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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우올림픽 결산] (3) 성적은 합격, 하지만 '노잼 극복'이 진정한 과제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양정수 기자]

정상을 탈환한 한국 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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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발차기' 태권도 두 번째 금메달의 주인공 오혜리.[사진=AP뉴시스]


한국 태권도는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양궁과 함께 효자 종목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9개의 금메달 중 2개가 태권도에서 나왔다. 동메달 3개를 더하여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태권도 대표팀 5명 전원이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태권도는 여성파워가 강했다. 여자 49kg급에서 김소희가 태권도 첫 금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오혜리(한국나이 29)는 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2전 3기의 도전 끝에 출전한 올림픽에서 여자 67kg급 정상에 오르며 금메달을 추가했다.

남자 58kg급의 김태훈과 남자 68kg급의 이대훈은 각각 16강과 8강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패자부활전 기회를 얻어 동메달 결정전까지 투혼을 보이며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남자 80kg 초과급에서 차동민은 세계 랭킹 1위인 우즈베키스탄의 드미트리 쇼킨을 상대로 연장까지 이어지는 접전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둬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우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태권도 종목 결산에서 한국이 국가별 순위 1위에 오른 것에 대해 “한국이 이번 대회 5개의 메달 중 2개의 금메달을 석권하며,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빼앗긴 국가별 순위 정상을 탈환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런던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로 총 2개의 메달에 그치며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린 바 있다.

화무십일홍, 전성기는 영원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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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kg 초과급 은메달을 목에 건 니제르의 압둘라자크 이수푸 알파가.[사진=리우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한국의 태권도가 4년 뒤 도쿄올림픽에서도 그 선전을 이어갈 것이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태권도가 여러 국가로 범위가 확장되고, 올림픽 종목으로 뿌리를 내림에 따라 선수들의 기량이 평준화된 까닭이다. 특히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아프리카세' 급부상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총 5개의 메달을 가져가며 새로운 태권도 강세벨트를 형성했다. 리우 올림픽 조직위원회도 "아프리카가 태권도의 새로운 유력 집단이 될 것"이라 언급했다. 구체적으로는 코트디아부르와 니제르의 저력이 상당했다. 코트디아부르의 셰이크 살라 시세는 남자 80kg급에서 금메달을 따고, 여자 67kg급에서 루스 그바그비가 동메달을 가져갔다. 니제르의 압둘라자크 이수푸 알파가는 차동민의 80kg초과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외에 이집트와 튀니지가 각각 동메달을 1개씩 가져갔다.

태권도 종목에 할당 된 총 32개의 메달을 무려 20개 국가가 나눠가졌다. 태권도는 올림픽 종목 중 국가별 메달분포가 가장 고른 종목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어쨌든 종주국 한국의 독주는 과거지사가 된 것은 확실하다.

‘노잼’ 태권도, 풀어야할 숙제

메달 획득도 문제이지만 태권도가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더 남았다. 바로 ‘재미’다. 이번 리우 올림픽 태권도 경기를 시청한 사람들은 서로 눈치나 보며 수비위주의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는 모습에 대하여 ‘닭싸움’이니 ‘발펜싱’이니 조롱 섞인 별명을 붙여주었다. 사실 태권도의 이런 ‘노잼(NO 재미의 줄임말)’은 선수의 노력 탓이라기보다는 룰의 문제에 가깝다.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재미 없는 경기 진행으로 퇴출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이런 위기감에 태권도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공격적인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 경기장을 8x8m까지 줄이고, 판정시비를 줄이기 위해 전자호구와 비디오 판독장치를 도입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전자호구를 헤드기어까지 확대하고 경기장도 UFC처럼 ‘8각 경기장을’ 도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소극적인 태도는 나아지지 않았고 여전히 재미가 없었다.

상대가 한 쪽 발을 들고 있으면 포인트가 높은 머리를 공격하기 쉽지 않고, 무리하게 공격할 경우 오히려 역공으로 실점당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상대의 동작을 보고 받아치는 소극적인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또한 메달을 따기 위해 승리하려면 포인트를 올려야 한다. 이런 까닭에 리우 올림픽에서 태권도 특유의 화려한 발차기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선수들은 포인트를 올리기 위해 센서를 자극 하는 졸전을 치르기에 바빴다.

태권도의 꽃인 화려한 발차기와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만드는 박진감의 부활은 앞으로 도쿄 올림픽까지 남은 4년 동안 종주국인 우리 태권도가 풀어야할 숙제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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