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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의 골통일기] (18) 웃자란 골프

나무를 길러 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 신경림의 시 <나무 1>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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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란 골프


누가 생각해도 어려운 여건을 이겨낸 이야기가 힘이 있고, 스러진다 해도 나무랄 수 없는 상황을 올곧게 견딘 이야기가 아름답습니다. 골프를 할 만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골프를 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바쁘고 어려운 여건이어서 골프를 했을 리 없으리라 생각했던 사람이 골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기특한 일입니다. ‘기회를 준비하는 사람’일 수 있고, ‘삶을 주도하는 사람’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잘하면 안 됩니다. 너무 잘하려 애쓰지도 마세요. ‘서 있는 자리에 걸맞은 골프’가 아름다운 겁니다. 내가 알고 남도 아는 조건과 상황을 넘어선 골프 실력은 당연히 많은 것을 희생한 위에 서 있을 것이고 그래서 ‘흉’이 될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일이라 웃자란 나무는 그 운명을 알 수가 없는 법이죠. 풋풋함이 더 향기롭고 ‘서툰 것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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