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루키 김지윤 “욕심 버렸더니 찾아온 1부 투어”
이미지중앙

지난해 급성장한 김지윤은 올해 KLPGA 1부투어에서 1승을 목표로 하고 10년 후에는 LPGA 상금왕을 다짐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골프채를 잡은 지 8년 만에 지난해 봄 준회원을 시작으로 일사천리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1부 투어 시드까지 따낸 선수가 있다.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골프를 시작했고, 심한 드라이브 입스를 극복하고 루키가 된 김지윤(20) 얘기다.

김지윤은 지난해 성적도 마음도 급성장했다. 2년 전인 고2 때 드라이버 입스에 빠져 대회에 나가면 한 라운드에 아웃오브바운즈(O.B.) 서너 개씩 범했다. 그러다가 대회를 아예 쉬었다. 골프를 두 달간 내려놓고 클라이밍을 했다. 뭐든 한번 할 때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피부가 까이고 피가 날 때까지 했다.

악착같이 정상을 오른 뒤에는 내려오는 게 클라이밍이다.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성적을 내야한다는 욕심 때문에 입스가 있었던 것 같아요. 연습장에서는 잘 나가던 샷이 실전에만 들어서면 망가졌죠. 그게 집착인 걸 깨닫고 버렸더니 어느새 입스가 사라지고 성적이 났죠.”

부모는 7살 때부터 외동딸에게 수영을 가르켰고 선수로 키웠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로 아예 바꿨다. 부모도 하지 않던 골프였지만 자신이 하겠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도 없었다. “수영은 하기 싫었는데 골프는 제가 스스로 한 것이니까요. 더 좋은 성적을 내려는 마음이 앞서다보니 시행착오가 있었죠.”

지난해 상반기 KLPGA 준회원(세미 프로) 선발전은 그에게 좌절과 함께 동기 부여를 해준 대회였다. 나흘간 10오버파를 치면서 부진했다. 그리고 다시 깨달았다. “대회를 앞두고 항상 떨었는데 그 대회 이후로는 큰 목표보다는 작은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서서히 샷이 좋아졌어요. 선발전 떨어졌을 때 역시 집착이 있었나 봐요. 그걸 내려놓으니까 다시 성적이 올라갔어요.”

이미지중앙

효성챔피언십에서 데뷔전을 가진 김지윤이 36위로 마쳤다.


김지윤은 고3 여름을 KLPGA 3부투어에 출전하며 상금 2위에 올라 준회원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6월에 3부투어 7차전에서 첫 우승을 거두어 정회원이 됐다. 6월말 충북 청주 그랜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3부투어 제1차 그랜드-삼대인 점프투어 7차전(총상금 3000만원)에서 이틀 연속 노보기 7언더파를 치면서 우승해 2부 투어로 승격했다. 연이어 2부 드림 투어 2차전에서 2위를 하면서 성적을 올렸다.

11월 무안에서 열린 시드 순위전은 그의 근성을 제대로 발휘한 대회였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3라운드에서 40위까지 떨어졌다. 그대로 가면 25위 안에 못 들어 이듬해 다시 드림 투어를 뛰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마지막날 19위로 마치면서 1부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올 시즌은 지난해 12월 베트남에서 열린 효성챔피언십에 처음 출전해 공동 36위로 마쳤다. 데뷔전 성적치고는 나쁘지 않다. 동년배 친구인 최혜진이 우승했다. 오는 9일부터 같은 골프장에서 열리는 한국투자증권챔피언십은 대기 순번 3번으로 출전을 기다리는 중이다.

김지윤이 막상 대회에 출전한다면 다시 시험에 들 것이다. ‘성적을 더 내야 한다’고 집착에 싸이는 순간 부정적인 마음이 샷을 가로막을지 모른다. 프로 무대를 뛰는 선수는 항상 성적과 집착 사이에 시소 게임을 한다. 양립할 수 없는 긴장감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루키해의 투어가 결정된다. 욕망하되 집착하지 않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경력이 오랜 선수건 우승했던 베테랑이건 종종 빠졌던 함정이다.

이미지중앙

김지윤은 올해 PNS창호로부터 후원을 받으면서 시합을 뛰게 됐다.


용인의 88CC에서 방극천 프로를 코치로 삼아 스윙을 배우는 김지윤은 드라이버 정확성이 뛰어나다. 비거리는 220미터 정도로 두드러지는 정도는 아닌데 똑바로 날아가는 샷이 장점이다. 그리고 아이언샷도 정교한 편이다. 하지만 이미 승부에 집착하는 순간 볼이 휘어지고, 주저앉았고, 극복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롤 모델이라는 제이슨 데이처럼 공격적으로 코스를 누비는 게 김지윤의 꿈이다. “주로 PGA투어 남자 시합을 보면서 배우는데, 데이를 롤 모델로 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항상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끝까지 노력해 세계 1위까지 했고, 호쾌하게 경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입니다. 여자 선수 중에서는 김세영, 김하늘 프로를 좋아합니다. 세영 언니는 항상 팬들과 소통하면서 경기하는 자세가 좋고, 하늘 언니는 경기력도 좋고 꾸준한 점에서 본받고 싶어요.”

베트남에서 열린 데뷔전 이후로 김지윤은 메인 스폰서(PNS창호) 계약도 맺어서 다소 여유를 갖고 이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의 목표는 1승이다. “신인왕 타이틀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니까 보다 현실적으로 1승이 목표입니다. 5년 후 목표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상금왕이고, 10년 후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상금왕입니다.”

성공했던 기억을 살리면서 실현 가능한 작은 목표를 삼아 하루하루를 착실하게 준비하는 것, 김지윤이 목표에 이르는 길은 그런 깨달음을 반복하는 끝없는 징검다리 어디 쯤에 놓여 있을 것이다. 그의 롤 모델인 제이슨 데이도 그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한 선수다.

김지윤 프로필
학력
: 능동 세종초-육민관중-양곡고-올해 성균관대학교 18학번 스포츠 과학부 입학
성적: 2017년-준회원, 6월- 점프투어 7차전 우승, 7월-정회원, 9월 드림투어 16차전 2위- 11월 시드전 19위로 1부 투어 진출, 12월- 1부투어 데뷔전 36위.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