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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향군편의점? 농구선수 출신 김영주 의원의 체육적폐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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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국정감사에서 질으를 하고 있는 김영주 의원. 그는 농구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 김영주의_국감활약
언론을 통해 비중 있게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달 국정감사에서 전형적인 체육적폐가 드러났다. 주인공은 농구선수 출신으로 노동운동을 거쳐 정치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영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다. 그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기에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소상공인의 피를 빨아먹는 적폐를 고발한 것은 더욱 의미가 깊었다. 지난 10월 23일 김영주 의원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조재기)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자료를 통해 ‘재향군인회가 법을 어겨가며 소상공인(스포츠토토 판매점)으로 8년 간 총 185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 토토_판매시스템
스포츠토토로 불리는 체육진흥투표권사업은 현실적으로 한국체육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국가 체육예산의 90%(2017년 기준)가 체육진흥기금에 의존하고 있고, 체육진흥기금 중 85%를 스포츠토토 사업으로 조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일상에서 스포츠토토를 즐기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스포츠토토의 판매 수익구조는 이렇다. 발매금액의 5.97%가 판매점의 몫이다. 1,000원치를 팔면 60원 정도가 수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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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토토는 대한민국 체육예산의 약 80%를 조성하고 있다.


# 재향군인회는_편의점?

이런 일반판매점 말고 체인판매점이 있다. 쉽게 말해 편의점에서 토토를 파는 경우다. 편의점인 만큼 본사와 일선판매점이 수익을 나눠갖는다. 문제는 ‘친목 애국 명예단체’를 표방하는 재향군인회가 이 대목에서 편의점, 아니 보다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브로커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자체 토토판매점을 모아 2.97%를 재향군인회가 소개비 명목으로 떼어가고, 판매점에게는 3%만 준다. 2018년 현재 재향군인회에 속한 토토판매점은 236개다. 대개 유명프랜차이즈에 속하지 못한 동네 구멍가게들이다. 이들 판매점들은 각기 연간 1,000만 원씩 재향군인회에 부당한 커미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 ‘향군_편의점’의_시작
재향군인회의 토토 위탁판매는 정치권력에 의존해, 절차를 무시하고,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적폐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10년 10월, 하나회 출신으로 뉴라이트 대표를 지낸 정정택(예비역 소장)이 논란을 거쳐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군인 출신 이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재향군인회로부터 토토 위탁판매 제안을 받았고, 2011년 3월 정식계약을 체결했다. 원래 적폐는 시작부터 불법이다. 일단 재향군인회는 사업 자격이 없었다. 재향군인회 문화콘텐츠사업단은 2010년 10월 급히 <도소매 서비스>로 사업자를 등록했을 뿐 소속 가맹점을 보유하고 위탁판매망을 갖춘 가맹사업을 하는 가맹본사가 아니었다. 유령가맹본부가 특혜를 반은 것이다. 이 과정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스포츠토토(전 수탁사업자)에 압력을 넣어 진행됐다. 또 2011년 당시 <대한민국재향군인회법>에 따라 재향군인회는 수익사업에 대해서는 국가보훈처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했지만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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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재향군인회 홈페이지에 나온 소개글. 아쉽게도 재향군인회는 현재 불법 토토 위탁판매로 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다.


# 향군의_토토판매는_그_자체가_불법

적폐는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심각해진다. 2015년 개정된 <재향군인회법> 법은 수익사업의 대상을 “물품 직접 생산 사업, 용역서비스 직접 제공 사업” 등으로 한정했다. 정치적으로 압력을 넣어 시민사회에 폐를 끼치는 못된 짓을 하지 말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 당연히 토토 위탁판매사업은 재향군인회가 할 수 있는 수익사업에서 제외돼야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재향군인회는 법을 어겨가며 이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김영주 의원은 국감에서 ‘재향군인회의 토토 위탁판매사업의 특혜 및 불법성’을 지적하면서 “감사원 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조재기 이사장은 “규정을 엄밀히 검토해서 금년도에 계약을 재개할 때는 소상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철저하게 계약을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

# 적폐청산의_암운
간단히 정리하면 문제는 재향군인회가 현재 236개의 ‘향군 토토판매점’으로부터 연간 1,000만 원씩 부당하게 수익금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가정의 연소득 1,000만 원은 적지 않은 액수다. 그런데 적폐는 자신의 이권을 쉽게 내려놓지 않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재향군인회는 김영주 의원,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상대로 로비에 바쁘다고 한다. ‘향군 토토판매점’이라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계속 지키고 싶다는 것이다. 집권 3년차를 맞아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내건 촛불정부의 시대, 혹시나 적폐의 생존논리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통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이 칼럼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체육인 출신의 괜찮은 정치인이 국감에서 좋은 성과를 냈는데 혹시 조용히 묻히지 않을까 걱정인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국가발전과 사회공익 증진에 기여한다는 대한민국재향군인회에게도 소상인을 등치는 이런 돈은 좋지 않다. 명예로운 예비역군인들답게 법과 정의에 따라 당당하게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편집장]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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