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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안컵] 베트남, 행운? 이쯤이면 ‘진짜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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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선수단이 경기 후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AFC]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마술을 뜻하는 ‘매직’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베트남 축구와 박항서 감독이 추천된다. 이처럼 ‘베트남 축구=매직’, ‘매직=박항서’라는 키워드가 상징처럼 굳혀졌다.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 부임 이후 아시아 무대를 뒤흔들고 있다. 약 1년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 진출, 10년 만에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까지. FIFA 랭킹 100위권이라는 팀이 일궈낸 성과라고 하기엔 믿기 힘든 성과다.

이로 인해 베트남에서는 축구가 ‘열’풍을 넘어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축구에 울고 웃는다.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한국과 사뭇 닮았다. 박항서 감독의 행동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다. 박항서 감독에 대한 관심은 베트남뿐 아니라 국내에도 이어졌다. 한국이 출전하지 않은 스즈키컵 중계권을 사들여 국내에서 중계할 정도였다.

아시아 축구 선진국은 조금씩 베트남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박항서 감독은 좋은 감독이며 베트남을 저평가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일본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베트남은 좋은 감독과 코칭스태프 아래서 급성장한 팀”이라고 칭찬했다.

박항서 감독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 조별리그 통과가 목표였다. 베트남은 4개 팀이 출전했던 1956년, 1960년 대회에서 4위를 기록했고, 16개 팀이 도전장을 내민 2007년 대회에서는 8강에 진출했다. 24개 팀으로 참가국이 늘어나는 이번 대회부터는 16강이 새로 생기면서 베트남의 경쟁 상대가 더 늘어 현실적으로 토너먼트 진출이 힘들다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베트남은 불안하게 출발했다.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지난해 말 동남아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스즈키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당차게 아시안컵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냉정하게 봤을 때 베트남의 경기력이 아직 아시아 축구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별예선에서 잇달아 패했다. 이라크(2-3 패), 이란(0-2 패)에 무릎을 꿇었다. 이때까지 예상대로였다. ‘베트남은 여기까지’라는 주변국들의 시선에도 베트남은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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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박항서 감독(우)이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과 경기 전 인사하고 있다. [사진=AFC]


최근 화제가 된 “어려울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말처럼 베트남은 되살아났다. 벼랑 끝에 내몰렸지만, 끈끈했다. 간절함이 통했는지 결국 베트남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예멘을 2-0으로 꺾은 뒤 페어플레이 포인트 덕을 봤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6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호주를 꺾은 요르단과 1-1 뒤 승부차기에서 승리했다. 지난 24일 8강에서는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일본을 만났다. 베트남은 물러서지 않고, 강한 자신감으로 일본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후반 12분 일본이 비디오 판독(VAR)으로 페널티킥을 얻어 득점에 성공했지만, 베트남은 휘슬이 울릴 때까지 호흡을 멈추지 않았다.

베트남의 여정은 8강에서 멈췄다. 경기 끝나고 박항서 감독은 오히려 웃음 지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허탈한 웃음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죄송스러운 이야기지만, 내심으로는 한 번 기적이 일어났으면 했다. 일어나지 않아서 아쉬움, 허탈함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박항서 감독은 이날 패배 이후 “우리 팀은 행운도 많이 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쯤이면 행운이 아니라 베트남의 실력은 ‘진짜’ 성장했고, ‘진짜’ 실력이다. 베트남은 더 이상 축구 변방국이 아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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