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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장 위탁경영 리포트-중] 대형-체인화하는 해외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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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기반한 블루그린은 유럽 전역을 연계한 대형 골프장 체인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한국은 전 세계 골프계에 있어서는 갈라파고스섬과 같았다. 미국, 일본, 호주의 평균 내장객의 두 배 가까운 골퍼가 골프장을 찾았다. 한국 골프장은 해외 골프장에 비해서는 넉넉한 영업 환경이었다. 1996년에 전국 105곳의 골프장에서 10년만인 2004년엔 209곳, 2015년에 516곳으로 증가했다. 종전 20년을 되돌아보면 골프를 치려는 골퍼들의 수요는 급증했고, 골프장 공급은 매년 10% 정도로 늘었다.

미국은 1만6천여 곳의 골프장에서 한 해 5억2백만 라운드 이상 열리지만 이를 18홀 골프장 내장객으로 환산하면 3만3,500명 내외에 그친다. 일본은 2400개소로 추정되지만 지난 2007년 일본골프장경영종합연구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 시즌에 평균 3만5850만명이 라운드했다. 호주는 더하다. 골프장은 1600여개소인데 내장객은 3천만명이라서 한해 18홀당 2만1,190명이 라운드했다.

호주에 비하면 한국에서는 무려 세 배나 되는 골퍼가 한 골프장을 찾는다. 2015년 문화부와 골프장경영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장은 473개소에서 3314만여명이 라운드를 했다. 18홀 골프장이 한해 6만7,228명의 내장객을 받은 셈이다. 그러다보니 골프장들은 다른 나라들보다는 비교적 풍족하게 매출을 이어왔다.

지난 2008년 미국 금융 위기 이후 이같은 현상에 변화가 왔다. 회원권 가격은 꾸준히 하락했다. 국내 골프장은 매년 조금씩 늘어나지만, 홀당 객단가는 하락하고 있다. 오는 2020년 이후로는 인구절벽에 직면하면서 골프 내장객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동시에 지난해까지 자본잠식 상태인 퍼블릭 골프장은 17곳, 병설 골프장은 12곳, 회원제 골프장은 44곳에 달했다. 총 73곳의 골프장이 적자이거나 경영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운영되는 500여곳 골프장 중에 적자 구조에 빠진 골프장, 법정관리 및 회생절차에 들어간 골프장, 공공기관 소유 골프장, 신설 골프장들은 해외에서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잡은 위탁경영 골프 시장에 흡수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일본 등 해외 골프 선진국들은 이같은 경영 환경의 변화를 어떻게 대처했을까? 골프장 위탁경영업체가 등장해 대형화 체인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왔다. 위기에 처한 한국의 일부 골프장들이 가야할 모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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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골프장 이용 편의를 연결한 트룬골프 홈페이지.


미국: 60년의 역사에 트룬의 세계화
미국에서 골프장은 세계 2차 세계대전을 지나면서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과 함께 골프장도 급격하게 늘었다. 최초로 생겨난 위탁운영업체는 1957년 창업한 클럽코프다. 이후 아메리칸골프(1969년), 캠퍼스포츠(1978년), 빌리캐스퍼(1989년), 트룬골프(1990년)가 차례로 생겨났다.

트룬골프는 창업과 동시에 미국 뿐만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려 중동, 아시아 등 신흥 골프시장에 진출해 골프장 건설과 연계된 사업을 추진해서 현재 전 세계에 243곳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34개주에서, 세계로는 29개국에서 골프장을 운영한다. 골프장이 잘 세팅된 지역에는 트룬골프가 운영하던 기존 체인과 이용 서비스나 혜택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키워나갔다. 다나 가마니 회장은 골프산업 계간지인 <골프Inc>에 따르면 전세계 파워인물 1위에 위치한 인물이다. 미국의 위탁운영사 대표들이 세계 골프산업을 이끄는 인물 중에 절반

후발 주자인 빌리캐스퍼는 언론홍보 자회사를 통해 마케팅을 하고 골프장 마다의 차별화된 브랜드를 개발하는 등의 새로운 전략으로 미국 시장에서 기존 업체들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이는 2008년 이후 쇠퇴기에 들어선 미국 골프 시장으로서는 경쟁력 있는 전략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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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아골프의 한국어 홈페이지가 최근 이벤트하는 오사카 골프장 소개 화면.


일본: 아코디아 PGM의 쌍두마차
일본에서 골프가 전성기였던 시기는 2002년이었다. 당시 골프 인구는 2000만명으로 추정되었고, 골프장은 2460여곳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 불황이 시작됐다. 이후 골프장 회원권 시세는 급락했고 원금의 5%까지 내려갔다. 상당수 프라이빗 코스의 회원권 증서는 휴짓조각이 되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론스타는 헐값에 매물로 나온 골프장을 하나둘 매입해나갔다. 2005년 무렵 사들인 골프장이 40여곳이 넘으면서 이들은 아예 기존 골프장 회사를 흡수해 대형 골프장 운영사를 설립해 골드만삭스는 아코디아골프, 론스타는 PGM을 세운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지난해 골프장은 2330곳으로 줄었고 인구는 760만명까지 내려간 상태다. 현재 일본이 처한 가장 큰 문제점은 골프를 시작하는 젊은 골퍼들이 없다는 데 있다.

현재 일본에는 꽤 많은 위탁운영업체가 운영되고 있다. PGM은 골프장 164곳을 주로 소유하고 있으며, 아코디아는 135곳 중에 소유(42곳)보다는 위탁운영(93곳)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 두 개 업체가 일본 전체 골프장의 11%를 차지하지만 이들이 거두는 매출은 20%에 육박한다. 이밖에도 오릭스골프매니지먼트(OGM)이 41곳 등 12개 업체가 수십개의 골프장을 묶어서 경영하면서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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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중국, 캐나다, 유럽도 위탁운영

중국은 최초의 코스가 1984년에 생겼을 정도로 골프 후진국이었으나 위탁운영 부문에서는 한국보다 앞서나가고 있다. 중국과 캐나다를 통괄하는 위탁운영사는 퍼시픽링크스인터내셔널(PLI)이다. 중국계 캐나다인 두샤 회장은 중국에 코스 12개를 보유하고, 미국에 11개 코스를 사들였으나 최근 몇 년새 미국 코스는 팔고 있다. 대신 회원들을 통해 연계 이용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회원 4000명에서 올해 2000명을 더 늘렸다. PLI는 연계 이용이 가능한 세계 골프장 수를 2018년까지 100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런가하면 미션힐스는 선전과 해남도에 골프장 24곳을 운영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주도하는 중국 정부의 골프 억제 정책이 풀리면 중국의 PLI, 미션힐스, 오리엔트골프 등은 날개를 달고 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다. PLI는 국내 골프장(테디밸리)과도 연계해 이용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에는 프랑스에 본부를 둔 블루그린이 유로화가 통용되는 유럽 115곳의 골프장을 연계하고 있다. 위탁운영 뿐만 아니라 부킹과 여행 편의를 연계하는 서비스가 블루그린의 장점이다. 이밖에 캐나다는 클럽링크가 60곳의 골프장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는 대형화, 체인화를 통해 운영의 효율화를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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