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헌의 골통일기] (83) 고요

나는 일과 놀이가 하나로 어우러진 자연의 삶을 즐기면서 생명의 세계에서는 자유와 필연이 하나이고 삶의 본질은 자율성에 있다는 것을 배웠다. 길섶에서 짓밟히는 질경이를 보라. 저 여린 생명체가 움 돋고 꽃피고 열매 맺는 데는 외부의 간섭이나 통제가 필요 없다. 저절로 자라는 것이다. 누가 밖에서 돕거나 부추기거나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저 알아서 제 삶의 시간을 통제한다. 그렇게 해서 살아남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 윤구병의 글 <새로워지고 또 새로워져라> 중에서

이미지중앙

고요

텃밭을 가꾸어 보면 땅의 생산력에 놀라게 됩니다. 한 평 남짓 땅에서 네 식구먹고도 남을 상추며 쑥갓이며 깻잎을 수확합니다. 누가 시켜서 자라는 것도 아니고 누구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잘 자랍니다. 어머니 대지의 생명력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첫 티 샷을 앞두고 차례를 기다리다, 카트 도로 아스팔트 사이를 비집고 나온 민들레를 봅니다. 골프장에서 아무도 반기지도 않을 ‘니가 여기 웬일이냐?’ 반갑기도 하고, 하필이면 ‘이 어려운 자리에 뿌리를 내렸니!’ 가엽기도 합니다. 그저 불만 없이 삶의 조건을 인정하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어서 그나마 생명은 부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자연은 그렇게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자연 속에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지만 자연 속에 있음이 공부가 되려면 ‘고요해져야 합니다.’ 자연은 소리로, 향으로, 영상으로, 많은 이야기를 해 주지만 마음이 평온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들을 수 없습니다. 필드에서의 5시간 소홀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마음이 고요해지면 스코어나 우정보다 더 값진 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