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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쇼트게임으로 장타자를 제압한 ‘작은 독약’ 폴 런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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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비거리를 극복한 전설적인 선수, 폴 런얀.


골프에서 장타자가 유리한 것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프로 선수라고 해서 모두 장타를 친 것은 아니다. 드라이브 거리가 평균 50야드 이상 짧았어도 장타자를 제압하고 우승했던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170cm 59kg

키 170cm에 몸무게 59kg로 왜소한 체격의 폴 런얀(1908-2002 Paul Runyan)은 골프선수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거리의 열세가 큰 문제인 것을 알게 되었다. 1930년대 PGA투어의 드라이브 거리를 보면 255야드가 평균이었고, 벤 호건이 270야드, 최 장타자 샘 스니드는 조금 더 길었다. 그런데 런얀은 230야드에 불과했다.

체격의 열세로 인해 드라이브의 거리 경쟁에서 뒤지자 런얀은 쇼트게임 개발과 연습에 주력했다. 그리고 어떤 선수도 런얀을 무시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1934년, 1938년에 매치플레이였던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PGA 투어 통산 29승을 올렸다. 1933년 9승을 올리며 상금왕이 되었고, 1934년에도 상금왕이 되어 제1회 마스터스 대회에서 보비 존스와 함께 라운드에 나가는 영광을 누렸다. 동료 선수들은 특히 매치플레이에서 런얀을 피하고 싶어했는데 그에게 ‘작은 독약(Little Poison)’이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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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런얀이 1938년 PGA 챔피언십 결승을 앞두고 샘 스니드와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메이저 2승


런얀은 훗날 US 오픈과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크레그 우드의 보조 프로였는데, 1934년 PGA 챔피언십의 결승에서 우드와 운명의 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둘은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사이였는데 38홀까지 가는 연장전 끝에 런얀이 자기의 보스를 누르고 우승했다.

런얀은 1938년 PGA 챔피언십의 8강전에서 호턴 스미스, 4강전에선 헨리 피카드 등 당시 최강자들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갔는데 상대는 PGA의 신인이며 놀라운 장타자로 인정 받는 샘 스니드였다. 스니드는 1937년 루키로 5승을 올렸고 1938년에는 8승을 거두며 상금왕이 된 최고의 신예였다. 동료 선수들은 런얀이 스니드의 파워를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을 했고, 미디어는 PGA 챔피언십 결승 역사상 가장 기량차가 심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막상 결승매치가 시작되자 예상과는 반대로 런얀이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드라이브 거리에서 50~70야드의 차이가 났지만 런얀은 정교한 쇼트게임을 앞세워서 스니드를 압박해 갔다. 결국 8&7(7홀을 남기고 8홀차)의 점수로 런얀이 대승을 거두며 우승했는데 승부는 파 5 홀에서 갈렸다.

승부가 날 때까지 7개의 파5 홀을 쳤는데 런얀이 6승1무로 스니드를 제압한 것이다. 파5 홀에서는 당연히 장타자가 유리할 것 같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모든 파5 홀에서 투온을 시도한 스니드는 그린을 놓쳤을 때 단 한 개의 버디도 잡을 수 없었다. 스니드의 쇼트게임이 얼마나 나빴는지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런얀은 세컨샷으로 그린 앞 50-100야드 근처에 간 후 쇼트게임과 퍼팅 실력을 발휘하여 버디를 6개나 잡아냈다. 7개 홀을 모두 원 퍼트로 끝냈으니 그의 빼어난 퍼팅 실력을 상상할 수 있다.

런얀은 쇼트게임의 달인이었으며 집중력과 심리전의 능력을 갖춘 챔피언이었다. 매치 플레이에서 런얀에게 패배했던 벤 호건은 “런얀의 강한 집중력과 날카로운 쇼트게임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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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폴 런얀이 우승했다.1938년 PGA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한 런얀.


런얀의 쇼트게임 레슨북 ‘The Short Way to Lower Scoring’


런얀은 은퇴 후 유명한 쇼트게임 선생이 되었다. 그가 출판한 쇼트게임 레슨 서적 ‘The Short Way to Lower Scoring’은 쇼트게임의 기술을 이론으로 설명한 걸작이다.

잭 니클라우스는 메이저 15승을 거둔 후 1979년 처음으로 PGA 투어의 우승을 못하고 슬럼프에 빠졌다. 재기를 노리며 자기의 골프 기량을 재점검하던 니클라우스는 쇼트게임을 더 잘하기 위해 런얀의 이 책을 보며 연습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필자는 어떤 프로 선수에게 런얀의 쇼트게임 이론을 설명해 준 적이 있었는데, 그 선수는 자기가 알고 있었던 여러 가지 쇼트게임 샷들의 기술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을 처음 들었다며 신기해 했다. 그 선수는 샷을 만드는 기술은 있었지만 이론적인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론을 모르면 슬럼프에 갔을 때 다시 회복할 때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술을 익힐 때 이론을 함께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쇼트게임의 강자가 되고 싶은 골퍼들이라면 런얀의 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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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런얀의 쇼트게임 레슨 서적 ‘The Short Way to Lower Scoring’. 불후의 명작이다.



* 박노승: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겸임교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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