은 비쌉니다.

또한 이곳에는 ‘트리니티’ 브랜드를 단 모자, 셔츠 등의 기념품을 팔고 있습니다. 품질이 수입 유명품에 견주어 뒤지지 않고 색상이나 디자인도 격조가 있어서 회원들도 많이 사서 착용한답니다.

이미지중앙

라커룸.


독립적인 라커와 개인별 사워룸
클럽하우스 내 동선은 개인 비밀 보장을 원칙으로 안배된 듯합니다. 레스토랑의 레이아웃은 물론 라커룸 배치와 배정 등에서 다른 사람과 되도록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고객별 독립성이 안배되어 있습니다. 라커에서 사우나로 갈 때는 가운을 입도록 준비되어 있으며 일반 욕탕 외에 개별 샤워룸이 있습니다.

사족(蛇足) -‘럭셔리’ 또는 ‘명품’이라는 것
‘럭셔리’라는 것에 흔히 열광합니다. ‘명품’이라는 것에도 관심들이 많지요. ‘럭셔리’라는 말은 ‘사치스럽다’는 것인데 사치스럽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큰 걸까요.

많은 ‘명품’들이 ‘럭셔리’를 내세워 마케팅을 전개합니다. '명품 시늉하는 것'들도 '럭셔리'를 말합니다. 그 바탕에는 대개 ‘열등감의 자극’이라는 전략이 깔려 있습니다. 열등감을 건드리는 것이 손쉬운 마케팅 방법이니까요. ('럭셔리'라는 말 자체가 열등감을 띠고 있기도 합니다. 그것이 생활화 된 이에게는 필수적인 것이라도, 그것을 즐기고 싶어하는 이에게는 사치스러운 것일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진정한 명품'들은 대개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타인의 열등감을 자극해서 만들어진 것도 아닙니다. 기본적으로는 진정한 품질을 갖춘 진품(眞品)의 단계를 거쳐, 귀하게 가치 있는 진품(珍品)의 반열에 오르고, 그 다음엔 그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궁극의 가치를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명품(名品)으로 승화 되는 것이지요. 이런 단계를 선명하게 밟아 이뤄낸 명품은 당연히 고유한 기질과 취향, 그리고 가치관이 있기 마련입니다.

골프장을 말할 때 코스 설계의 철학이니 클럽 서비스의 철학이니 하는 것들은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말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만들어 낸 이에게는 그저 자신의 고유한 가치관에서 우러난 자연스러운 생각과 행위일 뿐이지요. 신세계와 트리니티 클럽은 ‘럭셔리’와 ‘명품’에 대해 뼛속까지 잘 아는 곳이겠습니다. 스스로 럭셔리함을 말하지 않습니다만 누구나 그렇게 느끼도록 하는... 이런 고유한 취향과 기질을 가진 극단적인 회원제 클럽이 있는 것도 우리나라 골프 문화의 성숙한 단면이라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이름 높은 클럽으로 오연하게 서기를 바랍니다.

글과 사진 류석무
글쓴이는 기업 경영자입니다. 하는 일이 골프에도 다소 관계를 맺고 있어서 골프 상식에 밝고 업무상 골프장을 많이 다니다 보니, 좀더 생각과 목적이 있는 골프를 하겠다는 생각에서 ‘도화도주’라는 필명으로 골프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sports@heraldcorp.com
핫이슈 아이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