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고 1루수 겸 투수 추재현. [사진=정아름 기자]
올해로 창단 42주년을 맞은 신일고등학교 야구부. 다소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신일고는 황금사자기 대회 최다 우승(8회)을 비롯해 전국대회에서만 12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러한 역사의 바탕에는 일명 ‘타격천재’들이 이끈 화끈한 타선이 크게 한 몫 했다. 강혁(현 신일고 감독), 안치용(현 KBS N 해설위원), 봉중근(LG), 김현수(필라델피아 필리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계보를 이어갈 차세대 타격천재가 등장했다. 내야수 겸 투수 추재현(18)이다.
믿고 쓰는 신일고산 타자
올 시즌 추재현의 방망이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22경기에 출장해 타율 0.390 77타수 30안타(3홈런) 25타점 4도루 22사사구 4삼진을 기록했다. 4할에 가까운 타율보다 더 눈에 띄는 점은 줄어든 삼진 개수다. 지난해와 비교해 타석수는 증가했지만 반대로 삼진은 더욱 줄었다(2016년 86타석 6삼진, 2017년 99타석 4삼진). 추재현은 “2015년 강혁 감독님께서 취임하신 후 항상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치라고 주문을 하셨다. 적극적으로 임하다보니 오히려 삼진 비율이 적어지는 등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팀 사정상 올 시즌 주전 1루수로 경기에 나섰지만 외야 역시 추재현에겐 익숙한 포지션이다. [사진=정아름 기자]
고교 진학 후 매년 3할 타율을 기록한 추재현. 스카우트들 역시 추재현의 타격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수도권 A 구단 스카우트는 “콘택트 능력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수비 위치다. 프로에서 현재 포지션인 1루수로 나서기 위해선 매년 못해도 홈런 10개쯤은 거뜬히 쳐줘야 하는데 파워가 부족하다. 게다가 좋은 어깨를 살리려면 1루보다는 외야가 더 적합할 것”이라며 향후 외야수의 경쟁력을 보다 높이 평가했다.
추재현 역시 외야수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팀 사정상 내야와 마운드를 오갔지만 가장 자신 있는 포지션은 외야수다. 그래서일까. 추재현의 롤 모델은 NC 다이노스의 외야수 나성범이다. 좌완투수 출신으로 프로 진출 후 야수로 전향해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점에서 같은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고교 무대여 뜨겁게 안녕
지난 29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신일고와 율곡고의 봉황대기 8강전. 팽팽한 접전 끝에 7회에서야 승부가 기울었다. 율곡고는 7회에만 3점을 내리 따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8회초 신일고가 1점을 따라붙으며 점수는 2점 차. 5-7의 스코어에서 신일고의 9회초 공격이 시작됐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을 따라가듯 2사 후 문보경이 안타를 때려내며 경기 막판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그리고 4번 타자인 추재현의 타석이 돌아왔다. 이날 직전 타석까지 2타수 1안타 2볼넷으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친 상황. 중심타자라는 부담감이 앞섰던 걸까. 추재현이 시즌 4번째 삼진을 당하며 경기는 끝이 났다. 한동안 타석을 떠나지 못했던 그는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개인적인 목표보다 팀 우승이라는 목표가 우선으로 삼았던 그였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신일고 강혁 감독(왼족에서 두 번째)이 패배 후 고개 숙인 추재현을 격려해주는 모습. 강혁 감독을 비롯한 신일고 코칭스태프들은 선수들에게 '잘 싸웠으니 고개 숙이지말라'며 질책보다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진=정아름 기자]
“마지막 대회인 만큼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지난 3년 동안 열심히 했던 것들에 대한 유종의 미를 이번 대회에서 거두고 싶었는데 정말 아쉽네요. 그래도 감독님과 코치님들 덕분에 8강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신일고 추재현에게 돌아올 타석은 없다. 그러나 또 다른 무대에서 자신을 증명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날 목동에서 흘린 추재현의 뜨거운 눈물은 그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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