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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콧수염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이경훈의 경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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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오픈 우승 트로피에 입맞추는 이경훈.[천안=채승훈 기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사람은 시련을 이겨 내면 성장한다. 11일 끝난 코오롱 제59회 한국오픈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이경훈(25 CJ대한통운)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8개월 간 웹닷컴투어라는 미PGA투어의 2부 투어에서 뛰면서 몸 고생, 마음 고생이 심했지만 일년 사이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오픈 개막을 앞두고 대회장인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만난 이경훈은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다. 한국과 일본 투어에서 3승을 거둔 실력자였으나 올시즌 웹닷컴투어 18경기에 나가 10번이나 컷오프됐으니 그럴 만도 했다.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 조차 골프를 잘 치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맥이 풀린 모습이었다.

부친과 함께 웹닷컴투어가 열리는 미국 전역과 남미를 돌아 다닌 이경훈은 "음식은 먹을만 했다. 차를 타고 가면 30분 이내에 한식당이 있는 게 다행이었다"며 "하지만 이동은 너무 힘들었다. 경기 일정 때문에 공항에 늦게 도착해 비행기를 놓치면 공항 근처에서 자고 다음 날 이동해야 했다. 그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힘든 건 자신감 상실이었다. 오죽했으면 강해 보이려 콧수염까지 길렀을까.

이경훈은 “웹닷컴투어에선 하루에 8,9언더파를 치는 선수가 꼭 한명씩 나왔다. 그들에게 뒤지지 않게 무리하게 코스를 공략하다가 경기를 망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경훈은 또 “보기가 나오면 ‘큰일이구나”란 생각에 무리하게 홀을 공략했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강호들이 즐비한 큰 무대에서 허둥거리며 한 시즌을 보냈다는 고백이었다.

이경훈은 그러나 가슴앓이를 하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고 있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가며 멘털과 샷 모두 강해졌다. 이경훈은 이번 한국오픈에서 첫날 6언더파를 몰아쳐 공동선두에 오른 뒤 72번째 홀까지 한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우승했다. 일년간 부진했던데다 내셔널 타이틀이란 부담감이 있었지만 울분을 토해내듯 맘껏 기량을 뽐내며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이경훈은 최종라운드에서도 최진호가 8번홀까지 버디만 5개를 잡아내며 1타차로 추격했으나 5~8번홀에서 4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응수했다. 이경훈의 거친 맞대응에 최진호는 결국 10~12번홀에서 3연속 보기를 쏟아내며 물러섰다. 4연속 버디를 잡을 때 버디 퍼트 거리는 4개 모두 1m 이내일 정도로 아이언샷의 정확도가 높았다. 또한 마지막 18번홀(파5)에선 4타차 선두라 무리하게 2온을 시도하지 않고 잘라가도 됐으나 그린을 직접 노리는 과감한 플레이를 펼쳤다.

이경훈은 경기후 “일년 전 우승 때 보다 샷 자신감이 좋아졌다. 원하는 대로 샷 컨트롤이 가능했다. 작년에는 티샷이 많이 불안해 퍼트로 막은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샷에 대한 믿음이 있어 공격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경훈은 실제로 작년 한국오픈에선 그린 적중률이 62.5%에 불과했다. 반면 올 해 이경훈은 그린 적중률이 80.56%로 20% 가까이 상승했다.

이경훈이 지난 주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그의 콧수염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난코스인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나흘 내내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리키 파울러(미국)가 보유중이던 72홀 최소타(16언더파)와 타이 기록으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시련을 이겨내면 강해진다는 진리는 이경훈을 통해 다시 한번 증명됐다. 이경훈은 2부 투어에서 담금질을 하며 골프의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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