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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 4R] '이청용 선발' 크리스탈 팰리스, 번리 원정 0-1 패배..리그 4연패

  • 2017-09-11 00:24|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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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팰리스의 이청용이 = 볼 경합을 펼치고 있다. 이청용은 결정적인 실수로 패배의 직접적인 원흉이 되었다. [사진=크리스탈팰리스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크리스탈 팰리스(이하 팰리스)의 이청용이 간만에 선발 출전하며 본인의 프리미어리그 100번째 출장을 기념했으나, 패배의 원흉이 되고 말았다. 10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번리의 터프 무어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에서 팰리스가 번리에 0-1로 패하며 리그 4연패째를 기록했다. 4연패에 더해 네 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팬들의 마음을 새까맣게 태웠다.

팰리스 감독 프랑크 데 부어는 이제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단기간 해고를 당해도 반박할 거리가 없을 것 같다. 승부를 결정지은 건 전반 3분 만에 이청용이 시도한 정확하지 않은, 안일한 백패스가 번리의 공격수 크리스 우드에게 커트 당하며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진 장면이었지만, 데 부어 감독은 팀과 자신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도 이렇다할 전술적인 변화책을 꺼내지 못했다. 10-11 시즌 아약스의 우승을 이끌며 이후 리버풀과 토트넘의 구애까지 받았던, 떠오르는 젊은 명장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전술은 확실한 방향이 전혀 없었다. 아약스에서 전통적이고, 자신도 잘 구현했던 전술인, 네덜란드 특유의 4-3-3 토털 사커는 자취를 감췄다. 그렇다고 전임 감독 샘 앨러다이스가 구축해 둔 롱볼 축구로 완벽하게 회귀한 것도 아니었다. 템포를 올려 빠르고 짧은 패스로 몰아칠 상황에선 판단력 부족으로 지루한 공 돌리기만이 반복되었고, 간결하게 롱패스와 크로스로 마무리 할 상황에서는 속도와 날카로움이 모두 부족했다.

반면 번리의 스타일은 확고했다. 오늘 번리의 경기력은 그들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션 다이스 감독의 철학은 그 기조를 유지했다. 수비 상황에선 마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본딴 듯한, 아주 빽빽한 두 줄 수비로 방어진을 구축했다.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아니 공중전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크리스티안 벤테케마저 번리의 숨막힐 듯한 밀집 수비 앞에선 위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그렇게 찰거머리 같이 수비를 해낸 이후엔 간결하고 빠르게 측면으로 공을 전달했다. 윙어들이 양쪽에서 볼 운반을 하는데 성공하면 이미 샘 보크스와 크리스 우드라는, 힘 있고 제공권에서 강점을 보이는 두 공격수가 상대 패널티 박스 안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전반 8분 등장했던 장면이 번리의 운영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방식이었다.

크리스탈팰리스도 충분히 그런 간결한 플레이를 해낼 선수진이 충분했고, 리그 무득점 행진으로 위기에 몰린 그들에겐 그런 간단한 공식이 해법이 될 수 있었다. 언급했듯 공중전의 최강자 벤테케부터, 저돌적인 스피드로 측면을 허물 수 있는 안드로스 타운젠드, 중원에서 탁월하게 볼을 관리하고 배급할 수 있는 요앙 카바예가 팰리스의 선발 명단에 들어있었다. 하지만 벤테케의 헤딩은 위력이 떨어졌고, 타운젠드는 무리한 돌파를 고집하다 공 소유권을 번번이 내주었다. 프랑스 국가대표 주전으로도 활약하며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던 카바예는 이제 혼자서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 했다. 오히려 가장 빛났던 것은 세트피스와 역습 상황에서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번리의 골문을 번번이 위협했던 팰리스 중앙 수비수 스콧 단이었다. 전반 5분, 후반 39분, 그리고 후반 44분에 걸쳐 스콧 단이 보여준 위협적인 슈팅은 번리의 수비진이 조금만 더 집중력이 떨어졌어도, 아니 운만 조금 더 따랐어도 셋 중 한두번은 골망을 뒤흔들 수 있는 기회였다.

심지어 전반 34분, 이청용의 크로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번리의 골키퍼 톰 히튼이 동료 수비수와 부딪혀 부상을 입었다. 급하게 몸도 채 풀지 못하고 투입된 대체 골키퍼는 이번이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인 어린 선수 닉 포프였다. 안정감이 가장 큰 덕목으로 작용하는 골키퍼의 특성상, 준비도 없이 급작스레 투입된 어린 골키퍼는 대체적으로 수비진의 상당한 불안감을 초래한다. 하지만 닉 포프는 달랐다. 열광적이진 않지만 차분하게 수비 라인을 통제했고, 스콧 단의 여러 차례 슈팅과 후반 34분 벤테케가 맞이한 경기 중 가장 완벽했던 찬스마저 선방해내며 최고의 데뷔전을 치뤘다.

데뷔전을 치른 어린 골키퍼는 훌륭했지만, 리그 100번째 출전을 기록한 이청용은 실망스러웠다. 전임 앨러다이스의 롱볼 전술 체제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이청용은 데 부어 감독 체제로 바뀌며 보다 기술적이고 세밀한 전술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이청용은 공을 패스할 때나 받을 때나 지속적으로 판단이 한 박자씩 느렸다. 떨어지는 힘을 극복했던 그만의 테크닉은 속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너무나 손쉽게 간파당했고, 결국 위협적인 장면을 단 한 번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거기에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치명적인 백패스 미스로 골을 헌납했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데 부어 감독의 카드는 오히려 그의 감독 수명을 단축시키는 비수가 되어 되돌아오고 말았다. 불행하게도, 이청용도, 데 부어 감독도 팰리스에서의 시간이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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