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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우올림픽 결산] (5) 한국 축구, "그래, 쪘잘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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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인천공항에서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지난 14일(한국시각)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 패한 뒤 포털사이트 댓글에는 특정 선수에 대한 욕설을 비롯해 도를 넘은 비난이 난무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언제까지 그런 말로 합리화할 거냐?”라는 댓글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며 베스트댓글로 올라왔다. 아쉽게 패한 선수들에게 위로의 한 마디보다는 비판을 넘어 비난과 조롱이 주를 이룬 것이다.

어린 태극 전사들은 3년 전, 터키 FIFA U-20 대회 때부터 '골짜기 세대'라고 과소평가됐다. 하지만 그 대회에서 8강까지 진출하며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깼다. 그럼에도 여전히 올림픽이 열리기 직전까지 그들에게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대표팀은 브라질 리우에서 그러한 의구심을 또 한 번 털어냈다. 피지와의 첫 경기를 8-0으로 화끈한 출발을 하더니 독일, 멕시코를 상대로 승점 4점을 얻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조별 예선을 조 1위로 통과했다.

자연스럽게 국민의 기대도 커졌다. 올림픽 이전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무승부, 한국보다 낮은 피파랭킹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4강 진출의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경기 과정도 매우 좋았다. 한국은 볼 소유권을 내주지 않으며 온두라스의 골문을 두들겼다. 하지만 역습 한 방에 무너졌다. 게다가 온두라스의 침대 축구에 심리적으로 흔들리면서 무릎을 꿇었다. 손흥민(24 토트넘)은 경기 후 심판에게 달려가 항의를 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승현(22 울산현대)은 믹스트존에서 기자들과의 인터뷰 도중 울음을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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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그라운드에 누워 눈물을 흘리는 손흥민. [사진=뉴시스]


선수들의 눈물에도 비난은 그치지 않았다. “군대 가기 싫으니까”, “군대 가서 정신이나 차려라”라며 대표팀 선수들의 눈물을 폄하했다. 운동 선수들에게 병역혜택보다 더 좋은 전리품은 없다. 당연히 병역문제는 선수들의 주된 관심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올림픽은 그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무대였다. 1년 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한 사적인 대화에서 정승현은 “정말 그 날(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는 날)이 올까요?”라며 국제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그만큼 소중한 무대였고, 그러므로 패배는 더욱 뼈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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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중앙 수비수 정승현이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뉴시스]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가능성은 확인했다. 대회 내내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준 황희찬(20 잘츠부르크)은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성인대표팀에 뽑혔다. 약점으로 평가받던 수비 라인에서는 정승현이 고군분투하며 많은 이들의 호평을 얻어냈고 독일 무대에서 출장 기회가 없던 류승우(23 바이엘 레버쿠젠)는 대회를 통해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번 대표팀은 골짜기 세대라는 따가운 평가를 받았지만 이러한 시선들을 이겨내며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어린 선수들은 아직 배워가고 있다.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장통은 어쩌면 필수인지도 모른다. 성장통을 비난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세계 축구의 정상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다. 선수들은 다시 일어나 우직하게 한 발자국씩 나아가야 한다. 하루아침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 악플보다는 가까운 경기장을 직접 찾아 그들에게 박수와 따뜻한 격려를 보내는 편이 낫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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