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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10] 천재 건축가와 미녀 먼로의 만남, 킹카메하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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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의 자연주의 건축미가 잘 드러나는 클럽하우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세계적인 건축가와 절세미녀가 만나면 아름다운 건축물이 나온다. 하와이 마우이섬 태평양을 조망하는 언덕에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마릴린 먼로와 연관이 있는 킹카메하메하 골프장 클럽하우스가 있다.

F.L.라이트와 마릴린 먼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 르 꼬르뷔제와 미스 반 데 로에와 더불어 20세기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70년에 걸쳐 건축을 했으며 탈리에신 캠프를 만들어 도제식 교육으로 후진을 양성했다. 생애 총 1141점의 건축물을 지었고, 남아있는 409점 중에 3분의 1이 사적으로 등록되어 있다.

‘자연과 조화되는 유기적(Organic) 건축’을 표방했다. 대표작인 피츠버그의 숲 폭포 위에 지은 카우프만 저택(1936)은 낙수장(waterfall)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일본 도쿄에 지은 제국호텔(1922)은 60년대 말에 허문 뒤에는 나고야 건축박물관에 벽돌 하나까지 그대로 옮겨 본따 지어질 정도다. 가장 알려진 작품은 뉴욕에 지은 달팽이 모양의 구겐하임박물관(195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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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3대 건축가의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현재는 위스콘신 스프링그린과 애리조나 스콧데일에 라이트재단(탈리에신)이 운영되고 있다. 라이트의 개인사를 보면, 집에 강도가 들어 가족이 몰살당하고, 2번의 이혼과 4번의 결혼으로 바람둥이로 소문나는 등 그야말로 파란만장 했으나 자연주의의 이정표를 세운 그의 건축은 천재적이라고 오늘날 칭송받는다.

마릴린 먼로(1926~1962). 할리우드가 낳은 영화배우이자 연예인으로 인기를 한 몸에 얻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비운의 삶을 산 미녀다. 22세 때인 1948년에 할리우드에 데뷔했으나 연기력보다는 TV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성장하면서 만들어진 ‘섹스심벌’로 부각되었고, 뉴스메이커가 되어야 했다.

1954년에 메이저리그 56연속 안타 기록의 전설인 야구 선수 조 디마지오와 결혼하고,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면서 한국(대구)을 찾아 미군을 위한 위문공연을 갖기도 했다. 유명인끼리의 만남이었던 디마지오와의 결혼생활은 9개월 만에 파경에 이르고 만다. 먼로는 56년7월 극작가 아서 밀러와 세번째 결혼을 하지만 그 역시 불운하게 끝난다.

이후 먼로가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와 이브 몽땅, 정치인으론 존 F.케네디 형제와의 염문설에 오르내리는 등 평탄치 않은 삶을 이어가다 결국 약물중독에 빠졌을 때 디마지오가 다시 손을 내민다. 하지만 디마지오와의 재 결합을 앞둔 어느 날 아침, 먼로는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3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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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와 극작가 아서 밀러의 신혼 시절. [사진=flickr.com]


먼로와 밀러와 클럽하우스
1957년. 신혼인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 부부는 뉴욕에서 저명한 건축가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찾아와 코네티컷주 록스베리에 지을 신혼집을 부탁했다. 그 집에 애착을 가진 먼로는 라이트를 찾아와 상담을 하면서 일하는 사람이 머물 숙소를 추가하고, 옷장의 크기를 키우고 수영장과 영화를 볼 영사실도 만들어달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모든 설계 작업을 일일이 챙기던 라이트는 59년에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고, 스타부부는 61년에 이혼했기 때문이다.

먼로의 신혼집 설계도는 이후 30년간 스콧데일 탈리에신 웨스트의 라이트재단 금고에서 잠을 잤다. 1988년에 하와이 마우이에 최고의 클럽하우스를 지으려는 일본의 투자자들이 찾아왔다. 당시만 해도 일본 엔화가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다. 이듬해 미쓰비시가 뉴욕 맨해튼의 록펠러센터를 살 정도로 재팬머니가 강세일 때여서 가능했던 일일 수도 있다.

‘먼로를 위해 고안해둔 집이 있다’는 말에 솔깃해진 일본인들은 설계도를 그대로 사들였고 2700만달러를 들여 클럽하우스로 재탄생시켰다. 라이트 밑에서 9년을 일했던 재단의 수석 건축가 존 라턴베리는 클럽하우스의 3분의 2를 지하에 넣어서 원본 디자인을 보존했다. 원래 설계도에 남녀 라커룸 공간과 카트 창고와 프로숍 정도만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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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라이트가 먼로의 집으로 구상한 킹카메하메하 클럽하우스.


라이트와 먼로와 이스트우드
60여년 전에 구상된 마릴린 먼로의 신혼 집은 그렇게 골프장 클럽하우스가 되었다. 하와이 마우이섬 서쪽 키아나팔리아 카팔루아를 향해 차타고 가다 15분쯤 지나서 등장한다. 라턴베리는 라이트의 설계 철학을 지키고, 먼로의 이미지도 살리면서 골프장 클럽하우스의 목적에 어울리는 건축물을 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웨스트 마우이 산맥의 색조와 조화를 이루도록 장미색 배색에 특히 신경 썼다.

골프장 역시 라이트와 먼로처럼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금은 마우이의 옛 추장 이름을 딴 킹카메하메하(King Kamehameha)골프클럽은 처음 개장하던 1991년에는 와이카푸밸리컨트리클럽이었으나 그 뒤 그랜드와이카푸골프리조트&스파로 바뀌었다가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기에 들어간 1999년 문을 닫았다.

5년 뒤인 2004년에 일본 재계의 거물 마코토 카네코가 1250만달러에 사들였고 여기다 4000만달러를 들여 재단장을 해서 2006년5월에 재개장했다. 애초 코스 설계자는 한국 제주도의 핀크스 설계자인 테드 로빈슨 1세였으나 아들인 2세가 리노베이션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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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안 스타일이 묻어나는 클럽하우스 문양들.


18번 홀에서 클럽하우스의 조망이 가장 좋다.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외형과 뼈대는 그대로 유지했으나 실내 인테리어에는 부분적으로 하와이 스타일을 가미했다. 클럽하우스의 모든 룸에 하와이 이름을 붙였고 하와이 문화를 아는 화가를 불러 실내 곳곳에 그림을 그려 진열했다. 다만, 하와이라는 주제에 어긋나는 게 딱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중앙 계단에 있는 라이트의 초상화이고, 또 하나는 여자 라커룸에 걸린 운동하는 먼로의 희귀한 사진이다.

신혼의 달콤함이 연상되는 이 클럽하우스는 인상적인 공간은 270도로 동서해안을 감상할 레스토랑과 테라스다. 235m의 고도까지 더해져 맑은 날이면 휴화산인 할레아칼라산은 물론 왼쪽 호오키파만과 오른쪽 마알라에이만까지 감상할 수 있다. 레스토랑 벽에 낸 둥근 창들이 마치 동화속의 집을 연상시킨다. 먼로가 꿈꿨던 로맨틱한 창문이다. 지붕 디자인에는 하와이의 전통 문양이 응용되었다.

웨스트마우이산의 아래에 위치하며 우주선처럼 보이지만 자연속에서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것이 느껴진다. 클럽하우스와 그린 사이의 개울은 라이트의 대표 건축물인 낙수장이 연상된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와 같은 나선형 계단이 이곳 중앙 계단에도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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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도 조망을 갖춘 레스토랑과 테라스.


원형 연회실에는 결혼식 피로연을 열어도 될 정도의 규모다. 일본은 고급 골프장에서 결혼식을 종종 개최한다. 마침 이 골프장은 결혼식장으로도 활용된다고 한다. 총 160여명의 회원을 가진 코스로 운영되는데 그중에 가장 알 만한 사람을 꼽으라면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라고 한다.

그를 코스에서 만나는 건 예측 불가능한 행운의 영역이겠지만, 먼로의 자취와 로이드가 만든 건축물을 감상하는 건 호사스러운 경험일 수 있다. 만약 하와이 마우이에 가게 된다면 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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