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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PGA 최장타자 김건하의 소박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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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남자 최장타자에 오른 김건하. [사진=정아름 기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187cm의 큰 키에서 300야드 가까운 비거리가 나오지 싶다. 2016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최장타자 김건하(24)는 ‘어릴 적부터 무거운 클럽으로 휘두르는 스윙 연습을 한 게 장타 비결’이라고 말한다.

올해 KPGA투어 7개 대회에 출전해 상금 52위로 내년 시드를 얻은 국내 최장타자 김건하를 6일 만났다. 만나자마자 장타의 비결부터 캐물었다. “스윙 스피드가 빠른 편입니다. 123(mph)마일이 나옵니다. 하지만 제 샷은 스핀이 많이 걸리는 편이어서, 비거리를 10야드 정도 손해보고 있다네요. 다음주쯤 내년에 사용할 클럽 피팅을 하는데 이 점을 고칠 생각입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의 드라이버샷 스윙 스피드는 112마일이니 김건하는 그보다 빠르지만 공이 날아가다가 떠오르는 게 문제라 한다. 이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볼 궤도와는 상관없는 투어 장타자들끼리의 얘기다. 더 장타를 내려면 중간에 떠오르지 않고 묵직한 직구처럼 곧게 날아가야 한다.

그의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294.705야드로 2위 박배종(294.597야드)을 약간 넘겼다. 이는 지난해의 285.8야드에서 9야드 가량 늘어난 수치다. “시즌 중에 드라이버를 타이틀리스트 917로 바꿨습니다. 로프트 10.5도를 쓰다가 9.5도로 낮췄습니다. 샤프트는 크로카기70X이고요. 그랬더니 거의 10야드 정도 늘어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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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하는 올해 경남 양산 에이원골프장에서 열린 KPGA선수권 2라운드 2번 홀에서 올해 최장타를 쳤다. 도그레그 되는 홀이라 휘어지는 지점의 벙커를 향해 쳤는데 다른 날은 못 미쳤던 샷이 그때는 벙커를 넘어 측정 거리는 357야드였다. 갤러리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그의 올해 평균 비거리는 지난해 KPGA장타왕인 아르헨티나 교포 마틴 김(294.542야드)보다 조금 길다. KPGA에서 장타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부터의 장타왕들을 보면 2011년까지 3년간 최장타였던 김대현을 시작으로 김봉섭, 김태훈, 허인회, 마틴김으로 계보가 이어진다. 역대 평균 드라이버샷 최장타는 2012년 김봉섭이 기록한 306.286야드다.

하지만 이 수치를 가지고 역대 최장타자를 판별하기는 어렵다. 코스와 측정 홀에 따라 선수들이 힘껏 치기보다 달래가며 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웃오브바운즈(O.B)가 많고 산악형인 국내 골프장에서는 장타가 오히려 독이 될 때가 있다. 시쳇말로 ‘막창’까지 가버리면 러프에서 다음 샷을 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때는 살살 달래가며 드라이버 샷을 하거나 우드를 들어야 한다. 김건하도 파3를 제외한 홀에서 3번 우드를 3번 이상 든다고 한다. “드라이버 샷이 자신 있어서 많이 치기는 하는데 그래도 국내 코스 상황 때문에 우드를 잡곤하죠.”

김건하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3년 골프를 시작했다. 당시 싱글 핸디캡 골퍼이던 부친(김도형)이 ‘내 피를 물려받았으면 잘할 것’이라면서 연습장을 데려갔다. 친척들은 ‘개구장이라 정적인 골프를 잘 못할 것’이라고 반대했으나, 채를 잡은 지 일년이 지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중3때부터 4년간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냈다. 하지만 2010년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에서 떨어지면서 7월에 프로 데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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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하는 올해 시드 유지하는 목표는 달성했으니 내년은 톱10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KPGA]


그때부터 아카데미투어를 통과해 챌린지 투어를 거쳐 시드전까지 봐서 이듬해 1부 리그에 들었다. 김건하는 일사천리였다. 아마추어 시절 초청 출전한 솔모로오픈에서 3위를 하는 등 펄펄 날았지만 정작 프로가 되자 괜한 힘이 들어갔다. ‘프로니까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성적이 안 나니까 골프가 싫어지기까지 했다.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다 급기야 6월 SK텔레콤오픈을 마치고는 8월에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군대에서 골프에 대한 열망이 강해졌다. 빗자루 가지고 연습스윙을 하거나, TV볼 때도 골프채널을 보면서 투어 복귀에의 꿈을 키웠다.

김건하는 군대를 제대한 2013년7월2일부터 생겨난 이름이다. 이전까지는 ‘김형우’였다. 부친이 보기에 ‘형우’는 운동하기에는 너무 약한 이름같았다. “아버지께서 ‘크게 놀라’는 뜻으로 공경할 건(虔)에 큰 집 하(廈)를 지어주셨죠.” 새 이름과 새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부 투어 시드를 잃었기 때문에 2014년은 막 출범한 PGA 3부투어인 차이나투어부터 시작했고, 국내 2부 챌린지투어를 병행했다.

“차이나투어가 첫해는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지금은 PGA투어에서 직접 진행해서 그런지 환경이 뛰어납니다. 2년 동안 많은 것을 배웠어요. 상금이 적다는 것 빼곤 국내투어보다 연습 여건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김건하는 지난해 KPGA 시드전에서 87위를 하면서 올해 국내 투어는 조건부 시드를 받고 차이나투어와 병행했다. 상반기 출전한 넵스마스터피스에서 24위를 하면서 하반기에는 국내투어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KPGA선수권에서 7위, 대구경북오픈에서 5위를 하면서 상금 52위로 내년 시드를 확보했다.

그는 내년은 국내 투어와 아시안투어를 병행할 계획이다. 내년 1월 아시안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하기로 했다. 퍼팅과 숏게임 연습에 더 치중할 생각이다. “볼 스트라이킹은 좋은 편입니다. 드라이버 샷은 론치모니터로 302야드 정도 나옵니다. 하지만 퍼터는 변동이 심하죠. 드라이버가 좋고 퍼트까지 좋아야 항상 선두권에 올라가니까요. 올해 목표는 국내 시드 확보였는데 달성했습니다. 내년은 국내 톱10까지가 목표입니다.”

건하(虔廈)를 풀이하면 ‘정성스럽게 지은 큰 집’이다. 단 번에 지으려다가는 작은 집에 그치거나 금방 허물어진다. 이미 한번 경험해본 그가 다시 짓는 집은 이렇게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나갈 집이다. 최장타자일지라도 퍼팅까지 완벽하게 홀아웃 하지 않으면 우승을 거두지 못한다는 건 상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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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하는 한국오픈에서는 최종 예선전을 통해 출전했다. [사진=채승훈 기자]


김건하 프로필
생년월일: 92년11월27일(24세)
신체조건: 187cm, 80kg
학력: 부산 해운대고- 중앙대 체육학과
경력: 2007~2010년 국가대표 상비군, 2010년7월 KPGA데뷔
2016년 상금 52위(5354만115원), 평균타수 16위(71.15타)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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