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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의 골통일기] (12) 확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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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그냥

공 하나 잘못 맞는다고 해서 재산이 축날 것도 아닌데, 공 하나 OB가 난다고 해서 인생 어찌되는 것도 아닌데, 치기 전엔 두려움이 지나치고, 치고 나선 낙담이 너무 큽니다. 요즘 유행하는 로고송처럼 드라이버 미스 나면 아이언으로 만회하면 되고, 아이언이 뒤땅을 치면 쇼트게임으로 도우면 되고, 퍼팅도 아직 남아 있고.

골프란 하나하나의 샷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지만 완성된 하나하나의 샷이 모여 스코어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실수와 실수들이 서로 맞물리고 행운의 샷과 불운의 샷들이 어우러지면서 멋진 스코어를 엮어 갑니다. 마치 서예의 도처럼, 우리네 삶처럼. 아무리 일류배우들이 나오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기막힌 연기를 한다 한들 스토리가 재미없으면, 그런 드라마 누가 봅니까? 골프의 재미란 ‘샷’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우리들의 ‘스토리’에 있는 겁니다.

오늘의 라운드가 마지막이 아니고 지금의 이 샷이 마지막 샷이 아닙니다. 앞으로 1,000번의 라운드를 할 것이고, 한 라운드에 100타를 친다고 보면 10만 번의 기회가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는 샘이죠. 지금의 한 샷, 다시 돌아오지 않을 샷이기는 하지만 10만분의 1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일단 셋업을 하고 나면 ‘돌이 죽지 내가 죽나!’ 바둑 둘 때의 용기나 ‘돈이 죽지 내가 죽나!’ 화투 칠 때의 과단성이 필요한 거죠. 최선의 선택을 했고(습관적으로, 모험적으로, 무전략으로 일관하는 사람 제외), 그동안 노력도 많이 했고(평소 노력이 부족한 사람 제외)….

“에라, 모르겠다!”
“깡으로!”
“~휙!”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 조금 긴 저자 소개: 글쓴이 김헌은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쫄딱 망했다. 2005년부터 골프에 뛰어들어, ‘독학골프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신개념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골프천재가 된 홍대리’ 등 다수의 골프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고, 2007년 개교한 마음골프학교는 지금까지 4,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화제를 낳고 있다. 칼럼니스트와 강사로 제법 인기가 있다. 호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마음골프 티업 부사장 등을 맡고 있다. 팟캐스트 <골프허니>와, 같은 이름의 네이버카페도 운영 중이다. 골프는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지금도 노상 좋은 골프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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