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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컵 결승] 수원삼성 FA컵 우승, 그 어느 때보다 짜릿했던 슈퍼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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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우승을 차지한 수원삼성. [사진=대한축구협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임재원 기자] 무슨 말이 필요하랴. 이것이 대한민국 ‘최고의 경기’ 슈퍼매치다.

수원삼성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결승 2차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FC서울을 10-9로 제압했다. 1차전 2-1 승리를 안고 싸웠기 때문에 유리한 채 경기를 시작했다. 조나탄의 선제골까지 터지면서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짓는 듯했다. 그러나 아드리아노와 윤승원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승부는 연장 그리고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10-9로 수원이 우승컵을 차지했다.

모든 것이 짜릿했다. 그 분위기는 준결승전부터 형성됐다. 수원은 울산현대에게 먼저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패색이 짙었지만 후반 막판 연달아 3골을 터트리면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부상 중이었던 염기훈이 후반에 들어오면서 경기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리고 조나탄, 권창훈 등의 골이 터지면서 반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그렇게 마련된 슈퍼매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서울의 우세를 예상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서울은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 우승팀이다. FA컵 디펜딩챔피언이자 3년 연속 결승에 진출하기도 했다. FA컵에서 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강력했던 것이 서울이다. 그에 반해 수원은 K리그 클래식 7위에 불과했다. 슈퍼매치라는 이름이 생겨난 이래 가장 전력 차이가 많이 나는 시즌이었다.

결승 1차전이 시작되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예상 외로 수원이 서울을 압도했다. 시즌 후반부터 빛을 보기 시작한 백스리가 효과적이었다. 특히 왼발 트리오 염기훈, 권창훈, 홍철은 유기적인 패스플레이로 서울의 측면을 완벽히 붕괴했다. 여름에 급하게 영입한 조나탄까지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주축선수들의 활약이 모두 결합된 끝에 수원은 홈에서 서울을 2-1로 물리쳤다.

그리고 2차전.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에서 시작했다. 2-1로 앞선 채 시작한다는 것을 시작으로 주전 선수들이 모두 출전할 수 있었다. 반면 서울은 데얀과 유현이 각각 경고누적 징계와 사후 징계로 인해 명단에서 빠졌다. 주세종까지 1차전 때 당한 부상의 여파로 선발 출전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상황이 수원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갔다.

실제로 수원은 서울을 압도했다. 1차전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중원압박과 짜임새 있는 공격으로 침착하게 경기를 주도했다. 조나탄, 이상호, 권창훈 등의 슈팅이 연속적으로 터졌다. 유상훈의 선방만 아니었어도 전반에만 3골 이상이 나올 수도 있는 경기였다. 이정수가 퇴장을 당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침체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서울도 곧바로 다카하기가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상황은 같아졌다. 조나탄의 선제골까지 터지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수원의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위기가 발생했다. 설레발은 금물이었다. 서울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서정원 감독이 수비 안정을 위해 권창훈을 빼고 곽광선을 투입하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중원이 헐거워진 수원은 공을 제대로 소유하지 못했다. 결국 아드리아노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 추가시간 3분에는 윤승원에게 역전골을 허용하면서 결국 승부를 90분 내에 끝내지 못했다. 이번 시즌 내내 고질병이었던 ‘다 이긴 경기 내주기’가 다시 실현된 듯 했다. 고작 2분을 버티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로 인해 승부는 연장을 거쳐 승부차기까지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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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키커로서 경기를 끝낸 양형모. [사진=대한축구협회]


승부차기에서 유리한 쪽은 서울이었다. 진영 자체를 FC서울의 서포터즈 ‘수호신’ 쪽으로 정했다. 수원 선수들은 킥을 할 때마다 강한 야유와 싸워야 하는 실정이었다. 게다가 상대 골키퍼는 유상훈이다. 이운재가 은퇴한 이후 K리그에서 가장 승부차기에 강한 골키퍼다. 역대 승부차기 전적이 4승 1패다. 유일한 1패는 지난 2014년 성남일화(現 성남FC)와의 FA컵 결승 때 당한 패배다.

팽팽한 기류가 계속됐다. 서울은 첫 번째 키커 곽태휘를 시작으로 고요한, 오스마르, 주세종, 아드리아노까지 5명의 키커가 모두 킥을 성공시켰다. 수원도 이에 뒤질세라 산토스를 시작으로 양상민, 조원희, 조동건, 염기훈이 모두 성공시켰다. 하지만 그 차이는 조금 있었다. 서울의 킥이 모두 깔끔하게 들어간 반면 수원은 위기가 많았다. 조원희의 킥은 골키퍼 손에 맞고 들어갔고 조동건의 킥은 골포스트 맞고 들어갔다. 다소 불안감이 있었다.

그렇게 모든 필드플레이어가 킥을 마쳤다. 9번째 승부가 끝날때까지 양팀 18명의 선수가 모두 승부차기를 성공하는 진기록도 나왔다. 그리고 양 팀의 승부를 가릴 10번째 키커는 단 두 명밖에 안 남았다. 서울의 골키퍼 유상훈과 수원의 골키퍼 양형모였다. 긴장감 속에서 먼저 킥을 시도한 유상훈의 킥이 크로스바를 넘어 서울 서포터즈 쪽으로 향했다. 서울은 좌절했고 수원은 환호했다.

마지막 키커 양형모. 경험이 많지 않은 골키퍼다. 이번 시즌도 확실한 주전이 아니었다. 노동건과 경쟁을 하는 체제였고 시즌 막판에는 노동건에게 다소 밀려 있었다. 그런 그에게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라는 짐이 있었다. 이런 부담감 속에 양형모는 오른쪽 측면 상단에 정확히 킥을 꽂으면서 대혈투를 끝냈다. 마치 2004년 수원의 이운재가 포항의 김병지의 마지막 승부차기를 막고 우승을 확정했을 때와 매우 유사했다.

이번 시즌 내내 수원은 어려웠다. 구단의 재정감축으로 인해 정성룡, 오범석 등을 모두 이적시킬 수밖에 없었다. 조원희, 이정수 외에는 뚜렷한 전력보강도 없었다. 그 대가로 하위스플릿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받게 됐다. ‘명가’ 수원의 몰락이었다. 그러나 시즌 후반부터 조나탄이 엄청난 페이스를 보여줬고 염기훈, 권창훈이 제 컨디션을 되찾으면서 결국 FA컵 우승까지 일궈냈다. ‘라이벌’ FC서울을 꺾고 말이다. 영국 희곡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하지 않았는가. 고생 끝에 낙이 온 수원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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