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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의 골통일기] (34) 아버지와의 골프

당신이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하며, 나이 든 다른 남자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상태에 이를 때까지 당신은 소년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 스티브 비덜프의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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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의 골프


어렸을 때는 독재자 아버지가 무서웠고, 대학을 가서는 우익보수의 아버지가 싫었고, 사회에 나와서는 노회하고 소심한 아버지,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지 못하는 아버지를 미워했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년, 아직도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하고 있는 나는 소년입니다. 이제 아들이 슬슬 뚜렷한 모습으로 저를 기억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아들은 나를 사랑하고 존경할까요? 나는 어떤 아버지로 기억되고 있는 걸까요?

어머니는 ‘아들을 소년으로 키울 수는 있지만 남자로 키울 수는 없다’는데, 돈 버는 기계적 행위 뒤에 숨어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아버지는 아닌지, 내 아버지가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모습으로나마 했던, 아버지의 역할만큼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집니다.

엄마 몰래 고등학생 혹은 중학생 아들과 함께 연습장에 가보면 어떨까요? 무심히 구경하던 아들이 아빠 나도 한번 해볼래 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함께 땀 흘리다 보면 ‘아빠 시원한 맥주나 한 잔 사 주세요’라고 말을 걸어올지도 모르고요.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의식되는 문제적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곳이 아들과 만나는 멋진 장면의 출발이자 내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화해의 시작이라면 기존의 법과 질서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이겠습니까? 나이 든 아버지와 젊은 아들과 함께 푸른 들판을 걷는 꿈에 잠시 젖어봅니다.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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