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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카탈루냐의 자존심, 캄프 누(Camp Nou)의 분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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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인 캄프 누에는 열기가 가득하다. [사진=정종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캄프 누)=정종훈 기자] 지난 11일 람블라스 거리를 활보하던 중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홈경기가 있는 것을 알아챘다. 거리 곳곳에서 아틀레틱 빌바오(이하 빌바오)와의 국왕컵(코파 델 레이) 16강 2차전이 홍보되고 있었던 것이다. 표는 프리미어리그보다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오피셜 스토어뿐 아니라 곳곳에서 바르사의 홈경기 표를 판매했다. 다만 공식 판매가보다는 조금 더 비쌌다.

바르사의 홈구장 캄프 누(Camp Nou)는 접근성이 좋다. 유동인구가 많은 산츠(Satans) 역에서 버스를 타고 약 15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유명한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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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인 캄프 누의 외관. [사진=서창환]


경기 전 경기장 주변은 왁자지껄했다. 푸드 트럭에서 풍기는 음식냄새와 잡상인들의 커다란 목소리까지 더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시끄러운데 갑자기 큰 야유 소리가 들려왔다. 원정팀 빌바오의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캄프 누에 도착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소일거리를 즐기고 있으면 경기 시작 1시간 30분 전부터 입장이 시작된다. 표 검사와 함께 물품 검사는 필수다.

캄프 누의 위용은 남달랐다. 10만 명 규모의 경기장이 풍기는 아우라는 위압감이 들 정도였다. 이 웅장함을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인터넷 접속을 시도했다. 경기장 와이파이도 단 하나의 정보 입력만 하면 쓸 수 있었다. 인터넷을 사랑하는 한국인에게는 매우 유용했다. 친구들에게 바로 사진을 보내기도, 인터넷 방송을 하는데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아마도 경기장 측이 이런 해외관중의 현장홍보를 위해 '한방 와이파이'를 갖추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경기 전까지는 빈 관중석이 많았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하자 3층을 제외한 대부분 자리가 꽉 들어찼다. 빽빽해진 경기장의 분위기는 장관이었다. 경기장 아나운서가 선수를 소개하자 관중의 환호는 예상보다는 작았다. 선수의 이름을 크게 외치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북쪽 관중석 1층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마이크와 함께 응원을 주도했다. 큰 깃발과 북을 치면서 열정을 더했다. 스페인 국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카탈루냐기와 바르사 엠블럼이 합쳐진 깃발이 펄럭였다. 프랑코 독재정권에 의해 강제 합병된 카탈루냐는 스페인에 대한 독립 의지가 크다.

시작부터 경기장은 떠들썩했다. 빌바오 골키퍼 고르카 이라이조즈의 시간지연 행위가 홈팬들의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경기 관람에 집중할 수 없을 만큼 야유가 계속됐다. 바르사가 빌바오의 두터운 수비 라인을 공략하지 못했다. 다소 지루한 양상이 이어졌다. 빌바오 골키퍼는 틈만 나면 지연플레이를 펼쳤고 바르사는 이렇다 할 공격 루트를 찾지 못했다. 바르사 팬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선수들에게도 엄격했다. 백패스를 하거나 야스퍼 실레센이 주춤거리면 야유를 아끼지 않았다.

선제골의 몫은 바르사였다. 두드린 끝에 결실을 맺었다. 전반 35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공을 수아레즈가 발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장 곳곳에서는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관중들은 세레머니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모두 핸드폰 카메라를 들었다. 경기 중계를 위해 쓰이는 스파이더캠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전반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들리자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이동했다. 빌바오 골키퍼 고르카 이라이조즈가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야유는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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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해바라기 씨 껍질의 더미. [사진=정종훈]


전반이 끝나자 대부분 관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관중석 곳곳에서 무엇인가 큰 더미가 눈에 띄었다. 스페인 사람들의 주된 간식인 해바라기 씨의 껍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관중들이 경기를 보면서 ‘아그작 아그작’ 해바라기 씨를 씹은 뒤 껍질을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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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마르가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사진=서창환]


바르사가 후반 시작과 함께 열기를 더했다. 네이마르가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로 두 명을 제치고 발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주저 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를 네이마르가 성공시켰다. 빌바오도 물러나지 않았다. 후반 5분 에릭 사보리트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공을 헤더로 방향을 틀어 만회골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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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르셀로나의 에이스 리오넬 메시가 팀의 세 번째 골을 넣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AP 뉴시스]


메시의 움직임은 현장직관에서도 빛났다. 공격수로 나섰지만 낮은 위치에서 볼을 받아 침투하는 수아레즈 또는 네이마르에게 패스를 찔러 주기도 했다. 후반 13분에는 그의 장점인 드리블로 좋은 기회를 만들었고, 이때 관중은 메시의 이름을 연호했다. 다만 활동량이 많지는 않았다. 수비 가담에도 적극적이지 못했다. 수아레즈가 높은 위치에서부터 압박을 시도하면서 메시에게 공간을 좁히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메시는 끄덕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시는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는 않았다. 후반 32분 프리킥으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었다. 관중은 신을 대하듯 환호했다.

8강 진출의 기운은 바르사로 기울었다. 1층에 있는 팬들은 2층을 바라보면서 구호를 외쳤다. 옆에 있는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기쁨을 나눴다. 후반 막판 네이마르와 안드레 이니에스타가 교체로 그라운드를 떠나자 기립 박수했다. 결국 바르사가 빌바오에 합산 스코어 4-3으로 8강행을 확정 지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과 동시에 홈팬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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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FC바르셀로나. [사진=AP 뉴시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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