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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GA 25승 조니 밀러의 마지막 골프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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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밀러가 30여년의 골프 해설 방송을 이번 주 대회에서 마무리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뛰어난 선수 출신에 입담 좋은 골프 방송 해설자 조니 밀러가 이번 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총상금 710만 달러)에서 생애 마지막 방송 해설을 한다.

1947년생으로 올해 72세인 밀러는 1973년 US오픈, 1976년 디 오픈에서 우승했고 마스터스에서는 3번 준우승했다. PGA투어 통산 승수는 25승. 선수로서 성적도 뛰어났지만 은퇴후 특유의 입담을 바탕으로 NBC방송 골프채널의 메인 해설가로 29년간 골프 대회 현장에서 활약했다. 그의 뒤을 잇는 해설가는 폴 에이징어(60)다. 그는 PGA투어에서 12승을 거뒀는데 1993년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 우승이 포함되어 있다. 라이더컵에 선수로는 4번 출전했으며 2008년에는 미국팀 단장을 지냈다.

PGA투어는 밀러를 ‘사막의 왕’이라면서 그가 미국 서부에서 거둔 4승(투산오픈), 2승(피닉스오픈), 2승(밥호프데저트클래식)을 소개했다. <골프다이제스트>는 마지막 방송을 하는 그를 위해 어록을 특집으로 다뤘다. 30년 가까이 NBC와 골프채널 간판 해설자였던 밀러는 선수출신으로 거침없는 입담으로 유명했다. 자화자찬으로도 유명했지만 자신과 다른 선수의 단점을 맹렬하게 지적해서 해당 선수와 불편한 관계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저 2승의 선수 출신이라 선수들이 크게 반박하지는 못했다.

이번 피닉스오픈을 고별 방송 무대로 삼은 이유는 전성기이던 1975년 이 대회 마지막날 64타를 치면서 2위 제리 허드에 14타차로 압도적인 우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또한 1973년 US오픈에서 우승할 때는 마지막날 역대 메이저 18홀 최저타인 63타를 치는 기록을 남겼다. 그가 방송에서 했던 말은 모든 것이 경험에서 나온 의미있는 말이었고 재미가 있었다. 지금 되새겨도 좋을 만한 12개의 밀러 어록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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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는 사막의 왕으로 밀러의 골프 투어 인생을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어록1- 디 오픈에서는 여섯 타 차로, 피닉스에서는 14타 차로, 투산에서는 9타, 그리고 다른 토너먼트에서는 여덟, 일곱, 여섯, 그리고 다섯 타 차로 우승을 거뒀다. 토너먼트에서 우연히 우승을 한 게 아니다. 나는 일찌감치 골프 역사를 쓴 선수다.

어록2- 나는 일관성이 없었다. 매주 상금을 타는 그런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번 불붙으면 아무도 상대할 수 없었다. 한창 때의 내 몇몇 플레이는 탁월했다.

어록3- 내가 경험한 가장 심했던 중압감(choke)은 1997년에 잭 니클라우스와 벌였던 매치플레이 셸골프에서 나왔다.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클럽에서 평소 우상이던 니클라우스를 상대하는 것이었기에 그랬다. 하필이면 그날 내 퍼팅은 최악이어서 쓰리퍼트를 일곱번 했다. 그린에서 손에 뱀을 쥐고 있는 것 같았다. 1야드 거리도 못넣었다.

어록4- 한참 경기에 물이 올라 있을 때는 다른 선수들이 샷을 할 때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제발 좀 빨리 샷 해라. 얼른 내 샷을 보여주고 싶다. 저 깃대를 맞힐 테다.’ 당시엔 모든 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시간이 충분하니까 여유를 갖고 즐기자는 느낌 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같으면 위궤양이 생겼을 것 같다.

어록5- 메이저의 멘탈이라면 US오픈의 화장실 줄은 다른 대회 줄보다 길다. 메이저에서 여러 번 우승하는 선수들은 특별한 존재이다. 그건 정상이 아니다.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도 그들의 뇌는 여전히 정보들을 매끄럽게 처리한다. 하지만 그런 능력이 애초에 DNA에 없는 사람이라면 그걸 배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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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디오픈에서의 조니 밀러.


어록 6- 골프TV 해설자로 선수의 중압감을 외면하는 건 잘못됐다. 그런 감정에 짓눌리는 건 골프를 플레이하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 문제다. 더 많은 것이 걸린 프로들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골프의 역사는 중요한 순간에 중압감을 경험했거나 그걸 잘 헤치고 살아남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어록 7- 내 골프 철학은 정직과 진실은 늘 승리한다는 것이다. 그냥 해설자로서 중간만 할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괜찮은 친구’라는 말을 듣고 TV 화면을 동화의 나라로 만들면서 일을 쉽게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늘 작은 것들을 눈여겨보고 사소한 오류이나 미세한 실수들을 알아차렸다.

어록 8- 아이언 샷 정확성은 바이런 넬슨이 최고지만 나도 어느 정도는 인정을 받을 만하다. 2~3년 동안은 라운드마다 두세 번은 아이언 샷을 홀에 바짝 붙였다. 전성기 때의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와 함께 플레이를 한다면 나도 두 사람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록 9- 샷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렸을 때 지하실에서 연습을 했는데 천을 내려두고 그리로 샷을 했다. 볼이 날아가는 걸 볼 수 없기 때문에 피드백으로 두 개를 삼았는데, 샷의 느낌과 소리였다. 빗맞거나 토에 맞힌 샷, 뒤땅이 나면 독특한 소리가 났다. 임팩트 때 선명하게 딱 소리가 나는 게 좋다. 중계할 때도 나는 샷이 빗맞았는지를 금세 알아차렸다.

어록 10- 일류 선수가 되는 건 간단하다. 아이언샷 거리 컨트롤을 잘 해야 한다. 내 아이언 샷이 절정에 올랐을 때는 캐디에게 거리를 0.5야드 단위로 끊어 물어보기도 했다. 볼을 정확하게 맞히고, 스윙의 길이와 속도를 조정하면 거리를 컨트롤할 수 있다. 1974년 투산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나는 그 주에 홀이나 깃대를 10번이나 맞혔다.

어록 11- 우승을 해보면 더 좋은 TV 해설자가 된다. 민감한 선수라면 코스 상태부터 조 편성, 갤러리의 소음, 황당한 스트로크 라인, 잘못된 홀 위치까지 모든 것을 파악한다. 선수라면 너무 예민하게 따지는 것일지 모르겠으나 중계석에서는 그런 게 도움이 된다.

어록12- 해설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골프와 시청자이지, 투어 선수가 아니다. 예전에는 해설자가 선수들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좋은 말만 했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탁월한 해설자라는 평가를 듣고 싶어서가 아니다. 가르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중계가 끝났을 때 시청자들이 ‘뭔가 배운 게 있었다’고 느끼기를 바랐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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