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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의 골통일기] (47) 인연과 악연

이 세상에 인연은 있어도 악연은 없습니다. 소중하고도 소중한 인연마저 스스로 망쳐놓고 자기 합리화의 세 치 혀로 악연이었다고 우길 뿐이지요. 행여 첫 만남이 불쾌하거나 불행했다손 치더라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저 핑계에 불과합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은 인연입니다. 윤회나 환생을 믿지 않더라도 소중하지 않은 인연은 없지요. 처음엔 사소하여 잘 알아보지 못할 뿐 이 사소함이야말로 존재의 자궁 같은 것, 블랙홀이나 미로일 수도 있지만 바로 이곳에서 꽃이 피고 새가 웁니다.

- 이원규의 <지리산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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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과 악연

다시는 만날 것 같지도 않던 사람을 삶의 한 모퉁이에서 또 만납니다. 전혀 남이라 생각하고 덤덤했던 사람이 친구의 친구가 되면서 그간의 거리감이 냉큼 사라집니다. 누구는 성공을 위해서 억지 인연들을 만들기도 하고 누구는 한 다리만 건너면 대한민국 모르는 사람 없다고 허세를 부리기도 합니다. 어쨌건 우린 씨줄과 날줄로 얽힌 촘촘한 인드라망 속에 있는 거고, 이 거대한 인연의 관계망은 어쩜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독한 악연이다 싶어도 어느새 ‘스승’이 되고 도망치고 싶던 일들과 관계가 어느 순간 ‘배움’이 됩니다. 살아가는 일 모두를 ‘공부’로 생각하면 악연이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질긴 골프와의 인연은 뭘까요? 전생에 무슨 죄를 그리도 많이 지었기에 잠도 못 자고 ‘새벽별 보기’를 해야 하는지 한여름 땡볕에 하얗고 조그만 공을 쫓아 환희의 언덕과 절망의 계곡을 헤매고 다니는 것인지 생각해 보면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습니다. 골프로 인해 맺어진 이 많은 인간관계는 또 뭡니까? 누군가와 함께 골프를 칠 확률은 도대체 얼마일 것이며 앞 팀과 뒤 팀으로 만날 가능성은 얼마나 천문학적인 수치일 것입니까?

세상에 ‘악연’이란 없고 모든 인연이 다 ‘공부’라 하니 오는 인연 가는 인연 다 겪어내면서 그저 믿고 가보는 수밖에요. 어떤 가르침을 주려고 이리도 나를 몰아세우는 것인지, 나를 그 깊은 속으로 자꾸만 끌어들이고 있는 건지. 갈 데까지 가 봐야겠습니다.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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