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C결정전을 지배한 ‘유격수의 저주’, 기세는 KIA로 넘어갔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올해로 2년째를 맞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공교롭게도 지난해에 이어 이번 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도 유격수의 수비 실책이 승부를 갈랐습니다.
지난해 넥센과 SK의 KBO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SK 유격수 김성현의 끝내기 실책으로 넥센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바 있는데요. 유격수들에게 저주라도 내린 걸까요? 이번 1차전 역시 양 팀 유격수 오지환(LG), 김선빈(KIA)의 극과 극 수비가 경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진1) 유격수 시리즈를 만든 오지환(LG,왼쪽)과 김선빈(KIA). [사진=뉴시스]
반면 김선빈의 호수비는 선발 헥터의 어깨를 가볍게 했습니다. 김선빈은 2회초 1사 1루의 상황에서 유강남의 2-유간으로 빠지는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 이닝을 지워버렸습니다. 이어 4회에도 1사 1루서 채은성의 타구를 다시 한 번 다이빙 캐치로 막고 병살타로 처리했습니다.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8회말 이병규의 내야 뜬공 타구를 놓치며 뜬공 트라우마에 다시 발목을 잡혔습니다. 김선빈의 실책으로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은 KIA는 8회에만 2점을 내주며 LG에게 막판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죠.
‘에이스’의 의미를 되새긴 외국인 투수들의 명품 투수전
(사진2) 에이스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 KIA의 헥터(왼쪽)와 LG의 허프. [사진=뉴시스]
KIA 선발 헥터 노에시는 경기 시작부터 흔들렸습니다. 1회말 이천웅에게 안타, 박용택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1사 1,2루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헥터는 후속타자 채은성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 숨 돌렸습니다. 3회 김용의의 타구에 가슴 부위를 맞으며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는데요. 다행히 한 숨 돌린 후 다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이후 헥터는 7회까지 매 이닝 3명의 타자만을 상대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8회 1실점 후 마운드를 내려갔으나 헥터의 호투로 KIA는 불펜 소모를 최소화하며 2차전을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바통은 넘어갔다, 2차전은 토종 에이스 맞대결
이제 2차전에서는 양 팀 토종 에이스들이 맞붙습니다. 김기태 감독은 1차전서 양현종 불펜 투입을 준비하기도 했는데요. 헥터가 7이닝 이상 버텨주며 KIA는 양현종 카드를 아낄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양현종은 올 시즌 LG를 상대로 6번 선발로 나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2.41로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헥터의 호투가 반가운 KIA입니다.
이에 맞서는 LG는 올 시즌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 류제국이 선발로 나섭니다. 류제국 역시 이번 시즌 KIA전에 3번 선발로 나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37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정규리그 기록만 본다면 2차전 역시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것이 분명하지만 단기전이기에 시즌 맞대결 성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타선의 키를 쥐고 있는 ‘천적들’
(사진3) 타선의 키가 될 2차전 선발투수들의 천적들. 왼쪽부터 문선재(LG), 서동욱, 김주형(KIA). [사진=뉴시스]
KIA에서는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든 서동욱과 김주형이 류제국을 괴롭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류제국에게 5타수 2안타를 기록한 서동욱은 지난달 26일 맹장염으로 전열에서 잠시 이탈했습니다. 페이스를 끌어올리기엔 회복 시간이 다소 짧았으나 시즌 최종전이었던 8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며 식지 않은 타격감을 뽐냈습니다. 데뷔 후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낸 김주형 역시 7타수 3안타(1홈런)로 류제국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두 선수는 선발 혹은 대타로 나서서 해결사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KIA의 1차전 승리로 이제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단기전은 분위기 싸움입니다. 1차전서 승리 혹은 무승부만 거두더라도 준플레이오프 직행이 가능했던 LG가 7:3 정도로 우세했다면, 이제는 기세가 오른 KIA가 5.5:4.5 정도로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연 두 팀 가운데 어느 팀이 넥센과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결전을 벌이게 될까요? 야구팬들의 시선이 잠실야구장으로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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