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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GA 골프 대회에서 공 맞는 타구 사고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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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에서도 선수가 볼을 잘못 쳐서 갤러리 타구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볼~.’ 골프장에 가면 가끔씩 잘못친 티샷으로 이런 소리가 울린다. 그런데 세계 정상급 프로선수들도 골프대회에서 엉뚱한 샷을 날린다. 그래서 엄청난 갤러리가 모여 있는 대회에서 프로의 잘못친 공에 사람이 맞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갤러리와 타구사고에 대한 여러 사례를 소개했다. 올해 메이저 대회 US오픈 우승자이자 지금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챔피언스의 선두를 달리는 브룩스 코엡카는 퀘일할로클럽에서 열린 PGA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샷 실수로 혼쭐이 났었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도그레그 16번 홀에서 볼이 오른쪽으로 심하게 휘어졌다. 그런데 정작 코엡카가 페어웨이를 걸어가면서 확인하자 볼이 날아간 방향보다 30야드 떨어진 페어웨이 안에 볼이 잘 들어와 있었다.

코엡카는 처음에 볼이 나무에 맞고 바운드되었거니 여겼다. 하지만 볼이 날아간 곳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사실인즉 공이 떨어지는 지점에 있던 자원봉사자의 머리에 맞고 페어웨이 쪽으로 되튀었던 것이다. 코엡카는 곧 근처에서 피묻은 모자와 함께 누워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잠시 후 의료진이 도착해 응급 처치에 들어갔다. 다행히 공에 맞은 자원봉사자는 큰 부상 없이 일어날 수 있었다. 코엡카는 “당시에는 황망해서 정신이 없었는데 그가 되려 웃으면서 ‘좋은 파 찬스를 얻었다’며 내게 농담까지 했다”고 회고했다.

코엡카는 운좋게 페어웨이에 들어온 지점에서 두 번째 샷을 했는데, 마음이 진정이 안된 탓인지 두꺼워서 그린 오른쪽으로 흘러 보기를 적어내고 말았다. 그날의 두 개의 보기 중에 하나였고 코엡카는 3언더파 69타 스코어를 적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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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는 하루에 세번 이나 타구 사고를 내기도 했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CIMB클래식에서 우승한 팻 페레즈는 LA인근 리비에라컨트리클럽에서 올해 2월 열린 제네시스오픈에서 나홀동안 3명의 갤러리를 맞히는 불운한 기록을 남겼다. 그 중에 한 명은 들것에 실려 나가기도 했다. “누구나 우리가 정확한 티샷을 하는 줄로 아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페레즈는 공으로 누군가를 맞히면 다시 경기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페레즈는 저녁에 다친 사람에게 전화해서 몸 상태를 물었다. 선수가 직접 전화를 하자 그 갤러리가 놀라워했다. 페레즈는 “제가 당신을 죽일 뻔했는데 전화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페레즈는 현장에서 그에게 사인한 장갑까지 주었으나 그 뒤로 기분이 언짢았다고 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희한한 타구 사고의 기록을 남겼다. 지난 2010년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우즈는 한 라운드에 무려 3명의 갤러리를 맞혔다. 파이널라운드 1번홀 첫 번째 샷으로 맞히더니, 2번 홀과 15번 홀에서도 갤러리를 맞혔다.

올 시즌 첫 대회인 세이프웨이오픈에서 우승한 브랜든 스틸은 잘못친 샷에 맞았던 갤러리가 라운드를 마칠 때까지 자신의 경기를 관전하며 따라다닌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공에 맞는 사람은 직업과 연령고하와 장소까지도 가리지 않는다. 올해 디오픈이 열린 로열버크데일 9번 홀에서 더스틴 존슨의 어프로치 샷이 <아이리시타임즈> 기자의 얼굴 광대뼈에 뚜렷한 딤플 자국을 남겼다.

공에 맞은 갤러리는 상처가 경미할 경우 어떤 때는 예상치 못한 득템으로 기뻐하기도 한다. 선수가 사인한 장갑과 공을 주기도 한다. 장타자 로리 매킬로이는 올해 WGC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 마지막 라운드에서 잘못친 샷으로 한 숙녀를 맞혔다. 매킬로이가 현장으로 갔을 때는 피해자가 떠나고 없었다. 매킬로이는 투어 관계자를 통해 피해자를 수소문해서 그녀가 손목 부상을 당했음을 알았다. 매킬로이는 부상 치료비를 대고 자신의 사인이 든 소정의 선물을 선물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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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블루는 로리 매킬로이의 공에 맞아 머리에 붕대를 둘렀으나 선물로 받은 '쏘리'라고 적힌 선수 사인 장갑을 득템했다.


매킬로이는 5년 전에 로열리담&세인트앤에서 열린 디오픈 첫날도 타구 사고를 냈다. 15번 홀에서 친 드라이버 샷이 16세 소년 제이슨 블루의 머리를 가격했다. 소년이 땅바닥에 쓰러지자 함께 왔던 로스 퍼니발은 친구가 죽은 줄로 알고 호들갑을 떨었다. 다행히 블루는 얼마 뒤에 정신을 차려 깨어났고, 그날 저녁에 매킬로이는 호텔로 두 소년을 불러 100파운드씩 주고 함께 사진을 찍어주었다.

항상 갤러리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하는 멋진 매너로 유명했던 대만의 류량환의 미담은 유명하다. 1971년 로열버크데일에서 열린 디오픈 마지막날에 리 트레비노와 우승 경쟁을 벌이던 류량환은 자신이 친 공에 맞았던 갤러리 릴리안 티핑 부부를 대회가 끝나고 나서 자비를 들여 대만에 초청해 여행까지 시켜주었다. 류는 트레비노에 한 타차로 2위에 그쳤다.

하지만 사고 자체는 선수에게 샷에 대한 불안감과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한다. 제이슨 데이는 나이든 갤러리와 어린아이를 맞힌 뒤로 샷에 두려움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2015년에 토리파인스에서 우승한 대회에서 한 아이의 머리를 맞혔는데 그 아이는 피를 흘렸다. 나에게는 오랜 상처로 남게 되었다.”

로리 매킬로이는 웬트워스에서 열린 BMW챔피언십 마지막날에 파블로 라라자발(스페인)과 함께 경기를 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라라자발은 우승 기회를 맞았는데 어느 홀에서 그가 갤러리의 머리를 맞힌 뒤로는 자신이 쇼크를 받은 것 같았다. 샷으로 누군가에게 부상을 입혔다면 피해자와 선수 모두에게 힘들다. 어쨌거나 극복해야 한다.”
세계 골프 랭킹 1위에도 올랐던 데이비드 듀발은 지난 2009년 열린 메모리얼챔피언십 첫날 전반에만 9홀에서 5언더파로 선두권에 올랐다. 하지만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10번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친 티샷이 갤러리의 머리를 맞히는 사고를 냈다. 그 사람이 피를 흘린 것을 본 듀발은 그 홀에서 보기를 하더니, 12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적는 등 백나인에서 40타를 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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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구 사고는 갤러리에게는 부상으로 선수에게도 심리적인 불안을 안겨준다.


4년전 뮤어필드빌리지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의 금요일 포섬매치에서 필 미켈슨과 키건 브래들 리가 한 조로 묶였다. 브래들리가 파4 14번 홀에서 친 볼이 왼쪽으로 휘어지더니 로프에 있던 갤러리 머리에 맞았다. 머리가 찢어졌고 아내는 울고 있었다. 그 공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브래들리는 다음과 같이 기억한다. “당시 너무나 걱정됐는데 그 분이 나를 쳐다보더니 ‘이 홀에서 이겨요’라고 응원해주었다. 너무 감격스러웠다.” 두 사람은 그 홀에선 비겼지만 결국 그날의 매치에서는 이기는 것으로 보답했다.

야구나 하키와 달리 프로골프 대회에서 볼에 맞아 죽은 사건은 아직 기록된 바 없다. PGA투어 선수들의 볼 스피드는 시속 185마일 내외지만, 그건 볼이 맞아 나가는 순간이다. 볼이 떨어지는 지점에서는 시속 60마일 정도로 죽어 있어서 부상의 정도는 덜하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의 경기에서는 종종 타구 사고가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1989년에 10살된 미국 앨라배마 출신 소년이 골프공에 맞아 죽은 사례가 있고, 1988년에는 아일랜드의 한 코스에서 13세 소년이 코스를 걸어가다가 공에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

2010년에 69세 노인이 미국 캘리포니아 치노에서 10야드 떨어진 거리에서 동반자의 샷에 뒤통수를 맞아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해에 미국 플로리다 샌포드에 있는 42세의 골프장 코스관리자가 나무 식재작업을 하던 중에 35m 떨어진 곳에서 날아온 샷에 맞아서 사망했다. 가까운 거리의 직선 타구에 잘못 맞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매체는 뻔하지만, 결국 대회에서는 서로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볼이 날아갈 때 ‘볼’(해외에서는 ‘포어’)라고 외치는 건 그래서 큰 도움이 된다. 선수 뿐만 아니라 캐디, 관계자들이 그렇게 외치면 더 낫다. 공 떨어지는 지점에 있는 갤러리가 조심하거나 머리 등 급소를 가리는 시간적 여지를 그나마 벌 수 있다. 대회장에서 티잉그라운드의 270~300야드 지점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일단 위험 지대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경계심을 잃지 않는 게 좋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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