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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박인비와 박성현의 엇갈린 캐디 복(福)

  • 2017-05-23 04:35|이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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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도중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박인비와 캐디 브래드 비처.[사진=K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박인비가 지난 주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결승까지 진출하며 좋은 경기를 했으나 원하던 우승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대선수의 진가를 보여주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의 곁엔 여전히 전속 캐디인 브래드 비처가 있었다. 호주 국적의 브래드는 TV 중계에 졸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시차는 선수와 캐디를 구분하지 않는가 보다.

박인비는 브래드를 만나 많은 업적을 이뤘다. 메이저 3연승에 세계랭킹 1위, 커리어 그랜드슬램, 리우 올림픽 우승, 그리고 명예의 전당 헌액 등 굵직굵직한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다. 브래드는 2008년 박인비가 인터라켄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서 메이저 첫 우승을 거둘 때 함께 하는 등 7번의 메이저 우승 때마다 그녀의 곁을 지켰다. 박인비는 그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박인비는 지난해 6월 미국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브래드 비처는 친구 이상의 관계다. 부모님과 남편이 내가 틀렸다고 말해도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며 “그는 나를 진정 신뢰하며 나 또한 그를 100% 믿는다. 우리가 지난 10여년간 변함없는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브래드 역시 “인비는 나의 보스이자 여동생 같은 존재”라고 화답했다.

위대한 선수가 되기 위해선 캐디 복(福)이 있어야 한다. ‘킹’ 아널드 파머 곁엔 제임스 앤더슨이 있었고 ‘황금곰’ 잭 니클러스의 옆엔 안젤로 아르지아가 있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20여 년의 선수생활 동안 3명의 캐디와 함께 했다. 필 미켈슨은 프로데뷔 이후 한 번도 캐디를 교체하지 않았다. 그의 캐디인 짐 매케이는 위키피디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다. 영국 출신인 매케이는 1992년부터 미켈슨의 백을 매고 있으며 미켈슨의 모든 우승을 함께 했다. 로리 매킬로이도 미켈슨처럼 프로입문 후 한 명의 캐디(J.P. 피츠제랄드)와 함께 하고 있다.

캐디는 코스 안에서 자신의 보스(선수)가 유일하게 골프를 잘 치기를 기도하고 바라는 사람이다. 운명 공동체다. 또한 유일하게 선수에게 어드바이스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부모라도 경기 중인 선수에게 어드바이스를 하면 벌타를 받는다. 닉 프라이스의 캐디로 유명했던 제프 메들렌이 43세의 나이로 백혈병에 걸려 사망하자 PGA투어 선수들은 녹색 리본을 달아 조의를 표했다.

최근 박성현이 베테랑 캐디인 콜린 칸과 결별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영입 과정의 잡음을 생각하면 너무 빠른 결별이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둘 사이엔 뭔가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리 트레비노는 캐디 허먼 미첼과 경기 도중 소리를 지르며 싸웠지만 헤어지지는 않았으며 19년 동안 메이저 6승을 합작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리디아 고도 캐디와의 잇딴 결별로 안정적인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

영국의 골프 작가인 헨리 롱허스트는 “좋은 캐디는 단순한 조력자 이상이다. 안내자이며 철학자이며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 박성현은 골프 역사에 남을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이기에 하루 빨리 성공을 도울 좋은 캐디를 만났으면 좋겠다. 코스 안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 그리고 미스샷이 났을 때 구원의 손길을 내밀 그런 캐디 말이다. 위대한 선수가 되려면 캐디 복(福)은 필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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