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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눈물 젖은 빵‘ 송호대, 패배에도 웃을 줄 아는 당당한 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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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대학교 선수단이 경기 후 기념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정종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안암)=정종훈 기자]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지만, 불가능으로 보였던 결승전까지 올라와 멋진 승부를 펼친 송호대 선수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송호대가 16일 오후 고려대 녹지운동장에서 펼쳐진 ‘2016 인천국제공항 U리그 왕중왕전’ 결승 고려대와의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고려대와 송호대는 사상 첫 왕중왕전 우승 도전 팀으로 관심을 모았다. 고려대는 대학 축구의 강호로 왕중왕전을 제외하면 우승 경력은 화려했다. 반면 송호대는 강원도 횡성군에 위치한 전문대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U리그 1권역에서도 3위로 가까스로 왕중왕전에 진출했다. 더군다나 전문대로 1, 2학년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기에 그들의 선전을 기대하는 사람은 당연히 적었다. 하지만 왕중왕전에 들어서자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대학 강호로 평가받는 호남대, 홍익대, 용인대, 동국대를 잇따라 꺾으면서 많은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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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대 관계자들이 고려대 녹지운동장에 방문해 선수들을 응원했다. [사진=정종훈]


결승 경기 전 송호대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지원을 받아 송호대 학생 및 관계자들이 고려대로 찾아왔다. 6대의 관광버스를 이끌고 약 400명의 관중들이 송호대를 응원했다. 플랜카드와 현수막도 제작해 송호대의 홈을 방불케 했다. 송호대 하성준 감독은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이어서 “경기 도중 변수는 있지만, 우리는 해오던 축구를 하겠다”고 좋은 분위기와 함께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서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고려대의 짜임새 있는 플레이와 강한 압박에 잦은 실수를 초래했다. 송호대 선수들은 “괜찮아! 집중해!”라며 연일 동료들을 격려했다. 선제골을 내주고 이어서 추가골까지 내줬지만, 송호대는 멈추지 않았다. 경기 휘슬이 불리기 전까지 뛰고 또 뛰었다. 하지만, 결과를 뒤집지 못하고 고려대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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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대는 패배 후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정종훈]


비록 경기에 패했지만 송호대는 고개를 떨구지 않았다. 우승 문턱 앞에서 무너져 좌절할 수 있었을 터. 하지만 송호대는 오히려 밝은 미소와 함께 박수를 치며 고려대에 축하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시상식에 올라서도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수고했어! 잘했어!”라는 말과 함께 서로를 다독여 줬다. 추억도 남겼다. 자신을 위해 먼 서울까지 찾아온 친구들, 부모님 그리고 상대팀으로 싸운 고려대 선수들과도 기념 촬영을 했다.

경기 후 하 감독은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연신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표했다. “최선을 다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아이들이 최선을 다해서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이어서 관계자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사장님, 총장님, 교수님들, 학생들, 너무 감사하다.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년에 최선을 다해서 또 이런 계기를 만들면 그게 보답이 아닐까 싶다. 내년에도 최선을 다해서 한 번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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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대 하성준 감독이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표했다. [사진=정종훈]


이날 박종환 전 감독도 만나볼 수 있었다. 제자인 하 감독을 응원하러 고려대를 찾은 것. 하 감독은 1989년 일화에 입단해 1996년 은퇴할 때까지 박종환 전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박종환 전 감독은 경기 후 제자를 보고 “수고했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하 감독은 2009년 송호대 축구부 창단과 함께 지금까지 굳건히 팀을 지켜냈다. 아픔도 있었다. “좋은 아이들도 많다. 정말 좋은 선수인데 견디지 못해서 도태된 경우가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그런 아이들을 잡아서 ‘좀만 더 가르치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런 선수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때가 가장 마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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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선수상을 받은 송호대 주장 김준형. [사진=정종훈]


송호대 대부분의 선수는 눈물 젖은 빵을 먹은 기억이 있다. 이재건은 경희고 졸업 후 경희대에 지원했지만 불합격 통보를 받았고 주장 김준형은 한양대, 대구FC 공개테스트에서 낙방했다. 반면 고려대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인 곳으로 송호대와 정반대의 팀이었다. 당연히 선수들은 경기 전 기가 죽기 마련이다. 하성준 감독은 선수들을 다독였다.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그들과) 똑같다’고 말한다. ‘아픔을 한 번 겪었었어도 프로에 가면 같은 위치가 되는 것이 아니냐. 나중을 보고 운동을 해라’고 했다. (이번 대회가) 좋은 계기가 됐다. 후배들에게도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주장 김준형도 “동료들에게 ‘우리도 좋은 고등학교 나왔다. 기죽자 말자’고 했다”고 밝혔다.

더 힘찬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 커졌다. 지금까지는 2년제 전문대이기 때문에 2년을 채우면 다른 학교로 편입을 보내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4년제로 전환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미완의 대기들을 더 끌고 갈 수 있게 됐다. 하성준 감독은 힘찬 포부를 밝혔다. “3학년 올라가는 아이 중에 몸이 안 좋은 친구도 있다. 하지만 그 친구들도 훌륭하다. 앞으로 남은 기간 준비하면 프로갈 수 있는 친구들이다. 희망을 품고 열심히 키울 것이다. 끝까지 운동할 수 있게끔 도와줄 것이다.”

올시즌 하성준 감독에게는 아쉬움과 가능성을 모두 확인한 한 해였다.

“지금이야 성적을 냈지만 올해 돌아보면서 아쉬움이 많았다. 팀 역대로 아이들의 능력이 좋은데 ‘왜 성적이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에 이러한 결과가 따라오니 ‘역시 뭉치면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내년 성적에 대해) 부담 없다. 어차피 우리가 가는 과정이다. 열심히 했을 때 얻는 것이다. 열심히 했는데 얻지 못해도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한다. 늘 최선을 다하자고 한다.”(송호대 하성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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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대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사진=정종훈]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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