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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트진로 챔피언 스토리 3] 주부골퍼 김순희의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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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자 김순희. 이때부터 우승자가 맥주를 마시는 이벤트가 시작됐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자와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2003년 10월3일 김순희(50)에게는 딱 어울렸다.

지난 89년에 프로에 데뷔한 지 14년4개월 만에 거둔 첫 우승이었으니까 말이다. 김순희는 블루헤런골프장(파72 6313야드)에서 두 번째로 열린 제4회 하이트컵여자프로골프대회(총상금 3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합계 3언더파 213타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은커녕 상금랭킹 10위 이내에도 들어본 적이 없는 김순희는 우승 상금 5400만원을 받아 단숨에 상금순위 3위로 뛰어 올랐다.

김순희는 항상 첫날 스코어가 좋았어도 이어진 라운드에서 망가지면서 최종 성적은 좋지 못했다. 체력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10㎞단축 마라톤 선수로 뛸 정도로 강한 하체를 바탕으로 매번 1라운드에서는 상위권에 들었지만 소심한 성격 탓으로 2라운드부터 성적이 떨어졌다. 스코어 카드를 제출할 때는 중하위권에 만족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우승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우승컵을 안고 사진을 찍을 날이 올 것으로 믿었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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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열린 하이트컵 여자프로골프대회 포스터. 당시는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대회가 열렸다. [사진=하이트진로]


마지막날 16살 어린 유망주 이은혜에 1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순희는 첫홀에서 보기를 범해 또다시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는 듯했다. 곧 김순희는 1타차 2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경기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이은혜가 무너지면서 승부가 갈리고 말았다. 김순희는 파3 11번 홀에서 첫 버디를 잡으면서 선두로 도약했다.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는 없었다. 이날만 5타를 줄이며 1타차로 따라붙은 채 경기를 마친 한소영이 있었다. 15번홀(파4)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서야 비로소 우승을 예감할 수 있었다. 17번홀(파4)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며 러프에 떨어져 위기를 맞았다. 간신히 그린에는 올린 뒤로 내리막 롱 퍼트를 차분하게 2퍼트로 막아 파 세이브하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김순희는 경기후 인터뷰에서 “항상 소감을 준비했었는데 한 번도 써보지 못했다”고 농담을 던진 뒤 “끝까지 공격적으로 나선 결과 징크스를 깨고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우승 당시 김순희의 나이는 36세였다.

김순희는 일반 선수들과는 달리 20살이 다 되어서야 골프에 입문한 늦깎이다. 전남체고 재학 시절 단축마라톤 선수로 활약했던 김순희는 육상 선수의 생명이 짧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이를 먹고도 계속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골프를 시작했다. ‘늙을 때까지 운동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주변 권유에 고교를 졸업하던 85년 연습장을 찾은 김순희는 새벽 5시부터 밤 12시까지 연습한 끝에 3년만인 89년 5월 프로테스트를 통과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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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대표 선수와 코치진. 오른쪽 끝이 김순희 코치, 세번째가 금메달리스트 박결.


그리고 14년 뒤에 우승했을 때는 아들(9), 딸(7)을 키우면서 남편과 시부모까지 모시며 주부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프로골프선수’와 ‘레슨프로’ 등 1인 다역을 병행하던 슈퍼우먼이었다. 그는 2년간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하면서 2014년 박결의 여자 개인전 금메달 우승을 도왔다. 현재는 용인대 골프학과 교수로 있다. 정규 투어 우승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1승에 그쳤으나 시니어투어에선 곧잘 우승하곤 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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