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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백과사전 108] 한 번 열고 접었던 KPGA 대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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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4회를 표방한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올해 6월 미국 뉴욕에서 US오픈이 118회를 개최하고, 7월에는 스코틀랜드 카누스티에서 147회 디오픈이 열린다. 해가 거듭될수록 골프대회를 지속하고 역사를 쌓으면 그것 자체가 문화가 되고 좋은 유산이 된다.

한국의 골프 역사도 그렇다. 한국오픈과 한국남자프로골프(KPGA)선수권은 올해 61회를 개최한다. 매경오픈은 37회이고, 신한동해오픈은 34회, SK텔레콤오픈은 22회에 이르렀다. 이번 주 시작한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프로미오픈은 14회(골프사 차원에서는 이벤트 대회 2번과 KPGA선수권 후원을 했던 한 번을 뺀 11회), 메인 스폰서가 자주 바뀌었으나 시즌을 마무리하는 투어챔피언십도 11회에 이른다. 올해 개최 예정인 국내 KPGA 17개 대회를 보면 10년이 넘은 대회는 위와 같이 총 7개다.

KPGA의 9년 이하 2년 이상의 대회가 7개인데 먼싱웨어매치플레이가 9회, 최경주인비테이셔널이 7회, 군산CC전북오픈이 6회, 대구경북오픈이 3회다. 제주오픈, 제네시스챔피언십, 다이내믹부산오픈은 올해로 2회째를 연다.

문제는 연차가 적은 대회에 있다. 골프 대회란 처음엔 좋은 의도와 거창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다. 하지만 한 번만 개최해도 만만한 게 아님을 실감한다. 골프장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대회가 흥행이 저조하면 주최사로선 고민에 빠진다. 어디서 어떤 사건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지난해 8개를 시리즈로 치른 카이도는 올해는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지난해 처음 열린 티업지스윙메가오픈도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신설되는 대회가 3개(KB금융챔피언스컵, KPGA인비테이셔널, 셀러브리티프로암)나 된다. 언제 어떤 시류에 휩쓸리거나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에 부닥쳐 그만둘지 모를 일이다. 한 번만 열고 마는 대회라면 골프의 성장판을 오히려 닫게 만든다. 국내 골프 대회 61년 역사에서 어떤 대회들이 한 번만 하고 사라졌는지 살펴보면 올해 개최될 대회가 향후 택하지 말아야 할 선택지가 보일까?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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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연합오픈은 1회 개최되어 2언더파를 친 손흥수가 우승했다. [사진=KPGA]


* 70~80년대
연합오픈(1978년): 연합오픈골프선수권대회는 1978년 7월에 한국연합광고 우윤근 사장이 주도해 서울CC에서 개최했다. 대회 우승자는 매년 일본에서 열리는 태평양마스터스골프대회 파견 선수 자격을 부여하는 특전을 주기도 해 상당한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우 사장이 자리를 옮기면서 대회의 명맥을 잇지 못했고, 이듬해 10.26사태가 나서 회사 경영 악화로 대회가 지속되지 못했다.

한국골프협회 회장배(1981년): 10월14일부터 남서울CC에서 한국골프협회(오늘날 대한골프협회)가 프로 골프의 발전을 위해 회장배골프선수권을 창설한다. 1968년 창설된 협회는 1982년 대한체육회 준 경기 가맹단체가 됐고 1985년에 대한골프협회(KGA)로 명칭을 바꾼다. 협회장배는 스폰서 영입과 협회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단 한 번 개최돼 아쉬움을 남겼다.

정모오픈(1982년): 정모오픈골프선수권대회는 총 상금 1040만원을 걸고 10월27일부터 나흘간 명성(현 용인 프라자)CC 타이거 코스에서 개최됐다. 이 대회는 정모제약 대표 이상숙 씨가 그해 11월18일 회사 창립을 앞두고 대회를 창설했으나 한 번으로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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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삼성마스터스가 부산에서 아시아PGA투어로 열려 대만의 린켕치가 우승했으나 1회에 그쳤다. [사진=KPGA]


*1990년대
패스포드오픈(1995년): 국내 주류업계 중 최초로 개최한 대회이자 아시아PGA투어의 일환으로 8월31일부터 춘천(현 라데나)CC에서 총상금 30만 달러를 걸고 열었다. 당시 이름 있던 피지의 비제이 싱, 남아공의 데이비드 프로스트 등을 초청해 성황리에 개최됐다. 하지만 지속되지 못했다.

삼성마스터스(1995년): 10월19일부터 나흘간 동래(현 동래베네스트)CC에서 총상금 50만 달러를 걸고 아시아PGA투어를 겸해 개최됐다. 국제 규모 대회를 지방에서 개최하는 과감성으로 부산 지역 골퍼에게 찬사를 받았으나 1회 개최로 끝났다. 대회 총상금은 당시 공식 골프대회 역대 최고였다. 또한 삼성그룹은 이 대회를 창설함으로써 아스트라컵 PGA선수권과 함께 한 해에 2개 대회를 주최한 최초의 회사가 됐다.

PGA컵 골프토너먼트(1999년): 한 시즌 동안 골프대회가 외환위기 체제 여파로 중단 사태가 속출한 이후 프로 골프계의 활성화를 모색하고 골프 대중화를 이끌기 위해 대회 상금과 경비를 협회에서 지출해 10월13일부터 나흘간 총 상금 1억원, 우승 상금 1800만원을 걸고 한일(현재 솔모로)CC 동 코스에서 개최했다. 이 대회는 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로 골퍼도 모두 참석했다.

리딩투자증권오픈(2000년): 8월26일부터 김포씨사이드CC에서 증권사가 주최사가 되어 개최한 대회다. 증권과 카드사가 호황을 누린 2000년을 전후해 이들에 의한 여러 대회가 열렸으나 주로 여자 대회(1999년 현대증권여자오픈, 2000년 우리증권클래식, 2001년 LG레이디카드배)였던만큼 남자 대회로는 이 대회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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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다단계업체 제이유그룹이 대회를 개최했으나 1회에 그쳤다.


*2000년대

1998년 박세리 골프붐 이후 2000년을 넘어서면서 전국에 골프인구도 늘었다. 오늘날처럼 지역 중심의 대회가 한 때 생겨났지만 자체 동력이 없어 지속되지 못했다. 2000년에 10월18일부터 4일간 열린 대경오픈은 대구경북 지역 대회의 줄임말로 경주조선CC에서 개최된 단발성 대회다. 하지만 오늘날 DGB대구경북오픈과는 연관이 없다. 이듬해인 2001년에는 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대회로 경북오픈이 경주 마우나오션에서 11월7일부터 나흘간 열렸고, 곧이어 설악 11월13일부터 프라자CC에서 강원오픈이 열렸으나 이어지지 못했다.

2004년은 6월17일부터 용인 프라자CC에서 금융 다단계업체인 제이유그룹이 홍보효과를 목적으로 JU그룹오픈을 한 해 개최했고, 7월6일부터 경기도 이천 백암비스타CC 동북코스에서 스포츠 복권업체인 스포츠토토에서 골프토토 사업을 시작하면서 스포츠토토오픈을 개최했으나 1회로 단명했다.

2005년에 골프 중계 방송사인 SBS가 남자 골프의 중흥을 위해 코리안투어 후원을 발표하면서 대회수가 대폭 증가했다. 이해 창설된 SBS로드랜드클래식은 6월23일부터 제주도의 신설골프장 로드랜드(오늘날 타미우스)GC에서 홍보의 목적으로 한 번 개최되고 사라졌다. 10월20일부터 제주 엘리시안CC에선 SBSGS칼텍스마스터즈가 다른 SBS코리안투어 대회보다 상금 규모를 2억 키워 총 상금 5억원 규모로 열렸으나 역시 단발에 그쳤다. GS칼텍스는 이듬해부터는 매경오픈의 메인 후원사가 되어서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해 11월22일 경남 울산의 신설 코스 반도보라(현 보라)CC가 시즌 마지막 대회로 SBS반도보라CC투어챔피언십을 개최한 뒤로 이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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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제주 엘리시안에서 GS칼텍스마스터즈가 1회 개최되었고 이후 GS칼텍스는 매경오픈의 메인 후원사가 된다. [사진=KPGA]


SBS가 코리안투어 부흥을 기치로 내걸고 지원을 하면서 신설된 대회 중에 특히 단명한 대회가 많았다. 2006년 9월28일부터 전남 나주의 골드레이크CC에서 열린 중흥S클래스골프레이크오픈은 SBS코리안투어 일환으로 개최됐으나 2회가 열리지 못했다. 이듬해 5월17일부터 레이크사이드CC(동 코스)에서 열린 X캔버스오픈 역시 단발성 대회로 치러졌다.

SBS코리안투어가 해외로 무대를 넓혀 2007년 7월9일부터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 삼능건설이 대주주로 참여해 개장한 애플시티골프리조트에서 SBS코리안투어(총상금 3억원)로 삼능애플시티오픈이 열렸다. 그해 9월20일부터 경남 양산의 에덴밸리CC에서 SBS 코리안투어(총상금 3억원) 일환으로 에덴밸리스키리조트오픈이 한 해 열렸다. 2008년 6월12일부터 경기도 포천 필로스GC에서 열린 필로스오픈도 한 번 개최가 끝이었다.

2008년 미국 금융 위기이후로 국내 회원권 가격도 최고점을 지나 서서히 하락세를 띠었다. 지방에 뒤늦게 골프장 조성에 뛰어든 기업들은 분양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여전히 골프 대회는 열렸고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2011년 10월27~30일 경기 여주 스카이밸리에서 개최한 NH농협오픈, 2011년 6월2일부터 경기 지산CC에서 열린 스바루클래식, 2012년 10월25일부터 3일간(마지막날은 강한 비바람으로 취소)열린 윈저클래식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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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티업지스윙메가오픈에서 장이근이 우승했다.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사진=KPGA]


* 2018년 이후
올해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50년을 맞이하는 해다. 수많은 대회가 한 번만 반짝하고 열렸다 사멸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대회 상금을 올리는 노력과 함께 한 번 만들어진 대회가 지속될 수 있도록 대회 정착 시스템을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대회 수를 늘려야 하는 절대과제가 있는 KPGA의 사정상 스폰서가 대회를 연다는 것이 고마워서 장기 계약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투어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적어도 3년 이상 장기 개최를 늘려나가는 방향과 해법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경우 한 대회를 10년씩 장기 계약을 가져간다. 더CJ컵@나인브릿지는 총상금 925만 달러 규모 대회를 지난해부터 10년간 연다. PGA투어가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런 장기 대회 개최의 기반이 있어서 가능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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