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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건식의 도의상마] 고대 인도의 병법(兵法) 스포츠, ‘카바디(Kabad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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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디 경기의 장면. [사진=대한카바디협회]


“카바디~ 카바디~ 카바디~”

공격선수는 공격 내내 숨을 쉬지 않고 ‘카바디’를 외치며 7명의 수비선수를 향해 공격한다. 마치 격투기와 같고, 술래잡기와 유사하며, ‘얼음땡 놀이’가 연상된다. 배드민턴 경기장과 비슷한 규모의 경기장을 반으로 나눠 전·후반 40분을 상대팀 공간에 침투해 상대선수를 손으로 건드린 뒤 중앙선을 넘어 귀환하면 1점을 얻는다. 반대로 붙잡히면 1점을 내줘야 한다. 4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고대 인도의 무예이자 스포츠, 그리고 병법으로 불리는 카바디(Kabaddi)의 경기장면이다.

고대 인도의 병법으로 불리는 카바디는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동양의 전통스포츠이자 무예다. 카바디는 인도에서 오래전 신화 속 이야기가 스포츠로 부활된 것이다. 인도의 3대 서사시 중 하나인 〈마하바라타(Mahabharata)〉에는 전사인 아르주나(Arjuna)가 쿠주크라 전쟁 중에 ‘차크라뷔하’의 7명과 맹렬하게 싸웠지만 적에게 벗어나지 못하고 무자비하게 살해된 것으로 나온다. 인도의 고고학자들은 카바디가 아비마뉴의 용감한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인도의 불교문학에서도 카바디가 고대 인도에서 많은 기품을 가지고 경배되고 실천되어 왔다. 이처럼 카바디는 인도인들의 역사 속 이야기와 더불어 삶의 일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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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카바디 세계선수권대회의 중계방송 화면.


숨을 참는 스포츠, 인도의 국가적 지원


현대 카바디는 인도가 국가적 차원에서 청소년의 신체발달을 위한 중요한 스포츠로 장려하고 있다. ‘카바디(Kabaddi)’라는 말은 인도의 타밀나두 지역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Kabaddi’라는 단어가 타밀어인 ‘Kai-pidi’에 기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바디는 인도와 주변지역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타밀나두에서는 ‘카두두(kadaddi)’나 차드쿠두(chadukudu)’, 펀자브(Punjab)의 북부지역에서는 ‘카디(kauddi)’, 동부지역에서는 ‘후투츠(hututu)’ 등으로 불리며 대중화되어 왔다. 또한 주변국가인 방글라데시와 몰디브에서는 ‘하두두’와 ‘바바틱’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kabaddi’는 모든 형태의 합성어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카바디’는 힌두어로 “숨을 참는다”는 뜻으로 이 말이 곧 경기명칭이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카바디 경기는 전통 스타일(Kabaddi), 비치 스타일(Beach Kabaddi) 그리고 원형 스타일(Circle Kabaddi), 3가지 형태가 있다. 1명의 공격하는 선수가 상대를 터치하면 득점하는 방식이며, 다수의 수비수 역시 공격선수를 터치해 득점을 올린다. 이 과정에서 상대와 겨루는 다양한 기술과 체력이 요구되며, 선수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 호신적인 무예 기술들이 발휘되기도 한다.

카바디는 양 팀 각 7명으로 구성되어 전·후반 40분 동안 경기를 펼치는 단체전 경기다. 먼저 공격권을 잡은 팀에서 ‘침입자’(raider)라고 하는 1명의 공격수를 상대팀으로 보내면서 시작된다. 공격수의 목적은 ‘숨을 멈춘 상태에서’ 상대팀의 선수들을 터치하거나 붙잡은 뒤, 자기 진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공격자가 상대팀 선수를 터치하거나 붙잡은 뒤 무사히 자기 팀으로 돌아오면 터치당한 상대팀 선수는 경기장 밖으로 나가야 하며 공격 팀에게 1점이 가산된다. 공격을 할 때 공격수가 반드시 숨을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 경기의 중요한 규칙이다. 공격수는 자신이 숨을 멈추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카바디’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빠르게 외쳐야 한다. 공격선수가 카바디를 의도적으로 늦게 외치면 파울이 되며 상대팀에게 1점이 주어진다. 수비팀에서는 공격자가 숨을 멈춘 상태에서 자기 팀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숨을 참고 있는 동안에 자기 팀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공격자가 퇴장당하고 수비팀의 점수가 올라간다. 상대팀 전체가 퇴장당하면 추가로 2점을 얻는다. 경기가 끝날 때 점수가 높은 팀이 최종 승자가 되며, 동점일 경우는 연장전 전·후반 5분씩을 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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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프로카바디 리그 뱅갈워리어스팀의 이장군 라이더(공격수, 가운데). [사진=인도프로카바디리그]


올림픽의 꿈, 2019세계무예마스터십 정식종목 예정


카바디는 1918년 인도에서 국가스포츠로 지정되어 인도의 주류 스포츠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선수육성은 물론 전국대회가 정기적으로 개최되면서 크게 성장하였다. 무엇보다도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시범경기를 선보임으로써 세계인들에게 알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 교육연구소로 유명한 HVPM(Hanuman Vyayam Prasarak Mandal)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카바디를 선보였으며, 인도정부 역시 올림픽에 진출하는 꿈을 가졌다. 당시 히틀러는 베를린올림픽에 펴견된 35명의 시범선수를 격려하기 위해 올림픽기념 메달을 수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의 정세가 악화되고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현대 카바디는 인도와 주변국가의 지역에서만 흥행할 뿐, 국제 스포츠계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카바디의 체계적인 조직은 1950년 인도카바디연합회(KFI, The Kabaddi Federation of India)가, 1973년 인도아마추어카바디연합회(AKFI, The Amateur Kabaddi Federation of India)가 창설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1982년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아시안게임의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아시아 국가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하였으며,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빠른 속도로 국제화하고 있다. 현재 세계 65개국 50여 만 명의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다.

카바디는 고대 인도에서 시작되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성장했고, 세계대회와 더불어 프로리그가 개최되고 있다. 또한 2019년 충주에서 개최되는 제2회 세계무예마스터십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카바디는 여러 무예와 같은 동작이 포함되어 있고, 호신기술이 접목되어 있다. 기존 무예경기가 개인이 주체라면, 카바디는 팀을 구성하여 서로를 보호하고 공격과 수비를 하는 전술이자, 병법 스포츠다. 카바디는 개인이 상대방의 팀을 상대로 상처를 입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이것은 몸과 마음의 적합성과 집중력뿐 아니라 상대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특히 경기는 민첩성, 근력, 호흡, 속도, 힘, 체력, 잡기, 차기, 걸기, 그리고 빠른 반응에 대한 심리적인 안정감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경기장면은 스릴이 있어 매우 인기가 있으며, 관객의 응원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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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카바디 선수들의 합동훈련 장면. [사진=대한카바디협회]


인도프로리그 최고의 라이더(공격수) 이장군 선수 맹활약


국내에서 카바디가 알려진 것은 2002년 제14회 부산 아시안게임이 계기가 됐다. 2002년 4월에 대한카바디협회의 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2006년 6월 24일에 대한카바디협회가 창립되었고, 2013년 2월에 대한체육회로부터 정가맹 단체로 승인을 받았다.

한국의 남자 카바디는 2014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 파키스탄과 같이 공동 동메달을 획득한 아시아 4강팀이다. 여자 대표팀은 더 강하다. 비치아시안게임에서 3개의 동메달, 2016년에 열린 제4회 아시아여자카바디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017년 제5회 아시아여자카바디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등 인도 다음의 강팀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수한 한국선수들은 인도의 프로카바디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다. 뱅갈워리어스의 이장군 선수는 2017년 리그 1위팀의 에이스 레이더(공격수)다. 억대 연봉을 받는 첫 한국선수로 인도에서 인기가 많다. 같은 팀에 고용창, 자이프루 핑크파트너팀의 이재민, 타밀달라이바스팀의 이동건 등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8년 자카르탐-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카바디 선수들의 선전이 예상된다.

* 허건식 박사는 용인대에서 무예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 국립태권도박물관, 예원예술대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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