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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화제] 한일(韓日) 김하늘 팬클럽 동반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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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가운데)이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 오자 한일 팬이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여주)= 남화영 기자] “파워풀한 플레이 모습, 아름다운 얼굴과 스마일 때문에 팬이 됐습니다.” 후쿠오카의 대학에서 영양사로 일하는 하시마 씨가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중에서 시즌 초인 3월에 열리는 티포인트레이디스에서 처음 출전한 김하늘(28 하이트진로)의 경기를 보고 팬이 됐다.

그 전엔 이보미(28 노부타그룹)의 팬이었다는 하시마 씨는 김하늘과 함께 찍은 사진마다 기념 뱃지를 만들어 가지고 다닌다. 그는 지난 6월 경기도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 골프장에서 열린 E1채리티 대회 때도 김하늘을 응원왔고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방한 여정은 힘들었다. 일본에서 올라오는 태풍 차바로 인해 항공편이 결항되면서 12시간을 기다렸다 오느라 총 17시간이 걸렸다.

하시마를 비롯해 일본의 김하늘 팬클럽 회원 4명이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골프장에서 열리는 제17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대회장을 누비고 있다. 사업을 하는 구리타 겐이치 씨 역시 한국을 자주 출장 오는 데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 대회도 찾는 등 김하늘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팬이 됐다고 한다.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한국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일본 팬클럽이 출동했다. 다행하게도 그들의 한국 일정을 돌봐주고 안내하는 한국인이 있었다. 경기도 안산에서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문영재 소장은 김하늘 팬클럽(하늘사랑) 회장으로 자발적으로 일본 팬의 방한 일정을 돕고 있다. 그는 일본어를 못하지만 스마트폰 라인앱을 통해 통역된 내용을 주고받으면서 일본 응원단을 가이드한다. 연습라운드가 몇시인지, 김하늘 팬사인회가 어디서 있는지 등 세세하게 안내한다. 심지어 그는 각각의 비행기 시간표를 적어두고 차량 렌트까지 도왔다. 여주 시내의 호텔에 팬클럽 회원 4명과 함께 김하늘의 개인 트레이너(오오야)와 캐디(코타니)까지 모두 6명의 일본인이 일요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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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의 일본팬 하시마 씨가 김하늘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으로 뱃지를 만든 컬렉션을 보여주고 있다.


문 소장은 김하늘이 고2일 때 용인의 연습장에서 보고 팬이 된 원조 팬클럽 회원이다. “김하늘 팬클럽 6명이 올해 5월에 처음으로 일본 후쿠오카의 호켄노마도구치 대회에 응원을 갔는데 거기서 일본 팬들과 만난 겁니다. 그 뒤로 하시마 씨가 한국에 와서 E1채리티를 관람하는 걸 제가 도와줬죠. 그리고 이제 친구가 됐어요. 그 후로 지속적으로 교류가 오가다가 김 선수가 소속사 대회에 출전한다는 소식에 일본팬 4명이 온 겁니다.”

김하늘은 첫날 4오버파 76타를 쳤지만, 2라운드는 보기 없이 5언더파를 쳤다. 첫날 시무룩했던 한일(韓日) 응원단은 이날 흥이 났다. 버디를 잡을 때마다 한일 팬클럽의 구호는 한국어나 일어가 아닌 “나이스 버디”였다. 라운드를 마친 김하늘이 클럽하우스로 이동시켜주는 카트에 타는 순간 팬클럽의 열화와 같은 환호에 김하늘도 손을 흔들며 웃었다. 잠시 후 김하늘이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 나오자 한일 양국 팬클럽이 어울리며 김하늘과 함께 리더보드 앞에서 기념 사진도 찍었다.

이날 김하늘의 티타임이 오전 8시10분인지라 라운드를 마쳤어도 오후 2시도 채 지나지 않았다. 해는 중천에 떠 있는 시간. 문 소장은 향후 일정을 설명했다. “점심을 먹고 오늘 오후는 일본 팬클럽에게 여주 신륵사 관광을 시켜줄 겁니다. 내일 김하늘 선수 응원을 마친 뒤에는 김 선수 부모님으로부터 이천에 있는 전원주택에 초대받았습니다. 그곳 마당에서 한일 대항 숏 게임전을 하고 삼겹살 파티를 가질 예정이죠.”

일본에선 골프 선수 팬클럽이 한국처럼 활성화 되어있지는 않지만 최근 김하늘 일본 팬클럽이 결성되었다고 한다. 김하늘 팬클럽은 국내에서 회원수 최초로 1000명을 깨면서 골프 선수 팬클럽의 존재를 알린 대표 팬 사이트다. 문회장에 따르면 현재 1500명이 팬클럽에 가입해 있지만, 매일 카페에 활발하게 드나드는 이는 20여명 남짓이라고 한다. 이는 김하늘이 국내 투어에 모습을 자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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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줄 왼쪽부터 후지노키, 이케나, 하시마, 구리타 씨. 윗줄 왼쪽 세번째가 문영재 김하늘 팬클럽 회장. 김하늘이 홀아웃하자 한일 응원단이 모여 기념 사진을 찍었다.


김하늘은 2006년 2부 투어 격인 드림투어 상금왕에 오르면서 이듬해 1부 투어에 진출했다. 2012년 상금왕을 포함해 8년 동안 상금 3, 4, 5등을 하는 등 리더보드 상위권에 항상 들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LPGA)투어에서 통산 8승을 이뤘다. 성적도 발군이었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웃음이었다.

보기를 해도, O.B.(아웃오브바운즈)를 내도 항상 서글서글 웃는 김하늘의 미소에 반한 팬들이 카페 활동으로 모이고 대회장을 찾으면서 국내 골프 대회장의 한 풍경을 형성하기도 했다. 2007년 결성된 팬클럽 ‘하늘사랑’은 빠르게 성장했다. 초기에 워낙 많은 팬이 모였던 탓에 응원도 열정적으로 했다. 마치 야구장이나 농구장처럼 선수를 격하게 응원했다.

골프는 두 팀이 승부를 가리는 팀 스포츠가 아니다. 매너와 상대방을 중시하는 게임이다. KLPGA가 김하늘의 팬클럽이 급격히 늘자 ‘특정 선수에 대한 과한 응원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팬클럽에 보냈을 정도로 인기였다. 그게 다 선수 팬클럽 초창기의 풍경이었다. 요즘 박성현(23 넵스)이 누리는 인기를 떠올리면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누가 세월을 당해내랴. 한두 해 나이를 먹으면서 성적도 하락세인 상황을 고민하던 김하늘은 결국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에 진출했다. 첫해에 먼싱웨어토카이클래식에서 덜컥 우승했다. 그리고 이제 일본 무대 2년째를 맞는 일본에서 그의 인기는 상당하다.

지난해 JLPGA 상금왕 이보미가 성적도 좋고 인기도 변함없이 선두지만 올해는 김하늘과 투샷으로 함께 커버스토리로 다루는 골프잡지도 생겼다. 김하늘 팬클럽이 당연히 생겨난 것이다. 대신 출전이 뜸해진 한국에서는 팬클럽이 줄었다. 지난해는 6개 대회에 출전했고 올해는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대회처럼 J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한국 투어에 오면 ‘연어의 귀환’과도 같은 의미가 있다. 특히 김하늘은 이 대회에서 2011년 우승과 함께 그해 상금왕에 오르는 전성기를 누렸다. 김하늘이 오면서 오랜만에 하늘사랑 팬들도 나들이를 했다. 게다가 일본 팬과도 만났다. 선수 한 명이 창출하는 가치는 이렇게 세포 복제를 하듯 진화하고 있다. 골프 선수가 민간 외교관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경과 언어장벽을 넘는 글로벌한 교류와 소통이 ‘나이스 버디’안에서는 가능하니까 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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