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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장애인체전’에는 왜 해외동포선수단이 없는가? - 박동우 전 백악관 장애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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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우 전 백악관 장애 정책위원.


저는 3살 때 소아마비로 왼쪽 팔과 손을 제대로 쓸 수 없었습니다. 18살 때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 LA로 이민을 갔기에 두 국가에서 장애인의 삶이 어떠한가를 아주 잘 압니다. 한국에서는 ‘병신’ 소리 참 많이 들었고, 사는 게 고역이었습니다. 체육시간에는 늘 혼자 떨어져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법령보다 2살이나 많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USC대학(경영학과)을 나와 통신회사인 AT&T에서 26년간 근무하는 등 주류사회에서 나름 잘 살아왔습니다. 고등학교 체육수업 때는 수영을 못했는데 독하게 연습을 해 A학점을 받기도 했습니다. 테니스와 마라톤, 골프까지 합니다. 대학시절 주전은 아니었지만 대학대표 탁구선수였습니다. 제 동료 중 한 명이 미중 핑퐁외교로 유명했던 글렌 카원 선수입니다.

저는 몸이 불편했던 까닭에 공익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끊임없이 커뮤니티 활동에 참가했습니다. 1985년 영어를 못하는 한인들에게 바가지 요금을 씌운 퍼시픽 벨 회사를 상대로 5,000만 달러 소송을 성사시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영광스럽게도 2009년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위원에 임명돼, 2013년까지 활동했습니다. 이 직책은 2012년에 타계한 고 강영우 박사가 거쳐간 차관보급 자리로 한국인 출신이 미국정부에서 기록한 최 고위직이기도 합니다.

많이 나아졌지만 한국은 장애인이 살기에는 선진국에 비해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1년에 한 번은 제가 사는 가든그로브 시(오렌지카운티)와 자매결연한 안양시를 방문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까닭에 요즘도 피부로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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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7일 전국체전 개회식에 참가한 박동우 전 백악관 장애 정책위원.


저는 한글날인 10월 9일 10여 일의 한국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방한기간 중 한 가지 절실하게 느낀 것이 있어 언론에 문제제기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번 방문은 몇 가지 이유가 겹쳤습니다. 안양시로부터 감사패를 받았고, 지난 5일에는 제10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 및 2016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국민포장을 수상했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죠. 그리고 7일 제97회 전국체전 개회식에 참가했습니다. 이중 제게 가장 중요한 일은 마지막 일이었습니다. 비가 왔지만 체전 개회식은 참 성대하고,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해외 17개국에서 온 1,300여 명의 해외동포 선수단이 참가했죠. 저는 관계자들을 만나 “전국체전처럼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도 해외동포(장애인)가 출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국정부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동일한 포상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온당한 조치입니다. 그런데 장애를 가진 해외동포는 모국에서 열리는 최대 스포츠제전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아는 분을 통해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문의하니 “아직 (대한장애인체육회의) 해외지부가 설립된 곳이 없고, 해외 장애인 선수현황도 정리가 미흡한 상태다. 차츰 정리되면 해외동포 선수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하는데 아직은 녹록지 않다”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온당히 해야할 일인데 아직 여건이 안 돼 못하고 있다는 얘기죠.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차별(discrimination)로 큰 문제가 될 일입니다.

가능한 빨리 장애인 해외동포들도 모국의 체전에 참가할 수 있도록 문호가 열렸으면 합니다. 이런 모국행사 참여는 비장애인보다 장애인들에게 먼저 배려돼야 하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또 나아가 장애인정책은 미국처럼 대통령 직속위원회를 만들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한글날
박동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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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우 전 위원이 가장 아끼는 사진. 백악관 장애 정책위원 시절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찍었다. 2013년 임기가 종료된 후에야 외부공개가 가능해졌다. 오바마 대통령 뒷줄 오른쪽이 박 위원이다.


*박동우 씨(64 조셉 박)는 전북 군산 태생으로 19세 때 가족들과 함께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AT&T, 파머스&머천트(F&M)은행에서 근무했다. 주류사회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꾸준하게 사회참여활동을 펼쳤고, 강영우 박사 후임으로 2009년 오바마 행정부 1기 때 백악관 장애정책 위원으로 임명됐고, 미 연방 상원의 인준을 거쳐 2013년까지 활동했다. 2016년 5월에는 미국의 권위있는 비영리기관인 AARP(은퇴자협회)가 실시한 ‘아태계 영웅선발대회’에서 최다 득표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인 이형숙 씨와 사이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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