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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메이저 우승을 위해 갖춰야 할 조건들

  • 2017-06-19 13:50|이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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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회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브룩스 켑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제117회 US오픈이 브룩스 켑카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켑카는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마친 후 무덤덤한 표정으로 스코어 텐트로 향했다. 마치 하루 더 경기가 남은 듯했다. 켑카는 이동하던 도중 여자 친구인 배우 제나 심스와 포옹하며 입맞췄지만 격한 감정을 쏟아내는 여느 메이저 우승자와는 달랐다.

그건 켑카가 이번 US오픈 내내 차분하고 침착하게 경기를 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켑카는 결정적인 버디를 잡았을 때도 요란한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가볍게 손을 들어 환호하는 갤러리에게 인사하거나 주먹을 가볍게 쥐고 흔드는 수준이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작년 US오픈 챔피언 더스틴 존슨과 그 모습이 비슷했다. 난코스와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메이저 대회에서 인내와 평정심은 필수조건이다.

켑카는 또한 메이저 우승에 필요한 장타력을 갖춘 선수이기도 하다. 이번 US오픈에서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가 322.1야드로 7위였다. 페어웨이 적중률은 87.50%로 공동 4위, 최장타는 379야드로 7위였다. 본선 진출자중 이 세 부문에서 모두 ‘톱10’에 든 선수는 켑카가 유일했다. 그 결과 US오픈 117년 역사상 2010년 로리 매킬로이가 작성했던 72홀 최소타(16언더파)와 타이 기록으로 우승했다.

6월 첫주 우정힐스CC에서 열린 코오롱 제60회 한국오픈에 출전했던 재미동포 케빈 나는 ‘메이저 우승의 필수조건‘으로 장타력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케빈 나는 “파인허스트 등 장타력이 필요하지 않는 골프장들도 간혹 있지만 메이저 대회가 열리는 코스는 대부분 멀리 쳐야 한다”고 말했다. 더스틴 존슨과 로리 매킬로이, 루카스 글로버, 마틴 카이머 등 최근 US오픈 우승자만 봐도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US오픈에서 사상 처음으로 더스틴 존슨과 로리 매킬로이, 제이슨 데이 등 세계랭킹 1~3위 선수들이 동반 탈락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쉽게 300야드 이상을 날릴 수 있는 장타자들이다. 대회코스인 에린 힐스 골프장은 페스큐로 조성된 무릎 높이의 러프로 인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페어웨이 폭이 60야드에 달해 심하게 티샷을 잘못 치지 않는다면 러프의 위협은 크지 않았다. 얼마든지 장타의 이점을 발휘할 수 있는 코스였다.

매킬로이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대회 개막을 앞두고 4,12,14, 18번홀 페스큐 러프를 자르는 것을 본 후 “페어웨이가 골프볼 5000개는 들어갈 정도로 넓다”며 ”넓은 페어웨이에 볼을 올리지 못한다면 짐을 싸서 집으로 가면 될 것”이라고 쏘아부쳤다. 매킬로이는 그러나 호언장담과 달리 볼을 페어웨이에 올리지 못해 자신의 말대로 일찌감치 짐을 쌌다.

골프 역시 겸손해야 한다. 과거 장타자들은 메이저 코스세팅에서도 장타 덕을 봤다. 최대한 멀리 드라이버로 티샷을 날린 후 웨지를 이용해 러프를 도려내며 딱딱한 그린 위에 볼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 제117회 US오픈은 페스큐 러프를 이용해 이런 전략을 차단했다. 코스를 만만하게 봤던 존슨과 매킬로이, 데이는 제대로 허를 찔렸다. 반면 침착하고 차분하게 홀을 공략한 켑카는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오만한 플레이는 하늘거리는 페스큐를 이기지 못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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