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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의 골통일기] (17) 석양

모든 석양은 장엄하다. 석양은 생을 껴안고 간다. 큰 것이 아닌 보다 작고 하찮은 것들을. 산의 석양은 우리들 상처 입은 생을 장엄 속에서 위로한다. 괜찮다. 다 괜찮다고.

- 김훈의 <자전거 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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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봄의 꽃도 가을의 단풍도 아름답고, 새벽안개 속의 골프장은 더욱 아름답지만 골프장의 절경을 꼽으라면 단연 아득한 그린, 그 그린 위에 꺼질 듯 펄럭이는 깃발 그 너머로 지는 노을, 장엄한 석양일 것입니다. 그것도 한낮의 고생이 깊었을 여름날의 석양이 으뜸입니다. 경치가 경치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어서 아직 라운드의 초입에 있는 들뜸과 기대의 새벽안개보다는 희로애락의 18홀이 서서히 끝나가는 종반의 배경인 석양이 더욱 아름다운 것이겠지요. 석양의 장엄을 보고 있노라면 열기도 식어가고 회한도 사라집니다. 후회도 많은 홀들이 남았을 때나 필요한 것이지요. 잘난 골프도 끝이 나고 굽이굽이의 홀들에서 시련을 겪었을 못난 골프도 끝납니다. 골프가 사소하고 승부도 사소해집니다. ‘어차피 끝이 있는 것을 뭘 그리 안달복달했는지’ 석양은 인생을, 유한한 삶 속에서의 골프를,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그래서 모든 석양은 넉넉한 품으로 사람들을 위로합니다.

“괜찮다.”
“다 괜찮다.”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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