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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승부세계에서 만난 '26살 차' 샤르마와 미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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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멕시코 챔피언십에서 돌풍을 일으킨 슈반카르 샤르마. [사진=PGA투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결국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WGC-멕시코 챔피언십에서 2타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인도의 21세 신예 샤반카르 샤르마는 3타를 잃고 공동 9위로 경기를 마쳤다. 첫 출전한 PGA투어에서 찾아온 우승 기회를 감당하기엔 경험이 부족했고 필 미켈슨과 저스틴 토마스, 세르히오 가르시아, 더스틴 존슨 등 추격자들이 너무 강했다.

샤르마는 12번 홀에 가서야 첫 버디를 잡았고 마지막 6개 홀에선 보기 4개를 쏟아냈다. 특히 아쉬운 대목은 17, 18번홀의 연속 보기였다. 마지막 두 홀서 타수를 잃지 않았다면 샤르마는 세계랭킹 64위 안에 들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3주후 텍사스에서 열리는 WGC-델 매치플레이의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샤르마는 공동 9위에 그쳐 세계랭킹을 75위에서 66위로 끌어올리는데 만족해야 했다. 마스터스 출전을 위해선 남은 시간 세계랭킹을 50위 안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샤르마와 달리 47세의 노장 필 미켈슨은 최종라운드 15, 16번 홀에서 연속버디를 잡아 역전우승의 기틀을 마련했다. 수천명의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발휘한 놀라운 집중력이었다. 파5홀인 15번 홀에선 2온 2퍼트로 버디를 잡았고 16번 홀에선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다. 결국 미켈슨은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상승세의 저스틴 토마스를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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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트로피인 진 사라센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한 필 미켈슨. [사진=PGA투어]


마지막 홀에서 샷 이글을 잡은 토마스의 상승세는 미켈슨의 집념을 이기지 못했다. 지난 주 혼다클래식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한 토마스는 18번홀(파4)에서 119야드를 남겨두고 친 두 번째 샷이 백스핀이 걸리며 홀로 빨려 들어가 2주 연속 우승으로 연결되는 분위기였다.

미켈슨에겐 2013년 디 오픈 우승후 위너스 서클로 돌아오기에 무려 4년 7개월이란 긴 시간이 필요했다. 미켈슨은 우승 인터뷰에서 “지난 세월은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그동안 최고의 경기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그 자리로 갈 것을 믿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오늘 마침내 해냈다. 믿을 수 없다”는 진심어린 소감을 밝혔다.

샤르마와 미켈슨은 최종라운드에서 챔피언조로 격돌했다. 둘은 3라운드를 앞두고 연습 그린에서 처음 만났는데 미켈슨은 캐디를 대동하고 나타난 샤르마를 인도에서 온 기자로 착각했다. 인터뷰를 요청하러 온 것으로 오인해 “지금은 안된다. 경기 끝나고 하자”고 말했다가 멋쩍은 웃음을 날려야 했다.

우승은 누구에게나 간절하고 소중하다. 찬란한 골프인생을 시작한 21세의 샤르마나 오랜 슬럼프에서 벗어난 47세의 미켈슨이나 마찬가지다. 샤르마는 큰 경기에서 미숙했으나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아름드리 나무 사이로 공을 빼내 그린에 올리는 미켈슨의 신들린 숏게임은 샤르마에게 동기부여가 됐다. 샤르마는 경기후 "오늘은 조금 실망스런 날이다. 난 선두였고 잘 해낼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게 골프다. 미켈슨과 경기하며 많은 걸 배웠다. 오늘 배운 걸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세계란 무대에서 존중의 대상은 실력 뿐이다. 나이나 국적, 피부색은 의미가 없다. 엘리트그룹과 처음 팽팽한 승부를 펼친 샤르마의 마음 속에 새겨진 명제다. 샤르마와 미켈슨. 둘은 4월 첫주 마스터스에서 다시 만난다. 오거스타 내셔널이 샤르마를 특별초청했다. 그린재킷과 우승트로피, 오거스타 내셔널과 챔피언 디너 등 그들의 미래를 장식할 근사한 스토리에 귀기울이게 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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