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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조 드 세나의 ‘스파르탄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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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밀러의 그래픽노블 <300> 표지.


# 2007년에 제작된 영화 <300>은 신드롬을 일으켰다. 영화 속 대사 “나는 관대하다”가 개그프로그램을 통해 유행어가 됐고, 한 연예인은 툭하면 기원전 그리스의 도시국가인 “스파르타~”를 외쳐댔다. 이 영화의 흥행포인트는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가 100만 페르시아 대군에 맞선다는 플롯, 뭇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남자배우들의 식스팩, 그리고 화려한 영상미였다. 이 영화는 그래픽노블의 거장 프랭크 밀러(60)의 만화 <300>에 기초한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촬영현장에서 만화를 스토리보드로 사용했다. 그리고 밀러는 프로듀서 겸 컨설턴트로 영화제작에 참여했다. <300>을 비롯해 <데어데블>, <로닌>, <배트맨:다크 나이트 리턴즈>, <씬시티>, <일렉트라> 등을 그린 밀러는 어렸을 때 봤던 영화 <300 스파르탄>(1962년)에서 영감을 얻어 <300>을 그렸다고 한다.

# 조 드 세나(48)라는 사람이 있다. 한국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제법 유명인사다.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스포츠이벤트인 ‘스파르탄 레이스’의 창업자이자 현 CEO다. 사업가이기에 앞서 울트라마라톤과 철인3종경기 선수이고, 2014년부터는 <스파르탄 업>, <스파르탄 핏>과 같은 책을 내고 강연도 하는 자기계발 강사이기도 하다. 그의 호소는 간단하다. 살다보면 각종 난관에 부딪히듯이, 장애물경기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봐 조 드 세나가 영화 <300>(혹은 만화)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

# 드 세나의 삶을 살펴보면 그의 스파르탄 정신을 쉽게 알 수 있다. 어려서부터 그는 사업가였다. 신문에 나오는 거물급 조폭들의 동네에서 자랐는데, 아버지가 사업에 망하자 13살에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수영장을 청소하는 일을 시작했다. 한겨울에 가스가 끊겨 추위에 벌벌 떨 정도로 생계가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학비를 벌기 위해 24살까지 이 사업을 계속했는데 고객이 750명으로 증가했고, 24살 때 50만 달러에 사업체를 매각했다. 그 사이 그는 4번의 도전 끝에 명문 코넬대학에 들어갔고 졸업장을 받았다. 그리고 월스트리트에서 연봉 3만 달러를 받으며 안락한 생활을 하는 금융인이 됐다. “수영장을 청소할 때, 일을 마치고 5분 정도 시간이 남으면 그 집의 창고나, 정원을 정리했어요. 물론 이것에 대해 돈을 받지도 요구하지도 않았죠. 나중에 이를 알면 고객(집주인)이 얼마나 좋아했겠어요. 이게 몇 차례 반복되면 그들은 나 없이는 살 수 없는 정도가 되죠.” 극히 진부한 철학일 수 있지만 이런 게 세상에서는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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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을 든 채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조 드 세나.


# 이것만 해도 나름 성공한 삶이었지만 드 세나는 과다한 업무와 늘어나는 체중에 환멸을 느꼈다. 계단 오르기로 운동을 시작했고, 이는 곧 마라톤-울트라 마라톤-철인 3종 경기로 이어졌다. 그의 성실함은 운동으로 이어져 100마일이 넘는 울트라 마라톤만 50회 이상 완주하게 됐다. 그리고 2000년 초 버몬트 주의 피츠필드에 위치한 한적한 곳으로 이주를 단행했다. 전 재산을 털어 황무지에 가까운 700에이커(약 86만평)의 땅을 사 농장과 바이크족을 위한 스토어를 열었다. 향후 이곳을 극한장애물경기의 성지로 만들 계획이었는데 10여 년 후 실제로 이곳은 세계 최대의 장애물경기인 스파트탄 레이스의 파트타임 헤드쿼터 겸 메카가 됐다.

# 조 드 세나는 “난 체형이 안 돼”, “시간이나 없어”, “내게는 돈이 문제야”와 같은 변명을 믿지 않는다. 공부든 운동이든 스스로 뛰어난 자질이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는 것 하나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성취해왔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스파르탄 전사가 되라’는 그의 철학, 즉 스파르탄 레이스는 자신의 체험에서 비롯됐다. 한 겨울 눈 속 울트라 마라톤을 하다가,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그는 이 같은 감정을 안전하게만 느낄 수 있다면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울트라 마라톤과 철인 경기를 일주일에 3회 완주한 적도 있지요. 데스밸리에서 마운트휘트니까지 135마일을 한여름에 완주한 적도 있어요. 정말이지 입고 있는 셔츠가 녹는 느낌이었죠.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해 의사로부터 “당신의 달리기는 끝났다”는 말을 들었지만, 저는 진단 후 1년 동안 14번이나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든 삶이 복잡하다면 당장 밖으로 나가 할 수 있는 만큼 뛰어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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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장애물경기 '스파르탄 레이스'의 경기 장면. [사진=스파르탄레이스 홈페이지]


# 2001년 드 세나를 비롯해 등산가, 해병대 등의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 8명이 피츠필드에서 시작(3명만 완주)한 죽음의 레이스(Death Race)는 2010년 명칭을 ‘스파르탄 레이스’로 변경하며 눈부시게 성장했다. 미국 TV프로그램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SNS 팔로워만 500만 명이 넘는다. 2017년 기준으로 30개국 이상에서 200회가 넘는 레이스가 열리고, 참가자는 총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파에 누워 있는 사람들의 지쳐있는 삶’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어려움에 도전하는 활기찬 사람’으로 유도하는 라이프스타일 혁명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을 적당히 섭취하고, 디저트와 술은 자제하고, 일광욕과 냉수샤워를 즐긴다. 또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고 계단을 이용하고, 명상이나 기도를 하고, 사랑할 사람을 찾으면 더욱 좋다. 저녁 8시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고, 새벽에 일어나 몸을 움직인다. 당신의 최대 장애는 바로 당신이다. 또 당신 자체가 가장 큰 기회이기도 하다.’ 스파르탄 정신은 모두 우리가 좋다고 알고 있는 것들이다.

# 스파르탄 레이스는 2013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한국에서 열렸다. 지난해 송도대회에서는 1만여 명이 참가해 대성황을 이뤘다. 이미 미국에서 먹힌 조 드 세나의 정신이 한국에서도 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올해는 2017 스파르탄 레이스가 처음으로 아시아 태평양 챔피언십 시리즈이 열린다. 첫 대회인 홍콩 레이스(4월22일)를 시작으로 대만(5월20일), 한국(6월10일), 말레이시아(7월) 등 총 4번의 예선 레이스를 치른 후 11월 호주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대회 상위입상자에게는 오는 9월 30일 미국의 레이크타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의 출전자격이 주어진다. 한국은 강원도 횡성의 웰리힐리 리조트 내에 특설트랙이 만들어진다. 가격(설치비 제외)만 3억 원에 달하는 스파르탄 레이스의 공식장애물이 설치되고, 한국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한국의 조 드 세나’들이 많이들 참석하고, 또 운동을 통한 삶의 혁신 움직임이 확산됐으면 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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