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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수정의 장체야 놀자] 리우 패럴림픽 정상에 우뚝 서다 - 수영 국가대표 이인국
연일 2016 리우 패럴림픽에서 날아오는 대한민국 선수단의 승전보가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그중에서 2012 런던 대회의 아픔을 딛고 배영에서 금메달을 딴 이인국(21 안산시장애인체육회)의 스토리가 화제다. 장애인으로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냈고, 선수로는 4년 전 쓰라린 아픔마저 금메달로 승화했기 때문이다.

이인국은 안산 단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1년 후배들의 비극을 지켜봐야 했다. 당시 그는 3학년으로 그 배에 타지 않았다. 어머니 배숙희(52) 씨는 “단원고를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피해학생들은 물론 전교생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인국이의 우승이 단원고 동문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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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국이 2016 리우패럴림픽 배영 100m에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무서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 물이 두렵다면, 물속으로 들어가라.”

이인국(21)은 초등학교 1학년때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부모는 가슴이 아팠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물을 굉장히 무서워하여 머리도 못 감아 목욕을 하는 날은 집이 전쟁터가 될 정도로 어머니를 힘들게 했다. 사람에 대한 기피도 심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수영’이었다. 이인국은 2학년 때부터 선생님과 함께 차근차근 ‘물 극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 수영장에서 이인국은 김정임 수영코치 품에 안겨 물에 동동 떠다니기만 했다. 두 달이 지나자 물안경을 낀 채 머리를 감을 수 있게 됐다. 2년째에 접어들어, 걷는 것보다 헤엄치는 게 더 편한 아이가 됐다. 중학교 1학년 때는 경기도 대표로 뽑혀 비장애인 학생들과 겨루는 전국소년체전에도 나갔다. 장애인 선수로 본격 활동을 시작했던 중3 때부터 수영의 최강자가 되었다. 당시 참가했던 전국장애인학생체육대회 5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올림픽 기대주’로 성장했다.

이인국은 9년간 꾸준하게 한 선생님 밑에서 배웠고, 지도자는 훈련방식과 주위환경을 최대한 선수에게 맞춰 연습을 시켰다. 이인국의 부모는 중학교 때부터 장애인 선수를 전문적으로 지도하고 관리하는 지도자 훈련의 필요성을 느껴 안산시장애인체육회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영 훈련 외엔 안산시장애인체육회의 강별 생활체육지도사에게 웨이트를 지도받으며 몸만들기와 체력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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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레이스를 마친 후 기뻐하고 있는 이인국.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이인국과 가족들의 목표는 세계대회 정상이 아니었다. 수영이라는 관문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와 소통하길 바랄 뿐이었다. 그래서 이인국은 본격적으로 수영을 배웠던 초등학교 4학년 이후 줄곧 일반인 지도자에 의해 비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훈련받고 있다.

빈 캔을 이마에 올리고 배영을 하는 이인국 선수는 흐트러짐이 없는 집중력을 발휘한다. 같이 훈련하는 수영 선수들과도 잘 어울린다. 사회성까지 발달한 모습을 보며 부모님은 흐뭇해진다. 모두가 원하던 목표를 이룬 것이다.

'3분의 아픔' 후 보모님의 동행은 시작되다

이인국은 4년 전 아픔을 잊을 수 없다. 2012 런던 패럴림픽에 출전해 예선 1위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실격을 당했다. 경기 20분 전에는 경기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적장애인인 이인국이 한눈을 판 사이 코칭스태프가 그를 찾지 못했고 우여곡절 끝에 규정보다 3분 늦게 경기장에 도착했다. 아쉽게도 관리시스템의 부재가 여실이 드러났다.

어머니 배 씨는 “한 달, 두 달씩 단기적으로 감독이 배치되는데 이조차 대회 때마다 계속 바뀐다. 대회 전에 짧은 소집과 일괄적인 훈련원 합숙도 자폐성 장애인들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 말했다. 자폐 선수들의 심리 상태와 장애 증상에 맞는 교육을 해줄 수 있는 지도체계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이인국의 부모는 가슴이 무너졌다. 작은 실수 하나로 물거품이 되어버린 경기를 보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 이후 이씨 부부는 아들이 참가하는 모든 국제경기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큰 비용과 시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들 이인국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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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애틀란타 전지훈련부터 함께 해온 부모가 지난 9일 이인국 배영 100m 결승전을 현장에서 응원하고 있다. 왼쪽 위에서 두 번째가 아버지 이강래 씨, 태극기 앞 빨간 상하의를 입은 이가 어머니 배숙희 씨.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그동안 수영을 하면서 힘들었어요. 앞으로는 수영보다 이소룡처럼 무술을 하고 싶어요(웃음).”

9일(한국시간) 2016 리우 패럴림픽 수영 S14 남자 100m 배영에서 59초 82의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이인국의 소감이다. 해맑은 웃음이 매력적이며 큰 키의 다부진 몸을 자랑하는 20대의 대한민국 장애인 대표 선수는 벌써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리우 패럴림픽 현장에서 아들의 금메달을 지켜본 이인국의 아버지 이경래 씨는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말로 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리우 페럴림픽에서 딴 금메달은 인국이가 남은 삶을 살아가는데 본인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내 아들 (이)인국이가 매우 자랑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번의 아픔을 가족의 사랑과 관심으로 이겨내고 대한민국에 기분좋은 금메달의 소식을 안겨준 이인국에게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남은 SM 14 개인혼영 200m 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초반 호성적을 내고 있는 한국 대표선수들이 종합 12위 목표도 달성했으면 좋겠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곽수정 객원기자 nicecandi@naver.com]

*'장체야 놀자'는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익한 칼럼을 지향합니다. 곽수정 씨는 성남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고 있고, 한국체육대학에서 스포츠언론정보 석사학위를 받은 장애인스포츠 전문가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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